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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한 경기씩 치렀을 뿐인데 온갖 걱정과 기대가 오고 간다. 무리뉴 첼시 감독의 독설은 마치 개막을 알리는 개회사처럼 팬들에게 열광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렸고, 그렇게 선사된 각 팀의 개막전에서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예상대로였던, 혹은 예상을 벗어났던 첫 번째 라운드를 통해 상위권을 다툴 다섯 팀들의 38라운드 이후의 미래를 섣부르게나마 예측해보자.


♦ 아스날 (예상 순위 : 3위)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구애를 멈추지 않았던 벤제마의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후 아르센 벵거 감독의 시선은 다음 시즌을 보고 있는 듯 하다. 현재 노리는 선수들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음 여름이야말로 그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는 영입 대상들이 이적 시장에 쏟아져 나올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적 시장에 갑작스러운 변동이 없는 이상 올 시즌은 살생부 작성에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트로피를 향해 손을 뻗어보겠지만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등 중앙 라인에 하나씩 메우지 못한 빈자리를 굳이 필요 이상의 돈을 들이거나 불만족스러운 매물로 채우기 보다는 기존의 선수들에게 한 시즌 더 기회를 부여한다면, 팬들도 내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스날의 걱정거리 역시 감독이다. 그 어느 때보다 수적으로는 풍족한 공격 1선과 2선 자원을 보유하게 된 아스날이지만, 정작 벵거는 적절한 시기에 휴식을 부여하는 성격이 못 된다. 근래 늘 성적의 압박에 쫓긴 벵거는 완전하지 못한 몸 상태의 선수들을 몰아붙일 때가 많았고, 올 시즌 역시 아킬레스 건이 좋지 못한 코시엘니를 터키 원정에서 빼지 못했다. 더군다나 벵거는 산체스에게 월콧이 복귀할 때까지는 그의 역할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을 테지만 정작 산체스는 갈피를 못 잡고 있으며 최전방에서는 지루와 사노고가 팀원들의 사기를 꺾어버리고 있다.

벵거가 다음 여름 원하는 만큼의 영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 시즌 적어도 우승팀과 승점 3점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팀이 우승 경쟁자로서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선수들에게 충분히 매력을 가진 팀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필수.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첼시와의 맞대결이다. 혹여 파브레가스에게 결승골이라도 얻어맞는다면 팬들의 성화는 당사자에게만 머물지 않을 것이기에.


# 눈여겨볼 선수 : 아론 램지

이미 EPL 최고 수준의 박스 투 박스 형 미드필더로 거듭난 램지는 람파드 이상의 선수가 될 재능을 갖추고 있다. 롱 패스와 중장거리 슈팅력에서 보완이 필요하지만 수비 기여도와 활동량, 패스 정확도 등 많은 면에서 이미 람파드를 능가하고 있고, 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 발휘되는 영웅 본능에서도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그러나 람파드를 넘어서기 위해 램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팀을 이끄는 능력. 그라운드 위에서 동료들에게 변화를 줄 수 있고, 팀의 공격을 조였다 풀 수 있는 조절 능력을 기르는 시즌이 되어야 한다.


# 취약 포인트 : 미켈 아르테타

아르테타는 EPL 상위권 팀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 82년 생의 나이와 많은 부상 경력으로 인해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그의 운동능력이지만 커뮤니티 쉴드와 개막전을 통해 보여준 그의 발전은 놀라웠다. 그 누구보다 일찍,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을 통해 감독에게 인정받으며 주장완장으로 그 신뢰를 확인한 아르테타는 공중볼 경합과 활동 영역 등 어쩔 수 없이 떨어진 순발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오히려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비 라인에서 램지에게 연결되는 결정적인 고리 역할을 하는 만큼 상대에게 집중 공략당해 팀 전체가 고전했던 지난 시즌의 경험이 되풀이 되거나 부상으로 인해 이탈할 경우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여전한 고민거리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보강을 시도했지만 결국 기존의 선수들을 믿기로 한 벵거에게는 아르테타의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한 과제였기에 아르테타가 부상으로 결장이 확실시된 시즌 초반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 첼시 (예상 순위 : 1위)

비록 개막전에서 월드컵 출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지 않은 무리뉴 감독이긴 하지만 시즌 준비가 가장 잘 이루어진 팀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가장 시급한 포지션에 가장 수준 높은 영입을 성사시켰으며 이들은 무서울 만큼 깔끔하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강도 높은 압박을 선보임과 동시에 빠른 템포의 공격을 시도했는데, 마치 델 보스케에게 ‘파브레가스와 디에고 코스타는 이렇게 쓰는 거야’ 라고 주장하는 듯 했다.

사실 첼시는 전반전 아주 빠른 공격을 시도하면서 세 골을 성공시켰지만 대신 많�� 패스미스가 있었다. 이 결과 6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높다고 할 수 없는 83%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는데 (반면 점유율 56%의 리버풀은 86%, 55%의 맨체스터 시티는 87%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점유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한 시도를 즐긴 후 강도 높은 압박으로 빠르게 공을 되찾아 다시금 곧바로 위험 지역에 투입하는 양상을 반복한 때문이다. 결국 전반전 동안 7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생산했고, 그 중 세 개를 골 망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빠른 역습을 주무기로 사용한 아스날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파브레가스와 디에고 코스타에게는 안정적인 볼 소유를 바탕으로 완벽한 기회를 추구하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축구보다는 첼시가 전반전 동안 보인 빠른 축구가 훨씬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이런 첼시 역시 체력적인 부담은 피할 수 없었으며, 후반 들어 수비 라인을 많이 내린 번리를 상대로 두 번의 기회 밖에 만들지 못했다.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는 전반전 81번을 성공시킨 반면 후반 들어 53번의 패스만을 기록했으며 대신 중립 지역에서는 158번의 패스 시도에서 173번으로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패스는 전반전 132번에서 오히려 125번으로 줄었다). 결국 무리뉴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강한 압박에 따라오는 체력적인 부담의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점유에 강한 팀을 상대로는 체력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 그나저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첼시가 두려워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 능력을 자랑하는 팀이 있긴 한 것인지.


# 눈여겨볼 선수 : 오스카

첼시와 브라질 대표팀 양쪽에서 모두 이제는 빼놓기 어려운 선수로 자리매김한 오스카이지만 과연 지금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있을 것인지 우려되던 상황에서 가장 가까이서 보고 배울 파브레가스가 영입되었다. 이미 좋은 선수이지만 오스카가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특화된 무기가 갖춰져야 했는데, 파브레가스는 그 길을 제시해 줄 가장 완벽한 선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올 시즌은 오스카의 성장에 부스터를 달아줄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취약 포인트 : 사소한 고민들

첼시는 아자르가 팀플레이를 무시한 드리블을 할 경우 골치가 아플 수도 있고, 이젠 노장이 되어버린 존 테리가 빠지면 수비라인 조정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마티치가 없으면 하미레스와 오비 미켈이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타 팀이 들으면 한 숨만 나온다. 이런 점들을 걱정거리로 꼽는다면 원망을 듣기 십상. 벤치멤버는 베테랑과 신예가 잘 버무려졌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와 오천만 파운드의 사나이를 썩혀둬야 하는 무리뉴다. 그나마 문제점이라면 굳이 상대방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무리뉴의 발언. 물론 승부욕을 발동시켜봤자 첼시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