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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결산] '4위' 두산, 선발진 강화-규정타석 불과 셋

SBS Sports
입력2012.07.20 10:02
수정2012.07.20 10:02

‘내 꿈은 퓨처스팀 감독’이라던 김진욱 신임 감독 체제로 닻을 올린 2012시즌. 올스타 브레이크로 전반기를 마친 현재 두산 베어스는 시즌 전적 41승 1무 38패(20일 현재)로 4위에 위치해있다. 4월을 선두로 마쳤던 두산은 5월 들어 하락세를 겪었고 현재는 중상위권에서 순위 경쟁 중이다.

지난 19일 광주 KIA전서 0-6으로 영봉패, 시즌 처음으로 KIA 상대 3연전 루징시리즈를 겪은 두산은 같은 시각 2위 롯데를 꺾은 넥센에 밀려 4위가 되었다. 지난해 올스타 브레이크 당시 두산은 내우외환 속 34승 2무 41패 6위로 후반기를 맞았고 시즌 종료 시 5위에 올랐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1년 전 6위팀이자 지난 시즌 5위팀이 4위로 전반기를 마친 것은 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말 SK와 포스트시즌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며 ‘발야구 원조’, '계투 KILL 라인‘ 등 히트 상품을 배출했던 포스트시즌 컨텐더 두산임을 감안하면 아쉽기 짝이 없는 성적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점차 팀 컬러를 변모시키는 중이다. ▲ QS 1위, 당겨쓰던 그 팀 맞나요

올 시즌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4.03으로 5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43회로 유일한 퀄리티스타트 40회 이상을 기록했다. 피안타율도 2할5푼4리로 ‘지키는 야구’ 삼성(2할5푼2리)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선발진이 기본적으로 경기를 만드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으며 투수진이 구위로 상대 타자를 잡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기록들이다.

김경문 현 NC 감독 재임 시절 두산은 선발진보다 계투진이 훨씬 강한 팀이었다. 승기를 잡았다 싶으면 ‘당겨쓰는’ 전략으로 계투진이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의 계투 KILL 라인은 2009시즌 두산을 대표한 키워드다. 우완 정재훈은 2005시즌 구원왕(30세이브)에 2010년 홀드왕(23홀드) 타이틀로 계투진의 기둥 노릇을 했다. 그러나 언급된 다섯 명 중 현재 1군 계투진 잔류 인원은 단 한 명이다. 한 명은 선발 주축이 되었고 두 명은 부상 이탈 및 재활, 한 명은 자체 징계성 2군행으로 1군에 없다.

대신 선발진은 확실히 강해졌다. 지난해 15승을 올린 1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최근 아홉수에 머물러있으나 퀄리티스타트 13회(3위)에 122⅓이닝(1위)으로 여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맏형 김선우가 전반기 동안 슬럼프, 불운으로 인해 3승에 그치기는 했으나 최근 구위가 살아나고 있고 로테이션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노경은-이용찬 ‘은찬 듀오’는 올 시즌 두산 선발진이 발견한 최고의 수확물. 개막을 셋업맨으로 출발했으나 임태훈의 부상 이탈과 구위 자신감 회복 차 6월 초순 ‘선발 단기 아르바이트 계약’을 맺었던 노경은은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선발로만 7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3.43 호성적으로 ‘정규직 선발’이 되었다. 이용찬은 마무리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투구패턴과 떨어지는 변화구 구사력으로 7승 7패 평균자책점 2.87 활약을 펼쳤다. 5선발 김승회도 4승(5패), 퀄리티스타트 6회를 기록하며 데뷔 첫 풀타임 선발로서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계투진도 수확물이 많다. 선발 유망주였던 홍상삼은 1승 1세이브 12홀드(3위) 평균자책점 2.03으로 ‘홍삼느님’이 되었다. 신인 사이드암 변진수는 시작이 늦었으나 3승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0.55로 두산 계투진의 ‘앙팡 테리블’로 자리잡았다. 뉴욕 양키스의 마당쇠였던 스콧 프록터는 최근 다소 주춤하기는 했으나 회춘한 듯한 돌직구를 앞세워 세이브 부문 선두(22세이브)를 달리고 있다. 두산에게 더욱 고무적인 것은 투수진의 피로도가 예전보다 확실히 낮아졌다는 점. 후반기 반격을 다짐하는 두산의 강력한 자산 중 하나다. ▲ 주전 부상과 슬럼프, 결과는 ‘규정타석 타자 셋‘

탄탄한 계투진과 함께 풍부한 야수진. 이는 한때 두산의 강점이었다. 수 년 전 타 팀에서는 두산의 1군 엔트리를 둘러본 뒤 ‘아무개 아직도 2군에 있어요? 우리 팀 오면 100% 주전인데 트레이드 안될까’라는 말을 건네며 내심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도 많이 쌓았다는 장점이 확실했던 두산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활약상에 비하면 기록은 팀 타율 4위(2할6푼4리), 팀 홈런 7위(32홈런), 팀 도루 공동 4위(78도루)로 뭔가 아쉽다. 두산은 2010시즌 서울 연고로 20홈런 타자 다섯 명을 배출했으며 ‘원조 발야구’로 2000년대 말 팀 도루 1위를 도맡던 팀이었다. 특히 전반기 종료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단 세 명(김현수, 정수빈, 이종욱)에 불과하다는 점은 라인업 변화도 심했음을 알려준다.

이유는 있다. ‘두목곰’ 김동주는 6월 하순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2주 가량을 결장했고 주전 유격수 손시헌도 발목 통증을 참고 출장을 강행하다 현재 부상 재활 중이다. 김현수도 잇단 부상으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전반기를 치러왔다. 최준석은 왼 무릎 통증과 함께 타격감까지 잃어버리며 2할3푼1리에 그쳤고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은 지난 5월 중순 오른손 소지 골절상을 당한 뒤 최근에서야 티배팅 훈련을 시작했다.

공격 선봉 역할을 해야 하는 이종욱의 타율은 2할1푼8리로 배영섭(삼성, 2할1푼3리) 다음으로 규정타석 타자 중 타율이 두 번째로 낮다. 유일한 전 경기 출장자 정수빈의 타율도 2할3푼7리에 불과하다. 일발장타력을 지닌 이성열은 넥센으로 이적했고 대신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은 미완의 유망주다. 안방마님 양의지는 지난 시즌부터 포수로서 기량 함양에 더욱 집중하느라 경기 전 과외로 치르는 훈련량이 최근 2년 간 굉장히 많았다.

기량은 확실히 올라왔으나 체력이 무한하지 않은 만큼 타율은 높지만(3할1푼3리, 규정타석 미달) 올 시즌 2홈런에 장타율 4할1푼8리로 2년 전 ‘20홈런 포수 신인왕’의 위력은 다소 반감되었다. 지난해 도루왕 오재원도 연이은 부상에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왔고 국가대표 시절의 감각을 찾았던 고영민은 최근 허리 부상으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다. 최주환, 허경민, 최재훈 등 예비군 유망주들과 그동안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윤석민, 최근 타격감이 좋았던 이원석,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김재호 등이 없었다면 두산은 자칫 하위권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두산의 후반기, 희망 요소와 위험 요소는

감독으로서 첫 시즌 전반기를 맺으며 김진욱 감독은 “선수단 전체를 파악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길기는 했으나 기대치는 분명 높다. 후반기 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라고 운을 뗐다. 뒤이어 김진욱 감독은 “장타력과 세밀한 야구 부족이 아쉽지만 긍정적 요소가 더욱 많았다”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타격은 사이클이 있으니 그동안 저하되었다고 해도 앞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이종욱과 정수빈도 실전에서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을 뿐 배팅 케이지에서의 타격폼은 굉장히 좋아졌다”. 1군 경험이 일천했던 최주환-최재훈-허경민 예비역 트리오도 개막 당시와 비교했을 때 기량 성장폭이 확실히 컸다. 최근 흔들리기는 했으나 그래도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진을 구축했다는 점은 두산이 기대해볼 만 한 희망요소다.

변수는 부상자들의 복귀와 2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두각 여부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던 손시헌은 아직 러닝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어깨 통증으로 인해 재활조로 내려간 정재훈도 아직 불펜피칭에 돌입하지 못했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공백이 길었던 이재우는 한 경기 등판 후 3~4일 가량 쉰 뒤 다시 등판하며 감각을 서서히 찾고자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이재우에 대해 “만약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비밀병기가 될 수 있겠지만 이른 투입은 금물이다”라고 밝혔다. 부상자들의 복귀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강한 잇몸’이 되어줄 선수들의 가세가 필요한 순간. 제 감각을 찾았다가 갑작스러운 징계로 2군행을 겪은 고창성의 후반기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선발-계투 활용이 모두 가능한 우완 김상현도 페이스가 좋아졌고 지난해 잠시 셋업맨 보직을 맡기도 했던 김강률이나 사이드암 박민석, 롱릴리프-선발을 오갔던 좌완 정대현, 미완의 대기인 좌완 이현호 등도 성장 중이다. 야수진에서는 오장훈, 김재환, 국해성, 박세혁, 김동한 등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고창성, 김상현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한 1군급으로 평가할 만한 선수들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한때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던 두산이지만 화수분 입구는 누가 열어준 것이 아니라 유망주들이 스스로 연 것이었다. 유망주들의 기량 성장 여부는 고배당률 잭팟이 될 수도, 아니면 그대로 0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야수진의 전체적인 출장 기회 부여가 후반기 두산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주목할 만 하다. 선수 개개인의 근로 의욕은 물론 팀 타선의 무게감, 나아가 팀 분위기와도 직결된다. 단순한 숫자 상의 기록이 알려주지 않는 이 부분은 두산의 후반기 행보가 어떻게 될 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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