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투, ‘우즈 그림자’ 벗어날 수 있을까
SBS Sports
입력2014.01.20 11:47
수정2014.01.20 11:47

두산은 지난 겨울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이에 송일수 감독은 "빠져나간 선수들의 2013년 총 타석이 1000타석 정도 되는데, 새 외국인타자가 500타석 정도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작년 두산에서 500타석을 넘긴 건 홍성흔과 김현수 단 둘 뿐, 새 외국인타자 호르헤 칸투(32)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칸투는 타이론 우즈, 에드가 캐세레스, 트로이 닐, 마이크 쿨바, 이지 알칸트라, 맷 왓슨에 이어 두산(OB 포함) 역사상 7번째로 입단한 외국인타자가 됐다. 칸투 이전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마지막 외국인타자는 2009년 왓슨으로 고작 10경기에서 타율 1할8푼4리 2홈런 6타점만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두산에는 여전히 우즈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두산 외국인타자 중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우즈는 한국 프로야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선수다. 1998년 OB에 입단,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으나 시즌 중반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 적응을 마치자 놀라운 타격능력을 보여줬고 결국 42개의 홈런을 때려내 당시 장종훈이 갖고 있던 시즌 최다홈런(41개)을 경신했다.
2002년까지 활약한 우즈는 4년 연속 100타점을 넘겼고 5년 통산 174홈런을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우즈의 활약이 더욱 놀라운 점은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기록적인 홈런 레이스를 보여줬다는 데 있다. 우즈 이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타자는 모두 '제 2의 우즈'로 기대를 모았지만 누구도 우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칸투는 어떨까. 칸투와 우즈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일단 메이저리그 경력은 칸투가 월등한데 통산 104홈런을 기록한 강타자였다. 반면 우즈는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했고, 선수생활의 기로에서 한국행을 택해 성공을 거뒀다. 우즈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칸투와 우즈 모두 미국에서 방망이 하나만큼은 인정받았지만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던 선수들이다. 칸투의 메이저리그 통산 UZR(Ultimate Zone Rating, 팬그래프 참조)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그나마 1루수로 출전했을 때에는 간신히 0을 넘겼다. UZR은 선수의 수비 종합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데, 얼마나 팀 실점을 줄이는데 공헌했는지를 보여준다.
우즈도 칸투와 상황이 비슷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않아 정확한 UZR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마이너리그 통산 10년 동안 수비를 본 게 660경기에 불과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1997년에는 1루수로 단 2경기에만 나섰을 뿐이다. 당시 우즈는 보스턴 산하 트리플A 팀에 있었는데, 수비에 약점이 있는 우즈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당시 보스턴 주전 1루수가 강타자 모 본이었기 때문이다.
우즈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적응력이다. 현장에서는 외국인선수의 성패가 적응력에서 갈린다고 말한다. 기량이 50, 적응력이 50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즈는 시즌 초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에 곤욕을 치렀지만, 적응을 끝마치자 무서운 활약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즈가 한국야구를 인정하고 존중했기에 가능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칸투도 자세를 낮추고 팀에 녹아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찌감치 애리조나 두산 캠프에 합류한 칸투는 친화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특히 "WBC 대회 등을 통해서 한국야구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한 훌륭한 야구를 하는 나라에서 나를 찾은 것에 감동을 받았다. 또 좋은 선수들이 많아 나 자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한국야구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칸투는 두산 팀 훈련에서 코치와 주변 사람들에게 '내 타격폼이 이상하면 즉시 조언을 해 달라'고 자청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몇몇 외국인선수들은 자존심을 앞세워 이런 말조차 하지 않지만, 칸투는 약점보완과 한국 프로야구 적응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칸투가 보여준 모습은 한국에서 성공한 외국인선수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말 몇 마디를 배워 적극 활용하고 있고, 동료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칸투의 2014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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