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에게 물었다,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공은?
SBS Sports
입력2012.05.10 15:13
수정2012.05.10 15:13

무엇보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건 투수들의 투구 그 자체다. 불과 145g밖에 나가지 않는 야구공이지만 투수들의 어깨를 거치면 140km가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 돌덩이와도 같다. 물론 두툼한 포수 미트로 잡아내지만 웹(엄지와 검지 사이에 공을 받도록 위치한 가죽)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받는다면 그 충격량을 고스란히 흡수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수들이 가장 고통을 느끼는 구질은 무엇일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구질은 바로 싱킹 패스트볼(이하 싱커)였다. 싱커는 타자 앞에 와서 살짝 가라앉는 공인데 일반적으로 우투수가 던졌을 때 우타자 몸 쪽으로 휘어져 들어온다. 땅볼을 유도하기에 적합한 구질이라 제대로 구사된다면 투구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롯데 강민호는 팀 동료인 라이언 사도스키의 싱커가 가장 손가락이 아프다고 증언했다. 같은 구종이라도 투수에 따라서 움직이는 정도와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강민호는 "사도스키의 싱커는 예측이 힘들다. '이 정도 떨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한 뒤 미트를 가져다대면 생각보다 살짝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왼손 엄지 바로 아래 부분을 때리는데 정말 아프다"고 울상을 지었다.
신인포수 윤여운 역시 싱커를 가장 아픈 구질로 선택했다. 그는 "원래 아래로 떨어지는 공이 가장 아픈 편이다. 그중에 포크볼은 워낙 낙차가 크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싱커는 타자 앞에서 정말 살짝살짝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롯데 불펜포수 최천만도 "모든 포수들은 아마 체인지업이나 싱커 때문에 아파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불펜포수 특성 상 정말 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야 한다. 근데 선수들마다 같은 구질이라도 다 다르게 오기 때문에 공의 궤적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지 않으면 웹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공을 받게 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직구도 포수를 위협한다. 강민호는 "당연히 최대성의 직구가 가장 아픈 것 아니냐"면서 "요즘 투수들의 직구는 움직임이 좋아져서 절대 그대로 안 들어온다. 대성이는 볼 끝이 살아 있어서 미트를 갖다 댄다고 해서 그대로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150km짜리를 손바닥으로 받는다고 생각해 보면 알 것"이라고 말한다. 윤여운은 "정대현 선배 공은 처음엔 받을 수조차 없었다. 캠프에서 몇 번 받았는데 직구라고 던지시는데 그냥 들어오는 법이 없다. 그때 손이 정말 아팠다"고 했다.
반면 커브, 슬라이더 등의 공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손이 덜 아픈 구질로 꼽혔다. 불펜포수 최천만은 "아무래도 커브,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는 투수마다 변하는 정도가 정해져있다. 그리고 옆으로 떨어지는 공이라서 포수미트의 웹으로 잡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나를 아프게 할 것이 뻔하지만 포수는 투수에게 강속구를 요구하고, 또 까다로운 싱커나 포크볼 사인을 낸다. 언제든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손이 아픈 건 잠시다. 진짜 아픈 건 경기에서 졌을 때"라면서 "우리는 프로다. 경기 중엔 어떤 공이 들어오면 내 손이 아플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도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게 강민호의 생각이다. 오늘도 포수들은 얼얼한 손을 감싸 쥐며 캐처박스에 앉을 것이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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