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마음의 짐, 마음의 빚진 안승민이 덜어줬다
SBS Sports
입력2012.06.23 09:35
수정2012.06.23 09:35

한화 박찬호(39)는 지난 22일 대전 두산전에서 5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4회까지 투구수 57개로 잘 막아냈지만, 5회에만 연속 볼넷 2개와 안타 2개를 맞는 등 27개의 공으로 3실점해 힘을 빼야 했다. 결국 5회까지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박찬호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어제(21일) 중간 투수들이 많이 던졌다. 선발로서 이닝을 길게 가져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자책했다. 한화는 21일 대전 LG전에서 선발 양훈이 3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뒤 션 헨을 시작해 정민혁·마일영·신주영·윤근영 등 5명의 투수가 투입됐다. 박찬호로서는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도 크지만, 불펜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의 짐이 컸다.
하지만 6회부터 박찬호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공주고 18년 후배 안승민(21)이 대선배가 가질 마음의 짐을 확실히 덜어줬다. 6회부터 박찬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안승민은 8회까지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줬을 뿐 삼진 3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3이닝 동안 투구수는 37개. 9회 정민혁이 등판했지만 안승민이 6~8회를 최소한의 투구수로 던지며 불펜의 과부하를 막았다. 박찬호의 짐을 덜어준 것이다.
안승민이 두산 쪽으로 완전히 기울 수 있었던 경기 흐름을 막아내며 2점차를 유지할 수 있었고, 한화 타선은 9회말에만 세이브 1위 투수 스캇 프록터를 상대로 3득점을 내며 5-4 기적적인 역전극을 연출했다. 박찬호도 후배들과 끝내기 승리를 만끽하며 패전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안승민의 역투와 타선의 집중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경기 후 안승민은 "찬호 선배님은 잘 던지셨다. 선발투수가 5이닝을 던졌으면 퀄리티 스타트는 아니라도 못한 게 절대 아니다. 그 다음부터는 중간 투수들이 잘 해야 했다"며 "공격적으로 승부했다. 부담을 갖지 않고 공 하나 하나 자신있게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피칭이 더욱 빛난 건 대선배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았기 때문이다. 안승민은 지난 4월29일 청주 넥센전에서 선발 박찬호가 5이닝 1실점으로 막고 2-1로 리드한 6회부터 구원등판했다. 그러나 안승민은 이택근에게 안타를 맞은 뒤 강정호에게 좌월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박찬호의 선발승을 날렸다. 마운드에서 강판된 안승민은 모자를 집어던지며 스스로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덕아웃에서 박찬호에게 "선배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실의에 빠져있는 후배에게 "뭐가 죄송하냐. 앞으로 절대 그런 말 하지 마라. 내 마음보다 네 마음이 더 쓰린거다. 미안하다는 생각하지 말고 네 것에만 집중해라.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 부담없이 더 잘 던질 수 있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승민은 5월 이후 불펜으로 나온 24경기에서 1승2패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17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두 달 전 대선배에게 진 마음의 빚을 잊지 않았다. 대선배가 자책할 때 빛나는 역투로 마음의 짐을 덜어줬다. 안승민은 "언제든지 모든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스탠바이 상태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찬호도 아마 흐뭇할 것이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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