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골프

오지환, “LG 유격수=오지환 되게 하겠다”

SBS Sports
입력2013.06.28 13:46
수정2013.06.28 13:46

올 시즌 LG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불안했던 마운드가 평균자책점 부문 리그 1위에 자리할 만큼 강해졌다. 일부 선수들에게 편중됐던 방망이도 두터워진 야수진으로 인해 고르게 터지고 있다. 고질병이었던 수비 역시 야수진 실책 32개로 두산과 공동 4위, 눈에 띄게 안정됐다. 특히 내야진은 더블플레이 65개를 만들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LG 내야진의 중심에는 오지환(23)이 자리 중이다. 2년차에 불과했던 2010시즌 일찍이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오지환은 지난 시즌까지 3년 내내 수비력과 관련된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프로 입단 후에야 본격적인 유격수 수업을 받았고 LG에 마땅한 유격수 대체 자원이 없었음에도 그를 향한 시선은 팀 성적과 맞물려 냉정하기만 했다. 그래도 오지환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비난의 목소리만큼 훈련 시간을 늘렸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땅볼타구를 받아냈다. 손톱이 깨지고 손에서 피가 나도 결코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오지환의 이런 모습을 두고 한 야구 지도자는 “오지환이 도약하는 순간, LG의 도약도 이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현재 그의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공수주에 고르게 분포된 오지환의 무한 잠재력이 하나씩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 리그 정상급 1번 타자로 그라운드를 휘저었고 5월 이후에는 유격수 중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뽐내는 중이다. 4월 한 달은 완전히 뒤바뀐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애를 먹었지만, 그라운드 적응이 100% 완료되면서 역동적이면서도 안정된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LG는 오지환의 진화와 더불어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 등 시즌 개막부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활약으로 에너지가 가득하다. 타격과 주루플레이에 두루 능한 이들은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은 물론, 빠른 다리로 상대의 빈틈을 공략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오지환 홀로 지켰던 신예세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LG도 두터운 선수층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오지환은 이들과 반갑게 머리를 맞대며 LG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경기에 관한 여러 가지를 함께 의논한다. 아직 1군 경험은 내가 선재보다 많은 만큼, 수비할 때 최대한 도와주려고 한다. 상대 타자나 주자가 빠른지 느린지, 원정 경기 때 이 구장의 그라운드 상태는 어떤지 등을 말해준다. 용의형에게는 반대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용의형도 빠르고 나도 도루를 좀 하니까 경기 전에 상대 투수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만일 상대 선발투수의 퀵모션이 느리다는 게 명확히 드러나면, 서로 과감하게 뛰자고 한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지금까지 1번 타자로 출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장타력과 주력을 동시에 겸비, 새로운 유형의 1번 타자로 꼽히고 있지만 기복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1번 타자로 막 변신했던 작년 7, 8월 타율 2할9푼4리로 활약하다가도 9월부터는 2할2푼7리로 떨어졌다. 올 시즌도 4월까지 타율 3할7리 출루율 4할1푼9리를 찍었으나 5월부터 타율 2할5푼2리 출루율 3할4푼3리를 기록 중이다. LG 김무관 타격코치는 4월 중순 오지환을 두고 “1번 타자보다는 몇 년 후 우리 팀의 3번 타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초에는 내가 봐도 거침없었다. 내가 직구에 늦으니까 상대 투수들이 초반부터 변화구를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김선우 선배님이나 배영수 선배님, 장원삼 선배님 등 컨트롤이 좋은 투수들은 무조건 카운트부터 잡고 가려고 했다. 그걸 역으로 노려 적극적으로 휘두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1번 타자를 하고 있는데 1번 타자가 내 자리는 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이)대형이형도 점점 좋아지고 계시고 대형이형이 쌓아놓은 이미지가 있으니까 나는 잠시 팀을 위해 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1번 타자 자리가 부담되지는 않는다.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
 
반면 일취월장한 수비와 관련해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몇 년 동안 심하게 자신을 억누르던 수비 부담에서 마침내 벗어난 모습이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유지현 수비코치와 격려를 보내는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망이도 중요하지만 포지션상 수비에 포커스를 맞추고 신경 쓰고 있다. 물론 아직 모른다. 올 시즌 내 수비에 대한 평가는 시즌이 끝나고 나서 내려지는 게 맞다. 그래도 남 몰래 땀 흘리고 훈련했던 게 이제부터라도 돌아오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수비할 때 여유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동안 나만큼이나 유지현 수비코치님도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정말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정현욱 선배님께서 내 어깨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고 하시더라. 물론 어깨가 좋다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타이밍이 늦었는데도 송구해서 악송구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송구가 뛰어난 것은 분명 나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올 시즌부터 새롭게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2루수 손주인과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손주인으로 인해 수비 부담을 덜었고 잠실구장 그라운드 문제도 이제는 해결됐다고 웃었다.

“주인이형이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주인이형도 어깨가 강하기 때문에 릴레이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또한 더블플레이를 만들 때 내가 못 던져도 잡아서 빠르게 처리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내 실수를 주인이형이 덮어주곤 한다. 잠실구장 그라운드는 적응의 문제였던 거 같다. 시즌은 시작됐지만 거의 사용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새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래서 매일 30분 일찍 와서 그라운드 적응 연습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또한 김상수 허경민 안치홍 등 프로 동기들과의 경쟁, 그리고 2014 아시안게임 엔트리 합류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밝혔다.

“예전에는 동기들의 활약을 의식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식하지 않는다. 이제는 다들 리그 정상급선수이자 각 팀의 주전이다. 그만큼 다른 이를 바라보기 보다는 나 자신에게 충실해야할 시기라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 나는 내 자신과 싸우기 바쁘다. 계속 더 좋아지기 위해 하나씩 채우고 있다. 동기들과 비교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안다.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시안게임은 솔직히 의식하고 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목표로 삼고 있다. 야구를 더 잘한다면 잘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발전하기 위해 내 자신에게 보다 집중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오지환은 팀 성적과 개인 기량 향상을 모두 이루고 있는 올 시즌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고 했다.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부담도 내려놓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팀의 주축 선수로 확실한 믿음을 주고 LG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고 덧붙였다.

“팀 성적도 좋고 에러가 안 나오는 것도 좋다. 정말 즐겁다. 사실 수비 하나로 이렇게 칭찬 받을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홈런 같은 것으로만 칭찬 받고 주목 받았다. 근데 홈런은 어떻게 치다보니까 많이 나온 것이다. 지금 내게 홈런보다 중요한 것은 수비다. 이 정도 수비력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내 타격은 우리 팀에서 보통 정도다, 그래도 팀은 잘 돌아가고 있다. 내가 수비에서 역할만 잘하면 그만큼 우리 팀도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목표도 수비에서 팀에 확실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LG 유격수하면 오지환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잘 돼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사실 나는 잘 모른다. 10년 동안 경험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 팀이 4강에 들면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게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 팬들의 비난이나 시선이 바뀔 수 있다는 것 등이 기대된다. 아마 큰 감동이 밀려올 것이다.” 
 
[OSEN]

ⓒ SBS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