[인터뷰] "2012년 기대해주세요!" 거침없는 정연주
[SBS Golf 이향구 기자]
2011년 KLPGA투어 신인왕에 오른 정연주.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제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바꾸었죠.” 그녀는 자신만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며 또래의 소녀 모습은 숨겨두었다. 아마도 그녀가 골프를 그만두지 않는 한 <사진>처럼 깜찍하고 천방지축인 그녀의 모습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국가대표를 거쳐 국내 메이저대회 우승에 빛나는, 올해 KLPGA투어 기대주인 정연주의 골프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
“딸을 바랬던 연주 아버지 때문에 연주의 탄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쁜 일이었고, 자라면서 곧 연주의 말이 집안의 법이나 마찬가지가 되었죠.”
7살 위인 오빠와 늦둥이로 태어난 정연주는 남부러울 것이 없이, 소위 말하는 온실속의 화초처럼 건드리면 깨질까 보면 닳을까 애지중지하는 부모님의 사랑과 주변의 관심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유독 아빠를 잘 따랐던 연주가 아빠와 골프장을 드나들면서 처음으로 골프라는 스포츠를 접하게 되었던거 같아요.” 정연주 선수의 어머니 김숙희 씨의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선수들과 다른 곳에서 골프의 기쁨을 찾았다.
“그 당시에 박세리 선수의 맨발 샷에 감동받은 골퍼들이 많았죠. 그리고 아빠 또한 박세리의 강인함과 멋진 승부근성, 열정을 높게 평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에게 나 또한 그러한 딸이 되고 싶었어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에서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든든한 딸, 많은 사람들이 칭찬할 수 있는 그런 딸로 말입니다. 그래서 아빠 손을 잡고 골프장에 갈때면 골프 클럽을 잡고 열심히 휘두르며 박세리 선수처럼 샷 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했었죠.”
그녀는 아빠의 기쁨이 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골프에 매진할수록, 클럽을 휘둘러서 임팩트 순간에 클럽페이스와 볼이 정확히 맞아서 나는 ‘빵빵’ 한 소리가 통쾌하고 신기해서 점점 더 빠져들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빠는 “한번 해보겠냐? 시작하려면 끝을 봐라!” 며 권유하였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골프 선수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 후론 그녀가 달라졌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까지 그녀는 또래와 다름없이 귀엽고 깜찍하고 애교 많은 늦둥이 막내 딸이었단다. 퇴근 해 돌아오는 아버지 앞에서 발레, 힙합 댄스, 노래등으로 재롱을 부리는 일이 매일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딸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버지는 연주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어 주변에서 딸 밖에 모르는 ‘딸 바보’라고 별칭을 얻을 정도로 사랑을 표현하는데 아낌이 없었다고 한다.
“아빠와 연주 사이에 애교와 웃음기는 사라지고 엄격하고 무뚝뚝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애교 많던 딸이 골프선수가 되기로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에 안쓰러웠다며 어머니(김숙희 씨)는 말을 이어간다.
“운동선수는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연주 아빠의 생각 때문에 애 아빠는 연주를 엄하게 다루기 시작했죠.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독하고 강하게 견뎌내게 하는 체력과 인내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린 연주에게 일부러 혹독한 미션을 주곤 했죠.”
아버지에게 받은 미션은 체력 운동으로 매일 윗몸 일으키기 250개, 푸쉬 업 150개, 매일 아침 연습장 7km(왕복 14km) 뛰어갔다가 뛰어오기, 저녁 연습을 끝내고 5km 달리기 등이었다고 한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할줄 알았는데 연주 또한 고분고분 아빠의 미션을 받아서 우직히 다 하더라구요. 안쓰러우면서도 연주의 끈기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는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못할 것같다’ 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었다고 덧붙인다.
“아빠와 약속한 것이니까 꼭 지키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빠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요. 연약한 모습에 속상해 하실것 같아서요.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게됐죠.” 중학교 1학년 때 몸무게가 채 40kg이 안되었던 그녀였지만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서 고기와 한식 위주의 식단으로 살을 찌우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보약을 먹기도 했단다.
딸 바보 아버지의 변화한 모습에 서운해 하진 않았을까?
“아버지의 엄격한 모습에 적응이 좀 힘들었죠. 무서워진(?) 아버지 덕분으로 장난끼 많던 행동과 말괄량이로 철없던 모습도 점점 줄어들었죠.”
이런 실제 모습을 모르는 그녀의 팬들은 그녀를 표정이 없이 무뚝뚝하다, 단아하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그녀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단아하다? 전혀 반대죠. 엄청 장난끼가 많고 어수선하기도 하고 덜렁대기도 하고 단점들도 많아요. 다만 골프선수로서는 이런 부분들을 커버하고 의젓해 보이고 싶어서 포커페이스가 되는 경우가 많아져요. 처음에는 낯가림이 심하기 때문에 말수도 적고요. 집중해야하고 의젓해야하니 스스로 답답할 때도 있죠. 나의 본연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요. 하지만 ‘단아하다’, ‘멋지다’ 등으로 팬들이 표현해 주실 때는 너무 기쁘고 좋아요. 그런 말은 많이 들을 수록 좋은 것 같아요.”
데뷔하자마자 국내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다
프로 데뷔 후 그녀는 팬들에게 ‘얼음같다’, ‘포커페이스의 1인자’ 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매 대회마다 사실 많이 긴장하고 있는데 웃지 않으면 약간은 차갑게 보일 정도라고 하시더라구요. 포커페이스를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닌데 집중하다보니 그런 표정이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불안하고 급해질 때면 스스로 느끼기 때문에 이를 컨트롤하고 차분하게 플레이하려고 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노력하거든요.”
이러한 자기 컨트롤을 통한 내공 때문인지 프로 데뷔 후 그녀는 여러 대회를 통해서 침착함과 승부근성, 특유의 대범함으로 지난해 태영배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거두는 등 톱 10에 6차례 이름을 올리면서 신인왕에 올랐고, 상금랭킹 5위에 올랐다. 이것들은 모두 어디서 나올 수 있는가?
“반복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스윙 뿐만 아니라 시합 때처럼 루틴이나 생각들까지도 반복선행 연습을 하죠.”
그녀가 체력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뿐만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멘탈 훈련이다.
“매 순간 고도의 ‘집중’을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바뀌는 상황에서 잡생각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집중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긴장을 하는 순간이 되면 정신이 흐트러지게 되죠. 그래서 긴장되는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에도 차분하게 루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멘탈 훈련을 반복하죠. 루틴화 시키면 수행해야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잡생각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오로지 볼을 치기 위한 준비와 상황에만 집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수없이 많은 반복 연습이 오랫동안 필요하고요.”
반복연습을 통한 멘탈과 함께 그녀의 플레이 특징은 여유를 갖춘 공격성이다.
“아마추어때 굉장히 과감했어요. 그때는 무모했던것 같아요. 첫 파 5홀임에도 불구하고 투온을 하기 위해 해저드를 넘기는 지르는 샷이나 도그레그홀의 ip지점이 좁은 상황에서도 지르는 샷을 많이 했었죠. 그 과정에서 실패하는 일도 있었고 샷을 성공시키는 일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여유를 갖고 현명하게 플레이를 해야할 때와 공격적으로 해야할 때의 밸런스를 맞추게 된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프로데뷔 후 적응이 더 쉬웠고요. 스코어에만 집중하지 않고 대범하지만 여유있게 플레이를 이끌 수 있었어요.”
이러한 멘탈과 플레이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에 데뷔 후 단 몇 개월 만에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첫 우승은 얼떨떨 하고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태영배 한국여자오픈대회는 아마추어때 2~3번 참가한적 있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예선통과만 하자고 마음 먹었죠. 그런데 우승하는 행운이 따랐죠. 맥주세례, 우승 인터뷰를 했어도 실감이 안났어요. 꿈인지 실제인지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뿐이었어요. 태영배 한국여자오픈이 열린 곳이 아버지 고향이라서 우승 후 동네잔치처럼 친인척분들과 함께 밥을 먹는 순간에도 ‘멍’ 했어요. 그리고나서 그 다음날 곳곳에서 ‘우승축하’의 메시지와 전화를 받으면서 실감할 수 있었죠.”
그녀는 지난해 프로 데뷔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롯데마트 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 18번홀(파5)에서 롱퍼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글을 잡았을 때가 골프가 주는 짜릿한 묘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기억한다.
여왕의 자리를 탐하다
힙합 댄스를 좋아하고 춤추는 것을 잘해 시범단에서 활동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꿈이 많던 그녀는 스무살,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에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답한다.
“신인왕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는데 이룰 수 있게 되어서 기뻤고, 지금은 장기적인 목표인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녀는 골프의 여제라 불리던 애니카 소렌스탐의 실력과 매너, 카리스마까지 닮고 싶어서 롤 모델로 삼았다고 말하면서 최근에는 연습량을 더 늘리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녀에게 골프란 무엇일까?
“드라마를 한 번 보게 되면 빠져서 계속 보게 되듯이 골프도 한 번 빠지면 마력이 있어서 끝까지 가보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거 같아요. 대체로 드라마는 초반에는 재미있게 이야기 전개가 되지만 점점 복잡해지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죠. 그렇다고 시청을 중단하진 않아요. 중간 중간 통쾌함을 주기도 하니까. 뒷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거든요. 골프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해야 할것도 많고 마음대로 안 되니까 답답하고, 성적이 안 나면 짜증나고 속상해요. 가끔은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기분 좋은날이 있기도 하죠. 그래서 너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절대 그만둘 수 없어요. 오기가 생기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이 해피엔딩으로 희망과 기쁨, 감동을 주듯이 미래에 내 골프도 바라는 걸 다 이룬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연주프로 프로파일>
나이: 21세
프로 데뷔: 2010년 6월
이력 : 태영배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우승, KLPGA 신인상 수상, 상금랭킹 5위(이상 11년)
신장 : 166cm
혈액형: A 형
존경하는 골프선수?
애니카 소렌스탐!
멘탈에 도움이 되는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
습관? 멍때리는 것?
대회 출전하기 전 루틴? 정확한 수면시간(7시간)
친한 선수는? 이정민, 이보미, 남지민, 심현화
성격은? 개구쟁이, 지금은 개성 분출에 대한 욕심을 대리만족을 통해 만족 중
사진 고성진
의상&신발협찬 위드베이스, 루키버드, SOVO, BFs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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