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조성환, "구대성 선배는 구름위의 존재"
SBS Sports
입력2012.11.09 08:52
수정2012.11.09 08:52

구대성은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좌완투수 레전드 가운데 한 명이다. 2009년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기에 맞상대를 해 본 선수들이 적지 않지만 그의 진가를 아는 이들은 구대성을 우상으로 우러러 봤던 고참 선수들이다. 국제대회에서 특유의 투구폼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 리그에서 구대성에 당했던 좋지 않은 기억들이 결합돼 타자들에겐 일종의 '공포의 대상'이다. 때문에 이승엽은 농담 섞인 말투로 "퍼스 히트가 결승에 안 왔으면 좋겠다. 구대성 선배 공은 정말 싫다. 10번 상대하면 8번 쯤 삼진을 당한 것 같다"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리고 8일 사직구장. 퍼스 히트와의 맞대결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더그아웃에는 가벼운 긴장감이 느껴졌다. 바로 구대성과 맞대결을 펼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홍성흔은 "생애 첫 끝내기 안타(2009년 7월 16일 사직 한화전)를 구대성 선배로부터 뽑아냈다"고 무용담을 뽐냈고, 조성환 역시 "2008년 연타석 홈런 때 송진우-구대성 선배들로부터 뽑아냈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베테랑들에게 구대성의 공을 쳤다는 건 일종의 '훈장'과도 같았다.
특히 조성환은 구대성에 대해 많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연타석 홈런을 치고 난 다음 날 구대성 선배가 오셔서 '너 배트가 뭐 잘못된 거 아니냐'고 농담삼 아 말씀하시던 게 생각난다"고 떠올린 조성환, "내가 구대성 선배와 상대해 공을 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는 실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추억했다.
여기에 구대성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에 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이제는 팀 내 야수들 가운데 최고참이 된 조성환에게 구대성이 개척한 길은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만 40세까지 현역생활을 한 구대성, 은퇴를 선언했을 때도 이미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에 불혹의 나이까지 타자들과 싸워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구대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소한 호주 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렸다. 시드니 블루삭스 유니폼을 입은 구대성은 2시즌 연속 호주리그 구원왕을 차지하며 여전히 현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조성환이기에 구대성을 보는 마음이 남다르다. 조성환은 만약 미래에 호주로 가서 선수생활을 할 수도 있겠냐는 질문에 "솔직히 이야기해서 호주에 가서 야구를 할 자신은 없다. 다만 구대성 선배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본인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신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대성을 두고 "구름 위의 존재였다"고 표현한 조성환, 이처럼 구대성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비록 8일 롯데전에서 구대성의 등판은 무산됐지만 건너편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한국야구는 보이지 않는 큰 재산을 얻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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