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와 마무리 투수, 엇갈리는 LG의 두 물음표
SBS Sports
입력2012.04.20 11:08
수정2012.04.20 11:08
LG 김기태 감독은 작년 10월 취임식부터 “LG의 취약점은 불펜이라고 본다. 7, 8, 9회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강한 불펜진이 있어야 한다”며 단단한 뒷문을 구성할 것을 다짐하는 한편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친 후에는 “4번 타자는 팀의 중심이다. 팀의 밸런스를 맞춰줄 의무가 있다. 올 시즌 LG 트윈스의 새로운 4번 타자를 만들 것”이라고 올 시즌의 목표를 밝혔다.
이후 김 감독은 시즌 전 4번 타자로 베테랑 3루수 정성훈을, 마무리 투수로 강속구 투수 리즈를 낙점, 취임 후 가장 큰 결정을 내렸다. 프로 14년차 정성훈에게도,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야구를 경험한 리즈에게도 각각 4번 타자와 마무리 투수는 처음 맡는 보직이었기 때문에 김 감독의 결정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비록 정성훈이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지만 지난 13년 동안 타격부문 3위 안에 자리한 적이 없고 흔히 4번 타자하면 떠오르는 홈런 20개 이상을 때려내는 거포형 타자와도 거리가 있었다. 리즈 역시 지난 시즌 164⅔이닝을 소화하며 두 자릿수 승을 기록한, 검증된 선발투수였기 때문에 리즈를 마무리로 돌리는 것은 어느 정도 도박이 감행되는 일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결과는 좋다. 정성훈은 타율 3할7푼1리 4홈런 10타점 OPS(장타율+출루율) 1.260을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타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4경기 연속으로 역전 및 동점 홈런을 날리는 중이며 올 시즌 가장 위력적인 4번 타자가 됐다. 리즈 역시 세이브 성공률 100%로 4세이브를 달성, 세이브 부문 1위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돌아보면 둘의 활약은 상반된다. 정성훈이 적재적소에서 타점을 기록하며 LG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반면 마운드 위에서 리즈의 모습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다. 리즈는 지난 13일 KIA전에서 초유의 16연속 볼·4연속 볼넷을 저질렀고 LG는 연장접전 끝에 KIA에 6-8로 패했다.
이후 두 번의 등판에서 세이브를 올렸지만 모두 행운과 수비의 도움이 동반됐기에 가능했다. 15일 KIA전 9회초에 첫 타자 나지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김원섭의 타구가 2루수 서동욱의 행운의 글러브 토스로 이어져 더블플레이가 됐다. 19일 한화전에선 연경흠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2사 2루에서 강동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좌익수 양영동의 정확한 홈송구에 힘입어 간신히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김 감독이 리즈에게 오승환 같은 완벽한 마무리를 바란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마지막 자체훈련을 앞두고 “리즈가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 블론 세이브도 염두하고 있다”며 자신의 판단이 오답이 되더라도 또다른 방안이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이제 겨우 10경기다. 아직 123경기가 남았고 앞으로 정성훈이 고전할 수도, 리즈가 마무리 보직에 적응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로선 4번 타자에 붙었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마무리 투수에 붙었던 물음표는 더 큰 물음표가 되고 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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