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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건치' 맨시티, '충치' 맨유, '핵이빨 빠진' 리버풀

SBS Sports
입력2014.08.22 17:15
수정2014.08.22 17:15

<사진: 1라운드 뉴캐슬 원정을 마친 다비드 실바, 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 맨체스터 시티 (예상 순위 : 2위)

변화가 없다. 지난 시즌 강함 그대로를 보여주겠다는 것. 본래부터 막강한 체격을 자랑하던 중앙 라인에 망갈라와 페르난두를 덧대었고, 측면의 테크니션들은 건재하다. FFP로 인한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감의 표출인 듯한 느낌을 주는 여름 이적시장을 보낸 맨체스터 시티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다. 야야 투레와 페르난두, 페르난지뉴는 강력한 블록 형성을 통해 상대방의 중원을 압박할 것이고, 체격이 크면서도 기술이 뒤떨어지지 않는 미드필더에 대한 환상을 일말의 부족함 없이 충족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아스날에게 대패한 커뮤니티 쉴드에서 맨시티가 보인 문제는 단순히 부족한 준비가 아니었다. 새 시즌을 맞이하는 동기 자체의 실종을 의심해봐야 할 만큼 절실함이 부족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 첼시 이상의 스쿼드를 갖추고도 올 시즌 2위로 예상하는 것은 결국 그 절실함이 사소하지만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만 커뮤니티 쉴드에서 의외를 대패를 당한 것이 스쿼드 전체에 큰 자극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으며, 요베티치와 밀너 등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선수들이 분위기를 이끄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페예그리니에게 고민을 안겨줄 또 다른 요소는 챔피언스 리그.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성적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맨시티에게는 집중력의 배분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 갈림길에서 페예그리니는 큰 주저함이 없이 챔피언스 리그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 눈여겨볼 선수 : 망갈라

클럽 역사상 세 번째로 비싼 몸값을 기록하며 합류한 이 프랑스인 수비수는 빠르게 주전을 꿰찰 것으로 보인다. 데미첼리스보다 높은 수준의 수비수를 갈구하던 페예그리니에게 있어 아스날과 뉴캐슬과의 경기는 그의 대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하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대인 방어에서만큼은 여전한 능력을 보여주지만, 한발 앞서 공을 뺏어낼 경우 온전히 역습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떨어진 신체 능력으로 인해 걷어내는 수준에 그치는 일이 많다. 더군다나 빌드업에 관여하는 횟수는 타 클럽의 수비수보다 많이 떨어지기에 감독으로서는 클럽의 수준에 걸맞은 선수를 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점에 새롭게 영입된 망갈라는 그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


# 취약 포인트 : 사미르 나스리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사미르 나스리의 히트맵이라며 자신의 거실에 붉은 점이 찍힌 평면도로 조롱을 당한 그이지만, 실제 대회에 나섰어도 큰 차이가 없었을 듯하다. 상당히 단순하고 한정적인 영역에서만 활동하는 나스리는 페예그리니에게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비 기여도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넓은 활동 영역을 보이며 측면으로 자주 이동하는 제코의 자리를 커버해주는 움직임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제코가 나스리의 반대편에서 공을 받으면 중앙 공격 지역은 텅텅 비어있는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맨씨티에는 그의 자리가 절실한 경쟁자들이 많다. 나스리는 언제든 내쳐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 올 시즌 주장직을 맡은 웨인 루니, 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예상 순위 : 4위)

근래 들어 최악의 부진이 가져온 여파는 컸다. 처분하고 싶으나 나가지 않는 선수들은 쌓이고, 원하던 선수는 다른 팀을 선택했다. 수많은 부상 선수들과 슬로우 스타터로서의 반 할 감독 등 여러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개막전 패배는 놀림거리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결코 비겁한 변명은 아니다. 실질적인 살림꾼인 캐릭이 빠져있고, 반 페르시는 누가 뭐래도 리그 최고의 포워드이며 발렌시아 없이 오른쪽 라인을 꾸리긴 힘들다. 반 할이 바라보고 있는 장기판이 단순히 차와 포를 하나씩 뗀 상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탑클래스는 아니지만 스몰링과 필 존스, 조니 에반스는 괜찮은 수비수이고 플레쳐가 돌아왔으며 야누자이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워낙 막강한 투톱이기에 기본만 해주면 경쟁력이 있는 스쿼드다.

맨유의 고민은 베스트 멤버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을 받쳐야 하는 멤버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퍼거슨은 명장이다’라는 명제를 뒷받침해줄 정도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맨유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애쉴리 영은 해답이 아니며, 클레버리에 대한 클럽의 인내심은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큰돈을 들인 영입 선수들 역시 고민거리다. 지난 5년 동안 맨유보다 더 많은 돈을 쓴 클럽은 PSG 밖에 없지만, 이런 대형 영입이 실패할 경우 더 큰 영입으로 덮지 않는 이상 팀은 실패한 영입 선수의 수준에 머물러 버리기 쉽다. 들인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펠라이니에 대한 믿음을 빨리 거둔 것은 그나마 옳은 선택이었으니 이제는 마타가 맨유의 수준을 결정지을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더 큰 영입을 시도한다면 벤치에 앉을 선수들의 몸값을 되돌아 볼 수 밖에 없겠지만, 다행히 그들은 모든 잘못을 모예스 전 감독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루니를 주장으로, 플레쳐를 부주장으로 선택한 것은 현명했다. 반 페르시를 주장으로 선택해 선수 이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루니와의 알력 다툼을 발생시키는 것이야말로 경쟁 팀들이 원하는 바였을 테니 말이다.


# 눈여겨볼 선수 : 마이클 캐릭

캐릭은 아스날의 아르테타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다. 어느덧 선수 생활 막바지를 향해 달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캐릭이지만 반 할의 축구는 그가 돌아와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될 만큼 그는 경험과 헌신, 스킬까지 보유한 살림꾼. 중앙에 위치한 센터백이 정확한 롱킥을 갖춰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쓰리백 시스템에서 어쩌면 현재의 선수들보다 훨씬 어울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현재 나쁘지 않은 센터백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수비진 리더를 고민중인 반 할에게 캐릭이 답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현재 맨유는 왼발잡이 센터백 로호를 영입하는 등 쓰리백의 완성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중인만큼 캐릭이 돌아온 맨유가 어떤 단단함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 취약 포인트 : 쓰리백

이번 시즌 맨유가 쓰리백을 온전히 가동하는 경기는 몇 번이나 될까? 쓰리백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선수의 부상만이 아니다. 쓰리백은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놓아두는 만큼 공중전에서의 승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는 그 어떤 곳보다 빠른 측면 전개와 직접적인 공중 경합을 추구하기에 오히려 단순한 형태의 역습에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반 할은 쓰리백에 필수적인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전술을 혼용하는 쪽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물론 반 할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감독이다. 그가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을 당시 함께하던 선수와 스태프가 현재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첼시, 아약스, 아인트호벤, 사우스햄튼의 감독을 맡고 있으며, 그들 대다수가 반 할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는 사실은 그가 결코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진: 1라운드 사우스햄튼서 1골 1도움을 올린 라힘 스털링(왼쪽), 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 리버풀 (예상 순위 : 5위)

수아레즈가 없다.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없어진 이빨의 공백이 너무나 크다 (비록 엉뚱한 곳을 물었다가 뽑혔지만).

로저스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수아레즈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겠지만, 수비진의 보강이 훨씬 절실한 것은 사실이었다. 당장 성적이 나오지는 않아도,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선택일지 모른다. 이를 위해 수아레즈를 판 돈을 들고 사우스햄튼의 속옷까지 벗겨온 덕분에 더는 부끄러울 것이 없는 세인츠 (사우스햄튼의 애칭)에게 개막전부터 덜미를 잡힐 뻔 했지만 말이다.

수아레즈가 없는 리버풀은 당장 성적이 나올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챔피언스 리그까지 병행해야 하지만 팀원들에게 바다 너머 펼쳐질 모험에 대한 경험을 전해줄 선수는 실질적으로 제라드와 스크르텔 밖에 없다. 로저스가 더욱 현명하게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챔피언스 리그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리그 4위를 노리는 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챔피언스 리그는 조별 리그 꼴찌를 하더라도 꾸준히 참가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대회다.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다시금 거머쥐기 충분한 수준의 수비진이 갖춰졌는지도 여전히 의문이지만, 공격 역시 풀어야 할 숙제가 크다. 수아레즈가 여전히 동료이던 시절 리버풀의 미드필더 진은 수아레즈에게 공이 가면 마치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수아레즈는 그래도 상관없는 공격수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의 상당 부분을 위협적인 상황으로 연결해 주기에, 리버풀의 중원은 역습에 대비한 위치를 선점하고 지켜보면 되었다. 수아레즈가 수비진을 몰고 다닐 동안 스터리지는 능력을 뽐냈고, 간격이 넓어진 수비진 사이로 스털링이 마음껏 누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함께 움직여서 수비를 분산시켜 줘야 한다. 스터리지도 스털링도 공을 한 번 더 몰면 몰수록 수비진이 집중된 블록 안으로 들어가 버리기 쉽기에 그들이 한 명을 제쳐내자마자 다음 수비를 만나지 않도록 수비수 간의 간격을 넓혀줘야 할 필요가 있다.


# 눈여겨볼 선수 : 라힘 스털링

이제 그의 잠재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독특한 드리블 박자는 머지않아 스털링을 클럽과 국가대표팀 모두에서 에이스로 만들어줄 것이다. 승부욕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으며 과감한 모험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잉글랜드에서 스털링과 같은 테크니션이 기대만큼의 성장을 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잉글랜드는 늘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를 갈망해왔지만 정작 제대로 키워내질 못했는데, 그들은 늘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탑클래스 리그에서도 통할 만한 테크닉인가?”

스털링은 리버풀과 잉글랜드를 정상급의 성적으로 이끌려면 이 질문에 거침없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프리미어 리그의 거친 몸싸움에서 살아남는 것이 우선시되는 환경에서는 어중간한 수준으로까지 밖에 성장할 수밖에 없다. 리버풀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지만 선수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리그를 경험해 봐야 한다. 어차피 성장세가 기대 이하라면 리버풀 역시 경쟁 클럽처럼 해외에서 테크니션을 물색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 취약 포인트 : 스쿼드

냉정히 말해 리버풀은 유일한 월드클래스 플레이어를 잃었다. 리버풀을 수렁에서 건져내던 때의 제라드도 아니다.

어떤 팀이라도 기나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여러 번의 위기를 마주하기 마련. 팀이 하나되어 위기를 이겨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모두가 힘겨워할 때 영웅처럼 나타나는 선수의 존재가 절실해 질 때가 있다.

발로텔리가 그 답이 되어 줄까? 그는 영웅이 될 잠재력은 갖췄지만 팀에 역동성을 불어넣어줄 선수는 아니다. 발로텔리의 이적이 현실화된다면, 그 이후부터는 전적으로 로저스의 역량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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