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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환 코치가 말하는 '100승 투수' 배영수

SBS Sports
입력2012.08.27 09:25
수정2012.08.27 09:25

양일환 삼성 라이온즈 2군 투수 코치는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삼성 투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환희와 좌절 그 희비를 지켜봤던 양 코치이기에 배영수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2000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는 데뷔 첫해 2패(평균자책점 6.75)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13승 8패(평균자책점 3.77)를 거두며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며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애칭을 얻기도.



양 코치는 "고교 시절에도 봤었는데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은 느낌이었다. 공은 빠른데 투구자세가 거칠었다. 마치 뛰어다니면서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고 배영수의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배영수는 2004년 17승 2패(평균자책점 2.61)를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50km대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국내 무대를 평정했었다. 정규시즌 MVP 및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 모두 그의 몫이었다. 특히 배영수는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 연장 10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막아냈다. 11회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바람에 비공인 노히트노런으로 빛이 바랬지만 당시의 활약은 8년이 흐른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때 정말 대단했었다". 양 코치는 마치 감동에 젖어 있는 듯 보였다. "정말 힘도 있었고 140km대 슬라이더를 던졌으니 말 다 했지. 알고도 못 칠 정도였다. 간간이 포크볼을 섞어 던지는 게 전부였다. 구종은 단조로운 편이지만 구위가 워낙 뛰어났으니.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타자들이 헛방망이만 휘둘렀었다".

배영수는 2005,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끈 뒤 이듬해 1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 안팎으로 떨어져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었다. 배영수는 잃어버린 구속을 되찾기 위해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었다. 그의 표현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보기 위해 알몸으로 섀도 피칭(수건이나 대나무 등을 손에 들고 투구자세를 떠올리며 허공을 가르는 훈련)을 하거나 야구공 대신 핸드볼 공을 던지며 감각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2009년 1승 12패(평균자책점 7.26)라는 배영수 이름 석 자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적도 있었다.

우승 당시 1군 투수 코치로 활동했던 양 코치는 "2006년 진통제를 맞고 등판했었다. 몇 년간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재활 과정이 참 힘든데 잘 이겨냈다. 주변에서 '이제 끝났다'는 혹평 속에서도 본인의 의지가 강해 잘 이겨냈다. 본인 스스로 극복한 게 정말 대단하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배영수의 재기 과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배영수는 26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무실점(4피안타 4탈삼진) 완벽투를 뽐내며 역대 23번째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양 코치는 "힘겨운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세운 100승이기에 더욱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엄지를 세웠다.

그러면서 양 코치는 "구속에 연연하지 않고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터득한 것 같다. 2004년에는 정말 힘도 있었지만 지금은 노련미가 돋보인다. 상대 타자의 약점을 파고 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구속이 회복된 뒤 구위가 더욱 좋아진 것 같다"고 올 시즌 호투 비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양 코치는 투수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은 컨트롤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50km를 던지든 100km를 던지든 타자를 상대해 이기면 된다. 현재 국내 야구에서는 스피드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컨트롤이 뒷받침돼야 한다".

배영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비를 들여 일본 돗토리현의 월드윙 트레이닝 센터에서 유연성 강화 훈련을 소화하는 등 일찌감치 담금질에 돌입했다.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직구 최고 147km까지 끌어 올렸고 변화구 구사 능력이 향상돼 레퍼토리가 더욱 다양해졌다.

양 코치는 배영수의 끊임없는 노력이 젊은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랐다. "예년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속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자신에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목표와 뜻이 있어야 진정한 프로다. 젊은 선수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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