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그게 왜 보크?’, 불문법의 성문화
SBS Sports
입력2013.03.22 09:12
수정2013.03.22 09:12

지난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에서는 NC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28)의 보크가 지적되었다. 찰리는 5회 박준서와 김문호에게 연속안타를 내주며 무사 1,3루를 만들어줬고 강민호의 희생플라이로 실점한 뒤 박종윤 타석 때 보크를 범했다.
야구규칙 8.05항에는 보크에 대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중심발의 움직임과 방향에서 견제구를 던질 것인지, 홈플레이트로 투구할 것인지 불분명하거나 타자가 채비를 갖추기도 전에 빨리 던지는 경우 등 투수가 제 본연의 투구에서 일탈행위를 했을 때 심판은 보크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쉽게 말해 ‘안 하던 짓’을 해 타자나 누상의 주자나 타자를 현혹했을 경우 보크 판정이 내려진다. 찰리의 보크는 타자가 채비를 갖추기도 전에 빨리 던졌다는 것이 이유가 되었다.
이는 과거 다니엘 리오스(전 KIA-두산-야쿠르트)는 물론 넥센 우완 김성태도 지적받았던 부분이다.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은 2007년 SK 재임 당시 리오스가 셋포지션 투구 시작 동작 후 준비하는 타이밍 없이 곧바로 투구에 들어간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크 논란을 벌였던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리오스의 소속팀은 두산. NC의 초대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은 당시 두산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김성근 감독의 항의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셋포지션 유무의 차이가 있으나 2011시즌 중에도 당시 넥센 선발진의 중추 노릇을 하던 김성태의 투구폼을 들어 박종훈 전 LG 감독(현 NC 육성이사)가 보크 논란을 제기한 바 있다. 김성태의 경우는 셋포지션이 아니라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글러브에 양손을 모은 뒤 곧바로 투구에 들어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성태의 경우는 경고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찰리와 리오스, 김성태의 경우 타자에게 투구를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할 만한 시간과 동작을 주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퀵피치를 했을 경우 보크를 지적받는다"라고 명시되기는 했으나 개개인의 투구폼이 달라 무엇이 퀵피치 유무를 가늠하는 지 글로 규정된 것은 없다.
퀵피치 외에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투구폼의 일관성이 깨졌을 때. 2011년 5월 경 삼성 좌완 차우찬은 두산과의 경기에서 보크를 지적받았다. 유주자 시 허리 높이에서 두 손을 모으고(1단계) 가슴 쪽으로 양손을 들어 올린 후 던지는 2단계의 평소 동작이 아니라 곧바로 가슴 높이에서 양손을 모았다 던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두 번의 단계별 동작이 타자에게 ‘나 던질거다’라는 의미를 주고 있었는데 그 암묵적 채비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관적으로 투수의 투구폼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지 않는 한 지적받기 쉽지 않은 보크였다. 견제인지 투구인지 알 수 없는 축발 관련 보크라면 엄연히 규정집에 명시되어 있는 성문법이고 그만큼 팬들도 지적 부분을 쉽게 잡아낸다. 그러나 대체로 상체에서 이뤄지는 동작에 관한 보크는 투수 개개인의 투구 스타일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동네 야구나 야구 만화가 아닌 이상 투수가 “간다” 포효하고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타자와 주자는 투수의 행동거지를 통해 투구에 돌입했는지 스스로 준비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투수가 셋포지션에서 어떤 투구폼으로 일관되게 던지는 지 성문화된 부분은 없다. 선발 투수가 경기에 앞서 “셋 포지션 시 제 투구폼 상체는 이렇습니다”라며 상대 타자들에게 쇼케이스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상대팀에서 선발투수의 투구폼과 패턴을 주도면밀하게 비디오 분석하는 것이다.
결국 성문화되지 않은 불문법적인 습관 등을 보고 상대 투수의 투구 양식을 추론한 뒤 타자와 주자, 혹은 상대팀 벤치가 “안 하던 짓을 했다”라며 보크에 대한 항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규정되지 않은 습관에서 일탈 행위가 일어났을 때 지적받는 보크는 현장에서도 잡아내기 쉬운 것은 아니다. 보크 여부에 대해 아직 물음표를 붙이는 일도 많은 이유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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