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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우, "비운의 스타 잊어달라, 최고 추억은 한화"

SBS Sports
입력2013.12.24 09:06
수정2013.12.24 09:06

"비운의 스타는 이제 그만 잊어달라". 

프로야구 마지막 신인 3할 타자로 활약한 베테랑 외야수 강동우(39)가 지난 23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경북고-단국대 출신으로 지난 1998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하며 프로 데뷔한 그는 두산-KIA를 거쳐 한화에서 16년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한화에서 방출된 뒤 새로운 팀을 찾았지만 나이 때문에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현역 은퇴를 결정한 강동우는 "비운의 스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비운의 스타는 그만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 그때 그 부상이 없었더라면
1998년 10월16일 대구구장. 삼성 신인으로 3할 타율을 때리며 1번타자로 펄펄 날았던 강동우에게 생각지도 못한 불운의 그림자가 덮쳤다. LG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중견수로 출전한 강동우는 이병규의 홈런성 타구를 잡으려는 과정에서 딱딱한 펜스에 부딪쳐 왼쪽 정강이뼈가 으스러졌다. 정강이 복합골절수술을 받고 2년 가까이 재활을 거칠 정도로 큰 부상. 야구계에 펜스의 위험성을 알려준 안타까운 사례로 지금까지 언급된다. 
재활 이후 풀타임 주전으로 오랜기간 활약한 강동우였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그때 그 부상이 없었다면 더 큰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강동우는 "부상 당하기 전까지 한창 자신감에 있을 때였다. 부상 이후 가치가 떨어져 나중에는 트레이드도 됐다. 부상 때문에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사람일이라는 게 예측불허이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비운의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했다. 오히려 시련을 통해 더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한 팀에서만 계속 뛰었다면 몰랐을 것이 많다. 여러 팀을 옮겨다니며 벼랑 끝에 있었던 적이 많다. 부상도 당하고, 부진도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봤기에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도 많다"는 게 강동우의 말. 시련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그가 있었다. 

▲ 삼성도 좋았지만 최고 추억은 한화
강동우에게 최고로 찬란했던 시절은 역시 삼성 때였다. 1번타자로 맹활약하며 지금까지도 마지막 규정타석 신인 3할 타자로 남아있다. 재활 이후에도 5년간 삼성의 풀타임 주전으로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강동우는 "삼성에서 1차 지명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고향팀의 부름을 받아 뜻 깊었고 좋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삼성팬들에게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있다. "부상을 당한 이후로 크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팬들이 오랫동안 기억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여곡절이 많은 시기였다"는 게 강동우의 말. 삼성을 떠난 이후 2006~2007년 두산을 거쳐 2008년 KIA, 2009년 한화로 저니맨 생활도 이어졌다. 그런 강동우를 다시 일으켜세운 곳이 바로 한화였다. 

강동우는 "최고로 추억에 남는 팀은 한화다. 5시즌밖에 뛰지 않았지만, 한화에서 내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삼성에서는 어릴 때라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한화에 오기 전까지 경기도 못나가고 어려울 때였는데 김인식 감독님과 한화에서 기회를 줬다. 독하게 마음 먹고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마음가짐을 바꿔준 팀"이라며 "한화에서 1000경기-1000안타 기록도 세우고, 여러모로 좋은 기억이 많다. 올해 2군에 있을 때에도 이정훈 감독님과 이상군 코치님이 좋은 말씀과 많은 배려를 해줘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정승진 사장님과 구단 분들도 챙겨주신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 은퇴 결심, 약속 지키지 못해 죄송
강동우는 지난달말 한화에서 방출된 후 타팀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내년이면 만 40세가 되는 나이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주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그는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몇 살만 더 젊었더라면 테스트라도 했을텐데 아쉬웠다"며 "기대해주신 분들께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진로를 모색할 예정. 한평생 야구를 해온 만큼 지도자 생각도 당연히 갖고 있다. 그는 "그동안 힘들게 운동을 했으니 이제는 좀 쉬고 싶다.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웃은 뒤 "지도자도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쳐보는 것도 좋다. 아직 결정난 게 없으니 쉬면서 생각해보겠다. 휴식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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