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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야구의 ‘포구(捕球)’, 그 아리송한 원리

SBS Sports
입력2013.08.27 13:14
수정2013.08.27 13:14

//img.sbs.co.kr/newsnet/espn/upload/2013/08/27/30000310808.jpg 이미지선수와 일반인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야구를 접할 때, 그 첫 경험은 흔히 캐치볼이라 불리는 공 주고받기로부터 시작된다. 야구용어로 설명하자면 일명 ‘포구(捕球)’다.

그런데 야구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 포구의 인정여부를 놓고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야구에서조차 종종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기본이라고 포구를 쉽게만 볼 일은 아닌 듯싶다.



그간 두어 차례 타구 및 송구에 대한 포구와 네이버 후드 플레이(일명 넥스트 플레이)의 경계선상에서 포구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팀과 심판진 간에 이견이 생겼을 때마다 포구의 원리를 살펴본 바 있지만, 지난 8월초에 잇달아 벌어진 포구 논란에 관한 장면은 포구에 대한 또 다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점에서 잠시 그 원리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지난 8월 11일 두산과 LG의 잠실 라이벌전에서 있었던 포수 양의지(두산)의 포구 인정여부건이다. 양 팀이 선발 노경은과 신재웅의 호투 속에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7회초 LG의 공격에서 나온 상황으로 주자는 1사 1,3루.

LG의 1루주자였던 김용의가 도루를 시도하다 런다운에 걸린 사이, 3루주자 이대형이 홈으로 돌진했고, 포수 양의지는 1루수의 송구를 받아 주자를 태그한 뒤 공이 쥐어진 손을 들었지만 주심의 판정은 노 캐치에 의한 주자 세이프.

타이밍상 아웃 가능성이 높았던 장면에서 세이프 판정이 내려지자 두산의 김진욱 감독이 그라운드로 달려 나왔고 포수 양의지도 분명한 태그였다며 주심에게 어필했지만 주심의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화면에 비친 상황을 보면 포수 양의지가 송구를 잡아 태그를 하는 당시, 분명 공은 품 안에 있었지만 미트 안에서 고정되어 있지 못하고 미트 밖으로 솟아올라 완전한 포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으로, 주심의 눈은 이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야구규칙상 포구(catch)의 정의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타구나 송구를 손 또는 글러브로 확실하게 잡는 행위~.’

또한 영문으로 된 규칙표현은 아래와 같다.
‘~in getting secure possession~’

짐작되겠지만 이들 규칙이 말하고자 하는 포구에 과한 주된 의미는 공의 소지가 아니라 ‘확실한 소지’이다.

양의지의 태그 당시 포구 상태는 공이 미트 안에서 놀고 있는 상태로 확실한 소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야수가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할 때, 캐치 후 땅이나 펜스 또는 다른 야수와 충돌하는 바람에 공이 글러브 밖으로 빠져 나왔을 경우, 이를 정당한 포구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야수가 확실히 소지한 상태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8월 14일 문학구장 SK와 KIA의 경기. 이번에는 파울 팁 상황을 두고 KIA 선동렬 감독의 어필이 있었다. SK가 4-0으로 앞서던 4회 말, 정상호가 타석에 들어섰고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에 그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방망이에 닿은 공은 KIA 포수 이홍구의 미트를 스쳐 지난 후, 다리 안쪽으로 사라져버렸다. 화면으로 공이 땅에 떨어지지는 않은 상황.

잠시 후 이홍구는 공을 꺼내 들고 타자의 삼진임을 요구했지만 주심은 흙이 묻어있는 상태인지를 잠깐 확인한 뒤 파울 볼로 선언했다. 땅에 공이 닿았다면 파울, 그렇지 않다면 파울 팁이 인정되는 상황이었다.

야구규칙의 파울 팁에 관한 규정에는 ‘타구가 최초에 포수의 미트나 손에 닿은 뒤 튀어나가더라도 땅에 닿기 전에 잡으면 파울 팁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파울 팁에 관한 판단은 시각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워낙 어려운 사안이고, 더욱이 포수에 가려 빗맞은 타구가 땅에 떨어졌는지 아닌지를 가려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어찌되었든 주심의 판단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결과적인 판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파울 팁 역시 범주상 포구에 관한 상황이다. 포수가 잡은 공이 정당한 포구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일에 속하기 때문이다.

파울 팁 규정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초에 포수의 손이나 미트에 닿았는지 여부라 할 수 있다. 방망이에 스친 파울 타구를 아무리 포수가 땅에 떨어지지 전에 직접 잡았다고 하더라도, 손이나 미트에 닿지 않고 프로텍터나 마스크 등에 먼저 맞고 나온 공을 잡았다면, 이때는 정규의 파울 팁, 즉 포구로 인정받을 수 없다.

상황을 확대해 파울 타구가 포수의 미트에 닿고 튀어 오른 다음, 뒤에 서 있는 심판원의 마스크에 맞았다 하더라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이를 건져내면 정규의 포구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처음에 포수의 손이나 미트에 닿고 안 닿고의 문제가 왜 중요한 것일까?

이는 가능성에 관한 인정문제다. 처음 파울 타구가 포수의 손이나 미트에 닿았다면 포수가 잡을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간주해 주는 것이다. 아예 닿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는 이유는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2009년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롯데의 잠실경기에서 볼카운트 1B-2S 때 장성우(롯데)의 파울 팁 타구가 두산 포수 용덕한의 옆구리에 끼이며 아웃으로 인정된 바 있는데, 당시 주심은 타구가 용덕한의 미트에 스친 뒤 옆구리에 끼인 것으로 간주, 타자의 아웃을 인정했던 일이다. 만일 그때 파울 팁 타구가 처음 포수의 미트에 스치지 않았다면 장성우는 규정상 아웃이 아니다.

물론 파울 팁 타구가 직선으로 포수에게 가지 않고, 포수 머리 위로 솟으면 이때는 파울 팁이 아닌 파울 플라이가 되어 일반 타구로 성격이 변질된다.

이처럼 아주 단순한 개념인 야구의 ‘포구’에는 이와 같은 다소 복잡한 원리들이 숨어있다. 포구에 관련된 애매모호한 상황이 나올 때마다 이러한 원리들을 알고 접근한다면 실전경기에서나 야구관전에서나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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