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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자 스포톡] KLPGA 투어 비하인드 스토리 “1등 아니어도 괜찮아~”

SBS Golf 이향구
입력2017.04.18 14:57
수정2018.01.16 13:46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2년 전 이야기를 꺼내야 할 듯 싶다. 2015년 무더운 여름 원조 ‘미소천사’ 김하늘은 용인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났다. 김하늘 선수는 그 때 당시 JLPGA 투어에 진출해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당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밝고 씩씩한 모습의 김하늘 선수였다. 김하늘과 만나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조심스럽지만  매우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
“ 사실, 대회장에서 성적이 잘 나지 않을 때 미디어에 속한 기자 혹은 방송 관계자 분들이 제 얼굴을 보고도 머뭇거리시면서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그 순간 저도 잠시 어색함이 흐르기도 해요. 항상 응원해주시고, 관심 갖아주시는데, 제가 성적이 안나니까 위로의 말씀과 격려를 보내주시지만 카메라와 펜은 어쩔 수 없이 그날 주목 해야 될 선수로 향해 있기 때문에 저를 그냥 스쳐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저도 알고, 미디어 분들도 아세요. 그럴 때면 저도 ‘그분들께서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도 다 이해한다.”

김하늘 선수가 성적이 부진할 때의 미디어 관심에 대한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새삼 ‘나 또한 안부만 전하고 스쳐지나간 적이 없던가?!’ 라고 생각하게 됐다.

매주 열리는 대회의 최종라운드 우승자 뒤에는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다 아쉽게 ‘준우승’을 거머쥔 선수들이 있다. 국내 첫 개막전에서 우승접전을 펼쳤던 박성원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렸지만 그림 같은 칩인 버디에 성공하는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는 투어 데뷔 첫 우승을 노렸던 박 결과 ‘베테랑’ 골퍼 안시현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을 거두게 됐다. 팬들은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하지만 명장면을 연출한 박성원도 ‘바비인형’ 같은 외모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박 결도, 엄마 골퍼 안시현의 완벽한 퍼팅도 우승자의 그늘에 가려진다.

현실은 그렇다. 우승자의 스토리는 많은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받지만 마지막까지 우승자를 빛나게 준 우승자 혹은 그 밖의 선수를 조명하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대 다수의 선수들은 말했다. ‘수고했다’, ‘최선을 다했다’, ‘ 기회는 온다’는 위로나 격려를 바라지는 않지만 ‘외면’ 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잠시 주춤했을 때,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 봤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을 때.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은 ‘외면’이라고.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 가장 속상한 사람은 바로 선수 자신이다. 그런 선수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할까봐 비켜간다는 것이 ‘외면’이 되지는 않았는지, 혹시 글 서두 김하늘 선수의 말처럼, ‘그냥 스쳐지나 간 적’은 없었는지 스스로를 다시 돌이켜 본다. 그리고 매주 대회에 출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수고했어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SBS골프 이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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