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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학생 운동선수 학습권 보장제 실태와 진단

SBS Sports 정진구
입력2014.04.22 01:59
수정2014.04.2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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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10시 목동 아이스링크. 서울의 A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이 이른 아침부터 훈련 중이었습니다.

평일 오전이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입니다.

이 학교 체육부장 교사와 통화가 됐습니다.


[인터뷰:A고교 체육부장]

"링크장이 팀 수에 비해 워낙 부족하다 보니까 대관 시간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부득이하게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선수를 위해 학교는 별도의 보충수업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학교 역시 방학 중 보충수업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9일 서울의 B고등학교. 평일 이른 아침, 이 학교 야구부 선수들은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합니다.

이날 오후 1시에 천안에서 연습경기가 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교야구는 평일에 학생선수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주말리그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평일에도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빈번 합니다.    

17일 오전 서울 C고등학교.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제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취재진은 사전 연락 없이 학교를 찾았습니다.

이 학교 축구부 코치는 처음에 학생들이 수업 중이라고 말합니다.


- (축구부원들) 수업 다 들어갔나요?


[인터뷰:C고교 축구부 코치]

"지금 수업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잠시 후 몇명의 학생들이 교실이 아닌, 축구부 합숙소에서 나옵니다.

추리닝 차림에 잠에서 덜 깬듯한 모습입니다.

결국 C고교 교감은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인터뷰:C 고교 교감]

"원칙대로하면 수업 받는게 맞는데 선수들이 시합을 뛰기 위해서는 수업을 못 받더라도 감독이나 코치가 원하면 그걸 막기는 어렵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또 다른 서울의 D고등학교.

오전 수업이 채 끝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학교 밖에 있는 합숙소로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심지어 이 합숙소는 교육부의 인가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D고교 축구부 감독]

"저희가 지금 (교육청에서) 숙소의 인가를 못 받았어요."


학습권 보장제를 뿌리 내리기 위해 현장 점검과 지도자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 중인 서울시 교육청은 스포츠센터S의 취재 내용을 확인한 후 무척 곤혹스러워 합니다.


[인터뷰:서울시 교육청 관계자]

"고등학생들이 자고 일어나서 수업을 아예 안 들어가고 눈 비비면서 운동하러 나간다는 게 충격입니다."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단순히 학생선수의 정규수업 이수만 의무화 하지 않습니다.

최저학력 기준을 정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지 못하면 전국대회 출전이 제한됩니다. 이미 중학교까지 시행 중이며 고등학교는 내년부터 이 제도가 도입됩니다.

제도 도입이 코앞이지만 정작 고교 학생선수들은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최저학력제 알아요? 일정 점수 안되면 국내 대회 출전 못하는 제도 몰라요?


[인터뷰:고교 축구선수]

"아니요.  잘 몰라요."


학습권 보장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 적잖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조금씩 정착은 되고 있지만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H고 축구부 코치]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길이 좁은데 지금 공부를 하라고 하면 운동을 하겠습니까?"


학습권 보장제는 운동을 잘하는 소수를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다수를 위한 것입니다.

명지대학교 1학년 때까지 농구를 하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이종진씨.

그는 현재 학교를 다니며 부친이 운영하는 호프집일을 돕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농구스타 꿈을 꾸었던 이씨는 막상 운동을 못하게 되자 큰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인터뷰:이종진 / 전직 농구선수]

"그동안 해왔던 운동들이 무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업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막상 그만두니까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니까... 허무했죠."


중고등 학교 시절 공부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이종진 / 전직 농구선수]

"학교 가서 잠만 자고 운동만 하고 계속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는데 그런것보다는 학교 친구들과 조금 더 어울릴 수 있고 공부를 하더라도 기초정도는 할수 있게끔 학교에서도 지원이 필요해요."


수업에 참여해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학교가 도와주지 않는 분위기. 학생선수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터뷰:전직 농구선수]

"코치나 감독 선생님들이 수업은 3교시까지만 받게 하고 체육관으로 와서 운동할 준비를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영어 공부라든지 다른 공부들이 운동하면서 병행하지 못했던 게 후회가 됩니다."


[인터뷰:김강남, 전직 고등학교 축구 감독]

"운동만 잘해서 평생이 보장이 된다면 그것도 조금 아이러니한 일이고... 너무 사회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사회에 격리되있는 운동기계로만 만드는 안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스포츠 선진국인 북미의 경우, 학생선수들은 운동과 학업의 병행이 당연시 됩니다.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 얼마든지 진로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에 진학한 뒤 스포츠 스타가 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런 선수가 있습니다. 덕수상고까지 앨리트 야구 선수로 뛰었던 이정호. 2012년 겨울 서울대에 당당히 합격해 화제가 됐습니다.

장래 스포츠 행정가가 목표지만 프로야구 선수의 꿈도 포기 하지 않고 있는 이정호는 운동과 학업의 조화를 이뤄낸 좋은 예입니다. 


[인터뷰:이정호, 서울대 야구부 선수]

"선수가 공부를 하려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저같은 경우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했지만 운동만 한 친구들은 기본기가 없다보니 따라오지 못하고..."


학습권 보장제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학원스포츠는 학생 선수를 오직 운동에만 매몰시켰습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 공부에 좋은 성적을 내라는 것이 아니거든요. 운동을 열심히 하되 책 읽는 습관... 예를들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운동하는것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자는 얘기죠."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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