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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자 스포톡] “괜찮아, 하필 미끄러진게 최종일이었을 뿐이야!”

SBS Golf 이향구
입력2017.06.20 13:54
수정2018.01.16 13:48

시즌 첫 메이저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의 31번째 페이지는 김지현이 장식했다. 올 시즌 8년만에 생애 첫 우승과 7주 만에 2승, 7일 만에 3승을 거둔 김지현의 우승 소감과 자신의 실수를 ‘복기’하던 이정은6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시즌 3승을 거두며 ‘대세’라는 칭찬과 언론의 평가에도 김지현은 한결같이 “올 시즌 목표가 생애 첫 우승이었는데, 이렇게 3승까지 하게 되어 나 스스로도 대견스럽다. 내 기량의 200%를 발휘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반짝 스타가 되고 싶지 않다. 한결같고 꾸준히 롱런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보다 하루하루 골프를 하는 매 수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고 말했다. 시종일관 평정심을 유지하는 김지현의 모습에 여유까지 느껴졌다. 김지현의 이런 여유는 생애 첫 우승을 맞이하기 전까지 우승에 대한 압박과, 심리적인 부담 등을 겪으면서 생겼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김지현은 생애 첫 우승에는 눈물을 쏟아내며 목이 메일 정도로 말을 잇지 못했고, 2승을 거둘 때는 두 팔을 번쩍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 했다. 3승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릴때에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팬들에게 보답했다.

그리고 '메이저 퀸' 김지현만큼  마음이 쏠리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에 올랐던 이정은6다. 이정은6는 1라운드에서부터 세 개 홀 연속버디로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으며 이슈가 됐던 선수다.

사실 지난해 신인왕 이정은6는 올 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한번의 컷 탈락도 없이 모두다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현재 KLPGA 투어 대상포인트와 평균타수 부분에서 1위에 올라있고, 그린적중률과 시즌상금 3위에 있다. 2017년 12개 대회에 참가해 단 3번만 빼고 모두다 톱10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 안정되고 기복 없는 플레이로 2017년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김지현이 시즌 3승을 거둔 모든 대회에서 마지막까지 우승접전을 펼치던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이정은6다. 한국여자오픈 바로 직전에 열린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는 김지현과 5차 연장 접전 끝에 패배하기도 했다. 한국여자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로 질주하던 이정은6을 바라보던 팬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종라운드 전반 9개홀에서 김지현은 3개 버디를 잡고 이정은 6는 2오버로 마쳐 타수가 좁혀지면서 우승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게 되어 갤러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정은6는 3일 내내 실수가 거의 없었던 모습에 비해 최종라운드에서는 나오지 않던 실수가 나왔고, 샷도 다소 불안해 보였다.

특히 이정은6에게는 13번홀이 결정적이었다. 3라운드에서 보기를 기록한 것 빼고는 1,2 라운드에서 모두다 타수를 지키며 ‘곰의 지뢰밭’을 무사히 넘겼었는데, 최종라운드에 선 이정은6는 13번홀에서 통한의 쿼드러플보기를 범하며 4타를 까먹으면서 순위가 갑자기 내려가 사실상 리턴매치의 복수는 물건너간 셈이 됐고, 갤러리들의 탄식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13번홀에서 쿼드러플보기를 기록한 이후에 이정은6의 얼굴은 표정으르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중계화면에 잡힌 이정은6의 얼굴에 샷을 한 후의 고개를 떨구거나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을 애써 감추는 듯했지만 보이지 않는 화면 속 1인치에서 그 모습이 스쳐지나가곤 했다. 그리고 3일내내 리드로 주목받던 이정은6는 최종 성적 6위로 마무리 했다.

이정은6는 결과보다 자신의 ‘실수’에 더 민감한 선수였다. 리드를 지켜나가던 매 라운드 내내 끝나면 한결같이 퍼팅연습에 매진했고, 라운드가 끝난 후 자신이 실수한 홀, 실수한 샷에 대해 복기하며 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자신이 지킬 수 있는 홀에서 실수 한 것,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곳에서 실수 한 것에 대해 고민하고 또 생각하며 다시 전략을 다지는 이정은6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리고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내일은 몸도 마음도 제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웃으며 말하던 밝은 이정은6의 미소가 자꾸만 떠오른다. 비록 마지막 우승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주 연속 역전패에 대한 쓴맛을 보고 지금 그 누구보다 아파하고 속상해할 이정은6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하길 바라며...

“괜찮아, 잘했어요. 4라운드 중 하루 미끄러지는 일은 다반사잖아요. 그날이 아쉽게 최종라운드였을 뿐이에요.” 라고. 

(SBS골프 이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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