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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초구공략, 득일까 실일까

SBS Sports
입력2012.05.31 11:29
수정2012.05.31 11:29

초구공략은 타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인 선택지다. 올 시즌 전체 타자들의 평균 타율은 2할6푼2리인데 초구 공략 시 타율을 따로 계산 해보면 3할1푼5리까지 껑충 뛰어오른다. 물론 볼카운트 2볼, 3볼 1스트라이크 등 타자에게 유리한 상황에서의 타율은 더욱 높지만 타자 임의로 볼카운트를 조종할 수 없기에 초구공략은 안타를 만들기 위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타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스트라이크가 늘어감에 따라 바뀌는 타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평균 타율은 3할1리로 떨어지고 2스트라이크로 몰리면 1할7푼3리까지 급감한다. 투수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한다.



초구타율이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단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타자로선 존을 좁혀서 타격에 임할 수 있다. 여기에 노림수가 좋은 베테랑 타자들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예측, 초구를 공략하기도 한다.

반면 초구공략이 독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타율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결국 70% 가까운 타자들은 초구를 노려 아웃카운트를 늘릴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상대 투수들을 도와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상대편 에이스가 등판했을 때 무분별한 초구공략은 자칫 9회까지 그 투수를 만나게 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일이 될 수 있다.

▲ 초구 타격으로 재미 본 두산-LG

올해 가장 많은 초구 타격을 한 팀은 KIA다. 지난해엔 뒤에서 세 번째로 초구를 많이 노렸지만 올해는 사령탑이 바뀐 이후 적극적으로 초구를 공략한다. 14.6%의 타석에서 초구 타격이 이뤄졌는데 그 결과 타율은 2할9푼5리로 시즌 타율 2할6푼보다 높다.



그렇지만 가장 큰 재미를 본 팀은 두산과 LG다. 두산은 초구공략 타율 3할5푼4리로 팀 타율 2할6푼3리보다 무려 1할 가까이 타율이 높다. LG는 초구 타율 3할2푼6리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무려 12개의 홈런이 초구 공략에서 나왔다. 올해 팀 홈런 26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홈런이 초구에서 나온 것이다. 덕분에 LG의 초구 장타율은 6할1푼2리까지 뛰어오른다.

반면 삼성은 초구를 공략해도 그 결과가 신통찮았다. 전통적으로 삼성 타자들은 적극적인 승부 보다는 타석에서 투수로 하여금 많은 공을 던지게 한다. 그래도 초구 타율(.289)은 팀 타율(.258)보다 높지만 신통찮은 성적이다. 특히 삼성의 초구 공략에는 장타가 적었다. 홈런은 단 한 개, 장타율은 3할7푼6리에 지나지 않는다.
 
▲ 안치홍·황재균·이택근·최정, 대표적 '초구 애호가'

KIA 안치홍은 올 시즌 가장 많은 초구공략을 한 타자다. 30타수 11안타 4타점 타율 3할6푼7리로 성적도 괜찮다. 또한 롯데 황재균도 초구를 즐겨 공략한다. 타격 성적은 타율 3할7푼9리(29타수 11안타) 2홈런 7타점이다. 넥센  이택근도 황재균과 마찬가지로 초구에 대해 29타수를 기록 중이지만 안타는 8개에 그쳐 타율 2할7푼6리 1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SK 최정은 초구를 공략, 27타수 9안타로 타율 3할3푼3리를 찍고 있고 안타 가운데 절반이 넘는 5개가 홈런이었다.

'초구 홈런왕'은 오지환과 최정이다. 나란히 초구 홈런 5개씩 기록 중인 두 선수 가운데 더욱 돋보이는 건 오지환이다. 올 시즌 오지환의 홈런 5개는 모두 초구를 공략해서 나왔다. 여기에 팀 선배 정성훈도 초구를 쳐서 4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20타석 이상 기록한 선수 가운데 '초구 타격왕'은 LG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20타석 18타수 8안타 타율 4할4푼4리 2타점을 올렸다. 두산 김현수도 23타수 9안타 7타점, 타율 3할9푼1리로 성적이 괜찮다. 김태균은 초구공략이 17타석인데 이 가운데 안타 10개를 때려내 타율이 무려 5할8푼8리에 이른다. 역시 지금까지 꾸준히 4할을 넘기고 있는 타자다운 성적이다.▲ 무분별한 초구공략, 독이 될 수 있다

초구에 대한 공략법은 팀컬러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초구에도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반면 삼성같은 경우엔 반대로 공을 오래보고 볼넷을 얻어 걸어나가길 즐긴다. 문제는 이러한 공격적인 타격이 때론 팀에 독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특히나 큰 경기에선 이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롯데와 SK가 맞붙은 플레이오프 1차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6-6으로 맞선 9회말 롯데는 1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때 SK 배터리는 초구를 좋아하는 손아섭의 눈높이에 딱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선택했고, 결국 손아섭은 초구를 공략해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로 끝내기 기회를 날렸다.

올 시즌 초구 공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두산이지만 KIA 에이스 윤석민이 등판했던 29일 경기는 반대 양상을 보였다.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상대 투수를 괴롭히자"라는 주문을 했고, 두산 타자들은 적극적인 타격 대신 윤석민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1회 두산 타자들은 점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윤석민에게 무려 21개의 공을 던지게 했고, 윤석민이 5회를 채웠을 때 투구수는 97개였다. 두산은 윤석민을 괴롭히는 전법으로 4-1로 승리를 거두며 연패탈출에 성공했다.

결국 초구공략에 대한 것은 정답이 없다. 상황에 맞는 타격이 이뤄지면 이상적이지만, 말 만큼 쉬운 건 아니다. 공을 오래보는 건 상대 투수의 제구력이 좋다면 오히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는 상황만 초래한다. 때론 적극적인 공략이 주효할 때도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초구공략을 놓고 타자와 투수, 그리고 포수의 머리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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