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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대신 선택한’ 이재원의 값진 만루포

SBS Sports
입력2012.09.16 10:14
수정2012.09.16 10:14

그 당시만 해도 납득이 가는 선택이었다. 투수로서 바람직한 성품과 승부 근성, 경기 운영 능력을 지녔으나 팔꿈치 수술 전력의 위험을 지닌 좌완 투수와 대형 포수로 가능성을 지닌 유망주. 연고팀은 후자를 택했고 아직은 그 결과 차이가 확연하다.

그러나 아직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하지 못한 타자는 군 제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천금 만루포를 때려냈다. 데뷔 첫 만루포를 때려낸 SK 와이번스 포수 이재원(25)이 야구 인생의 새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이재원은 15일 문학 KIA전에서 4-5로 뒤지던 7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 상대 좌완 진해수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끝에 8구 째 슬라이더(137km)를 당겨 좌측 폴대를 맞고 떨어지는 역전 결승 만루포를 때려냈다. 2006년 데뷔 후 처음으로 때려낸 만루홈런으로 팀은 이 만루포로 탄력을 받으며 12-5로 대승했다.

인천고 재학 시절 이재원은 또래들 중 최고의 포수 자원으로 꼽혔다. 당시 인천 연고에서 눈에 띄던 유망주는 이재원과 동산고 좌완 류현진(한화), 그리고 이재원과 배터리를 이루던 우완 김성훈이었다. 김성훈도 2학년 시절 이미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표팀에 승선하며 일찍이 잠재력을 평가받았던 유망주. 류현진은 당당한 체구와 묵직한 볼 끝, 그리고 도망가지 않는 투구 스타일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으나 고교 시절 받은 팔꿈치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전에 투입되었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이기도 했다.

SK의 1차 지명 선택은 이재원이었고 2차 1라운드에서 김성훈을 지명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김성훈에 2순위 앞선 한화의 1라운드 신인으로 지명되었다. 다음해 최고 좌완으로 평가받은 안산공고 김광현이 있었던 데다 당시 주전 포수 박경완의 나이, 당시만해도 상무에서 예상보다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을 받았던 정상호를 감안해 SK는 이재원을 먼저 선택했다.

아직까지 SK의 선택은 류현진의 현재 엄청난 성공을 봤을 때 아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성훈은 혹사 후유증에 견디다 못해 2년 만에 자유계약 방출되고 말았으며 이재원은 ‘좌완 상대 스페셜리스트’라는 평은 받았으나 SK의 당초 기대치였던 대형 포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상 재활 중인 박경완을 제외해도 타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조인성과 정상호를 모두 1군에서 보유 중인 SK다. 현재 이재원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2009년까지 좌완 상대 3할4푼1리로 강한 면모를 비췄다는 점 정도다.

그러나 이재원의 군입대 이전 팀이 그의 포수로서 미래가치를 얼마나 주목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2007년부터 SK 지휘봉을 잡은 전임 김성근 감독은 야구에 있어 승리를 향한 완벽주의를 지향하던 지도자다. 이재원의 2년 차 시절부터 재임한 김 감독은 팀 승리를 우선시 했던 데다 특히 포수들의 기량을 눈여겨보았다. 고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포수가 이미 박경완과 정상호를 보유한 김 감독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한 야구인은 “김 감독이 이재원의 포수 능력보다 타격 자질을 높이 사 좌완 상대 전문 스페셜리스트로 출격시켰다”라고 이야기했다. 포스트시즌 선발 3번 타자로 나설 정도로 타격 능력은 인정받았으나 포수가 아닌 ‘왼손 투수 공을 잘 치는 우타자’로서 평가에 지나지 않았다. 자칫 상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더라면 미래가치 성장도도 한정될 뻔한 이재원이다.

다행히 이재원은 상무 입대 후 포수로 뛰었다. 이재원 본인도 진해수로부터 뽑은 만루포에 대해 “상무 시절 룸메이트였던 데다 포수로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투구 패턴이 낯설지 않았다”라며 풀카운트까지 가서 진해수의 패턴을 이용해 때려낸 만루포였음을 밝혔다. 진해수가 KIA의 필승조 투수가 아니고 풀카운트라는 점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냥 '공 보고 공 치기'가 아니라 포수로서 경험을 역이용해 때려낸 노림수가 만든 만루포였다.

누구도 이재원을 당장의 SK 주전 포수 감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이재원은 프로 데뷔 후 1군 포수로서 줄기차게 출장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미완의 대기다. 7년 전 SK가 류현진을 제쳐두고 행사한 1차 지명권은 아직도 대박 가능성이 유효하다.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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