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이타적'이라 더 무서운 스트라이커
SBS Sports
입력2012.03.17 09:32
수정2012.03.17 09:32

김호곤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 현대는 지난 16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라운드 성남 일화와 홈 경기서 3-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이근호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울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근호는 전반 45분, 후반 6분, 후반 30분 잇달아 골을 터트렸다. 2008년 9월 28일 광주 상무전에서 2골을 기록한 뒤 1266일 만의 K리그 골이자, 프로 첫 해트트릭이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이 "100% 잘했다고 박수치고 싶다"고 할 정도의 맹활약이었다.
하지만 그의 골 소식은 중요하지가 않다. 언젠가는 터질 득점이었다는 것이 중론. 이근호가 "내색을 안했지만 부담감이 있었는데 골이 터져 기쁘다"고 했지만, 김호곤 울산 감독은 경기 전 "말은 안하지만 욕심이 없진 않을 거다. 하지만 골은 저절로 나오니 욕심을 갖지마라. 한 번 나오면 터지기 시작할 거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김호곤 감독의 말대로 이근호의 첫 골은 해트트릭으로 이어졌다.
분명 이근호의 해트트릭은 환상적이었다. 오른발로 터트린 첫 번째 골에 이어 왼발로 두 번째 골을, 머리로 세 번째 골을 터트린 것. 사실상 신체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 터트린 골로 팬들이 '퍼펙트 해트트릭'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이근호의 무서움은 해트트릭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동료와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자세였다. 이근호의 이런 자세에 성남 수비수들은 이근호만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근호에게 여러 명의 수비수가 붙을 경우 제쳐진다는 두려움보다는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울산의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내준다는 것이 더 걸렸던 것.
스트라이커는 골 욕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회가 있으면 슈팅을 시도해 상대의 골망을 가를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런 스트라이커를 막는 법은 단순하다. 두 명 이상의 선수가 상대를 압박하는 것. 개인기가 절정급이 아닌 이상 한 명의 공격수가 두 명의 수비를 뚫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단계 발전한 스트라이커는 동료를 이용할 줄 안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 사이 다른 동료에게 골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것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날 이근호의 플레이가 그랬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야를 넓게 가졌다. 전반 6분 아크 왼쪽으로 침투하며 좋은 득점 찬스를 잡았음에도 반대쪽으로 쇄도하는 김신욱을 보고 패스를 찔러 줄 때, 그리고 전반 16분 문전에서 찬스를 잡았음에도 슈팅이 아니라 뒤에서 쇄도하는 이호에게 공을 내줬을 때가 그랬다. 자신보다 더 좋은 득점 찬스를 잡은 선수에게 양보를 한 것.
이에 대해 이근호는 "개인적인 욕심을 부려서 (경기를) 망치기 보다는 (동료들과) 같이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좋아해서 그랬다. 개인적으로 그런 플레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득점이 나오지 않아) 후회한다 거나 아쉬움은 없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근호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해트트릭을 만들었다. 성남 수비수들로서는 이근호 하나만을 생각하고 수비할 수가 없었다. 이근호만을 신경쓰다가는 2선에서 침투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기 때문. 결국 이근호에 대한 수비가 느슨해졌고, 이근호는 이 틈을 타 상대의 골문을 흔들어댔다. 지난 3경기 동안 침묵하던 이근호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빛을 받는 순간이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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