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김상수의 악송구로 풀어본 주자 안전진루권
SBS Sports
입력2012.11.05 14:42
수정2012.11.05 14:42

안전진루권이라 함은 주자에게 아웃 될 염려 없이 다음 루로 안전하게 진루할 수 있는 권리가 규칙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말하는 것으로 규칙집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긴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그 권리에 대한 이해관계를 정확히 짚어내 적용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 전화나 문서상으로 안전진루권 적용에 관한 조언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있는데, 눈 앞에서 직접 벌어진 공통의 장면을 놓고도 해석이 달라지는 판에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처지에서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리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월 28일 한국시리즈 3차전(문학구장)에서 나온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악송구로 빚어진 안전진루권 상황은 안전진루권이라는 이름의 규칙이 어떠한 기준을 통해 적용되고 재단되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좋은 사례였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되짚고 넘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문제 상황의 발단은 SK가 삼성에 7-6으로 1점 뒤지고 있던 6회말 1사 1, 3루에서 3번타자 최정(SK)이 친 중전안타성 땅볼타구를 어렵게 잡아낸 유격수 김상수의 다음 플레이에서 비롯되었다.
넘어지며 가까스로 타구를 걷어낸 김상수는 우선 가까운 위치에 있는 2루를 밟아 1루주자 박재상을 포스아웃 시키려 하다 시차상 어렵게 되자 서둘러 1루로 송구했는데, 이 송구가 그만 악송구가 되며 1루수 이승엽을 지나 SK 덕아웃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일단 3루주자 임훈의 득점으로 7-7 동점을 만든 SK는 이후 심판진이 3루에 서 있던 박재상을 홈으로 불러들인 덕에 8-7로 역전에 성공,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던 한국시리즈의 방향을 접전 양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는데, 당시 1루주자였던 박재상의 득점을 인정한 심판진의 안전진루권 부여 판단기준과 근거는 어디에 있었는지가 이번 공부의 주요 골자라 하겠다.
모두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야구상식이지만, 야수의 악송구가 덕아웃이나 관중석으로 들어가면 루상의 주자에게는 7.05 (g)항의 규칙에 따라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부여되고 있다. 따라서 이날 김상수의 악송구가 덕아웃 안으로 들어간 순간, 최초 1루주자였던 박재상은 3루까지의 안전진루권을 부여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심판진은 3루에 안착해있던 박재상을 홈으로까지 들어오라고 왜 사인을 보냈던 것일까?
야수의 송구가 볼데드 지역으로 들어가 주자에게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을 인정하는 규칙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깔려있다.
‘투구 후 최초의 플레이를 하는 내야수가 악송구를 저질렀을 경우, 각 주자에게는 투구 당시에 서 있던 위치를 기준으로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부여된다. 그러나 최초의 플레이가 아닌 나머지 경우에는 악송구가 야수의 손에서 떨어진 순간 각 주자가 서 있던 위치(점유)를 기준으로 주자에게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진다.’
그런데 1루주자 박재상은 이날 무려 3개 루를 얻어 홈으로 들어왔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의 시작은 덕아웃 안으로 들어간 내야수 김상수의 악송구가 투구 후 최초의 플레이였는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상수는 타구를 잡고 송구를 하기 전, 2루를 밟아 1루주자를 포스아웃 시키려는 동작을 먼저 취했다. 그리고 나서 1루로 악송구를 저질렀다. 당연 최초의 플레이가 아니었다. 2루를 밟으려고 했던 동작이 최초의 플레이였고 악송구는 그 다음의 플레이, 일명 넥스트 플레이였다.
따라서 최초의 플레이가 아닌 경우에 적용되는 규칙, 즉 악송구가 야수의 손에서 떨어진 순간 주자가 점유하고 있던 위치가 판단기준이 된 것이었고, 김상수의 손에서 송구가 떠나던 순간, 1루주자 박재상은 이미 2루를 점유하고 있었음이 인정된 것이었다. 즉 박재상의 안전진루권 부여 기준은 1루가 아닌 2루가 시작점이었고 그래서 득점이 가능할 수 있었다. 만일 김상수가 2루를 밟으려는 동작 없이 바로 일어나 1루로 던진 것이 똑 같은 악송구로 이어졌다면 1루주자 박재상의 안전진루권은 3루까지로만 한정된다.
부연설명을 하나 더 곁들이자면, 내야수의 최초 플레이에서 악송구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타자를 포함한 각 주자가 최소 1개 루를 갔을 경우, 악송구가 내야수의 손에서 떨어졌을 때의 각 주자의 위치를 기준으로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을 부여하도록 규칙은 부기를 달아 설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정상적인 경기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2루에서 머문 타자주자 최정의 안전진루권 판단은 어떻게 내려진 결정이었을까? 1루주자의 득점이 인정된 마당에 당연 타자주자도 3루까지 보내는 것이 옳지 않았 않았을까?
그에 대한 답은 ‘악송구가 내야수의 손에서 떨어진 순간’이라는 문구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내야수 김상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진 순간 타자주자 최정은 1루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송구 된 공이 1루로 가는 도중에 최정은 1루를 지났다. 따라서 안전진루권 시작점을 1루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었고 최정의 규칙 적용 기준점은 타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3루가 아닌 2루까지의 진루만이 인정된 것이었다.
가끔 펜스에 송구가 끼어 정지된 시점 또는 덕아웃이나 관중석에 공이 들어간 순간을 기준으로 해서 주자의 안전진루권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보는데, 정확한 기준은 내야수가 결과적으로 볼데드 지역으로 악송구가 된 송구를 처음 던진 바로 그 순간이다.
송구가 땅에 바운드된 순간이나 송구를 잡으려는 야수를 통과한 순간 또는 덕아웃이나 관중석으로 들어가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 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체육야구에서도 종종 안전진루권의 해석과 적용기준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기준을 정확히 알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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