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홈런’ 발렌틴, 과연 견제 파도는?
SBS Sports
입력2013.09.12 16:13
수정2013.09.12 16:13
발렌틴은 지난 11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홈경기에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팀이 0-6으로 지고 있던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히로시마 선발 오타케 칸의 3구째 147km 직구를 밀어 때렸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였다.
역대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인 55홈런과 타이기록을 썼다. 지난 1964년 오 사다하루(왕정치, 요미우리), 2001년 로즈(긴테쓰), 2002년 카브레라(세이부) 등 3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발렌틴은 단 한 개의 홈런포만 쏘아 올리면 일본프로야구 야구사를 새로 쓰게 된다.
현재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 사다하루는 대만 국적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사실상의 일본인이나 마찬가지다. 오 회장이 55홈런을 때려낸 뒤 21년이 지난 1985년 한신의 외국인 타자 랜디 바스가 3할5푼의 타율과 함께 54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바스는 일본 투수들의 극심한 견제 속에 타이기록조차 세우지 못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본 리그 내 가이진(外人)에 대한 순혈주의가 극심했던 시기다.
2000년대가 되어서도 일본 투수들은 55홈런 기록을 넘어서려던 외국인 타자들에게 더 이상의 기록을 허락하지 않았다. 2001년 긴테쓰의 외국인 타자 터피 로즈는 그해 55홈런까지는 성공했으나 더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지는 못했다. 3할2푼7리 55홈런 131타점으로 긴테쓰의 퍼시픽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로즈는 이미 그 때만 해도 6년차 외국인 선수였던 만큼 일본에서의 처세를 알고 있었고 “왕정치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자체가 영광”이라며 애써 웃었다.
이듬해 세이부의 알렉스 카브레라도 55홈런까지는 성공했다. 그 당시 카브레라는 8.13타수 당 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일본 한 시즌 50홈런 타자 중 가장 빠른 페이스를 보여줬다. 가장 신기록에 가까이 갔던 타자였으나 이번에도 일본 투수들의 극심한 견제가 이어졌다. 울분을 참지 못했던 카브레라는 다이에(소프트뱅크의 전신) 전서 고의 볼넷 출루 후 후속타자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다이에 포수 다구치를 가격해 피를 쏟게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다이에 감독은 오 회장이었다.
일단 발렌틴에 대한 일본 리그의 반응은 이전보다 호의적인 해빙기다. 오 회장도 발렌틴에 대해 “신기록 달성은 시간 문제다. 상대 투수가 대결을 피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발렌틴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가 어디까지 갈지 기대하며 지켜보자”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 투수들이 과연 그 대기록의 길을 순순히 내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외국인 타자에게 일본 한 시즌 최고 기록을 내주면 투수 입장에서는 희생양으로서 계속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지금은 한국 리그에서 사라진 외국인 타자가 훗날 이승엽(삼성)의 56홈런 기록에 도전할 경우. 국내 투수들은 견제 없이 편하게 그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발렌틴의 56홈런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아니면 이전의 선배들처럼 극심한 견제를 이기지 못하고 타이 기록에 만족하게 될 것인가.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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