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골프

‘4번 타자’ 출신 이만수의 4번론은?

SBS Sports
입력2013.02.28 15:29
수정2013.02.28 15:29

호쾌한 장타와 홈런.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해결사. 야구에서 4번 타자를 생각할 때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 가운데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의 4번 자리를 지키며 강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1983년부터 1985년까지 홈런왕 3연패를 기록한 리그 최고의 타자 출신이다. 12번이나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통산 252홈런을 기록했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쾌한 스윙과 그에 이어 터져 나오는 장타는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프로야구 초창기를 상징하는 4번 타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4번 타자 출신’인 이 감독은 올해 4번 타자 때문에 고민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이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이호준이 FA를 선언하며 NC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사실 SK에는 매년 30홈런 근처를 보장할 수 있는 전형적인 장타자가 타 팀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자원도 빠져나갔으니 이 감독의 고민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이 감독은 “공갈포라도 상대 투수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좋기는 하다”라고 했다. 다만 이 감독의 이상적인 ‘4번 타자론’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 으레 4번 타자면 홈런왕을 연상하게 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미국에서는 가장 잘 치는 선수가 3번에 자리한다. 우리는 4번 타자를 팀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프로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다”고 하면서 “4번은 어디까지나 타점생산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홈런을 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주자를 불러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상황에서의 해결 능력이 중요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감독은 “나야 방망이를 시원하게 돌렸던 스타일이지만 4번은 전형적인 홈런타자보다는 중장거리 타자가 좋다”라고 자신의 지론을 덧붙였다. 장타력도 중요하지만 타율도 어느 정도는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 감독의 지론은 올해 SK 4번 타자 경쟁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홈런에 대한 기대치보다는 정확도를 좀 더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의 4번 경쟁은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조인성 안치용 박정권이 경쟁 중이다. 세 선수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어 이 감독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후보군들을 실험 중이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안치용이 4번으로, 최근에는 박정권이 4번으로 번갈아가며 출전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현 시점에서는 세 선수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앞서 나가고 있지만 다크호스의 출현 가능성도 있다. 이 감독은 “세 선수 외에도 한동민 김경근 등 젊은 선수들도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통산 네 차례 타점왕을 차지한 이 감독만한 해결사가 SK에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 타선의 폭발력과 연관된 부분으로 비중은 가볍지 않다.

[OSEN] 

ⓒ SBS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