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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감독, "이대호 日 완벽 적응, 오래오래 활약하길"

SBS Sports
입력2012.08.03 08:43
수정2012.08.03 08:43

"완전히 적응이 되어있더라. 오래오래 활약하길 바란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는 퍼시픽리그 홈런(18개)·타점(62점)·장타율(0.531)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이대로라면 당당히 한국인 타이틀홀더가 된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마지막 한국인 타이틀홀더는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75년 다이헤이요에서 3할1푼9리의 타율로 퍼시픽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백인천(69) 전 MBC·LG·삼성·롯데 감독이다. 롯데 감독 시절부터 이대호를 지켜본 백인천 감독도 이대호의 일본 진출 첫 해 맹활약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 완벽한 적응, 몸쪽 승부에도 강하다

백 감독은 "이대호의 타격을 보니 일본 야구에 완전히 적응이 되어있더라. 투수의 공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타격에 맞추고 있다. 일본 투수 공략법을 터득했는지 공을 노려치는 모습이 많아졌다"며 "원래부터 공을 보는 눈과 맞히는 재주가 좋았다. 여기에 수싸움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대호는 3·4월에만 2할대(0.233) 그쳤을 뿐 5월(0.322)·6월(0.347)·7월(0.338) 모두 3할2푼대 이상의 고타율을 치고 있다.

백 감독이 보는 이대호의 강점은 두려움없는 타격이었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약점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 대비하고 극복하느냐 여부"라며 "그동안 한국 타자들은 몸쪽 공에 고전해왔다. 타석에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대호는 배터박스에 바짝 붙어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몸에 맞는 볼 5개를 기록했는데 일본 투수들의 집요함 몸쪽 승부와 위협구에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있다.

백 감독은 "야구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편하게 해주면 진다. 타석 바깥으로 벗어날수록 투수가 던질 공간이 넓어진다. 몸에 맞는 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주자가 있을 때에는 오히려 투수가 몸쪽 승부에 부담이 많다"며 "요즘 대호는 배터박스에 바짝 붙어 몸쪽으로 오는 실투 뿐만 아니라 바깥쪽까지 노려 치더라. 이제는 투수들도 쉽게 몸쪽 승부를 하지 못할 것이다. 워낙 영리한 선수라 상대의 수를 잘 읽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니혼햄전에서 사이토 유키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쳐 담장 밖으로 넘겼고, 31일 세이부전에서는 이시이 가즈히사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끌어당겨 홈런으로 만들었다. 모두 몸쪽 승부 이후 바깥쪽으로 가져간 공이었는데 이대호가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코스가 높아 실투성으로 보이지만 실투도 노리지 않으면 큰 타구를 만들기 어렵다. 백 감독이 "완벽한 적응"이라고 표현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었다.▲ 잘 나갈 때 조심, 오래오래 잘해주길

이대호는 일본 진출 첫 해부터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91경기 모두 선발출장한 그는 타율 3할7리 18홈런 62타점에 출루율(0.396)·장타율(0.531)도 정상급이다. 개막 91경기 만에 100안타를 터뜨렸는데 이는 일본 진출 첫 해 한국인 타자로는 가장 빠르게 달성한 기록이다. 첫 해부터 1975년 백인천 이후로는 누구도 이루지 못한 한국인 개인 타이틀에도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게 백 감독의 조언이다.

백 감독은 "대호가 지금까지 잘 적응했지만, 일본 투수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 연구를 하고난 뒤 다시 승부를 걸어올 때가 온다.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잘 하는 것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 상대가 어떻게 연구해올지 역으로 다음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 잘 나가는 건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해야 오래갈 수 있다. 대호는 영리하고 머리가 좋으니까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진심 어린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다.

백 감독의 바람은 이대호가 일본에서 오래도록 한국야구의 힘을 보여주며 활약하는 것이다. 백 감독은 "올해도 잘 하고 있지만 내년도 있다.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일본 기후에 잘 적응하고 오래오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잘 쌓았으면 좋겠다"며 "결국 언제나 야구 생각만 하는 수밖에 없다. 야구 선수라면 야구 중독자가 되어야 한다. 대호라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말로 제자에 대한 당부와 믿음을 보였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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