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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이순신의 심정’…세계대회 나서는 유재학 감독

SBS Sports
입력2014.08.25 13:21
수정2014.08.25 13:21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관객 16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명량’의 명대사다. 배우 최민식이 맡아 열연한 이순신 장군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능수능란한 지략으로 절대열세인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특히 왜선 300여 척에 겨우 12척의 판옥선으로 맞서 이기는 장면은 압권이다.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농구 수장 유재학(51) 감독도 비슷한 처지에서 결전을 앞두고 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이 장도에 오른다. 대표팀은 25일 오후 11시 30분 농구월드컵 출전을 위해 스페인으로 출국한다. 한국은 오는 30일 앙골라를 상대로 월드컵 첫 승에 도전한다.

‘명량’에서 극중 이순신은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한산도 대첩’을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정쟁에 휘말려 고문을 당하고 백의종군으로 내쳐진다. 정유재란으로 다시 조선이 위기에 처하자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한다. 그리고 명량해전에서 겨우 12척의 배를 가지고 대승을 거두게 된다.

한국농구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서 사상 최악인 6위에 그쳤다. 침체에 빠졌던 시기에 대표팀 감독을 맡은 유재학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은메달을 따낸다. 잠시 지휘봉을 놨던 유 감독은 지난해 필리핀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을 3위에 올려놓으며 16년 만의 세계대회 진출권을 따냈다.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은 가진 것이 없었다. 그나마 한 척 있던 거북선도 불에 탔다. 병력도 부족해 농민들을 군사로 동원했다. 유재학 감독도 12명의 선수 말고는 가진 것이 없다. 한국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세계적인 선수가 없다. 아시아선수권 베스트5에 선정됐던 김민구는 부상으로 하차했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부족했다. 대회를 앞둔 한 달 동안 한국은 A매치 한 경기 없이 자체훈련만 소화하다 비행기에 올라탄다.

이순신은 물길이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을 이용한 전술로 왜군을 침몰시켰다. 확실한 선수가 없는 한국농구 역시 ‘만수’ 유재학 감독의 지략에 전적으로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유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12명의 선수가 모두 참여하는 ‘올코트 프레싱’이다. 한국이 A매치를 거의 치르지 않아 전략이 노출되지 않은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상대적으로 개인기량과 전력이 떨어지는 한국이 승리하려면 체력과 수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월드컵에 참여한 24개국 중 한국의 전력은 최하위다. 누구와 붙든 무모한 도전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승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심정으로 전장에 나선 이순신 장군의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재학 감독은 “월드컵은 평가전이 아니다. 아시안게임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무대에 눈을 돌릴 때다. 앙골라는 우리보다 월등한 상대다. 하지만 끝까지 해봐야 한다. 준비는 끝났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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