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총출동에 담긴 두산의 롱릴리프 부재
SBS Sports
입력2014.08.28 11:05
수정2014.08.28 11:05
따라서 한 경기만 놓고 봤을 때 선발투수가 부진했다고 해서 벤치를 탓하는 경우는 적다. 물론 어떤 선발투수가 시즌 내내 부진하다면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기존 선수를 믿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감독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마운드 운영에 있어 벤치의 선택에 대한 평가는 주로 불펜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 어느 시점에 어떤 선수를 써서 막았는지, 혹은 그러지 못했는지에 따라 칭찬이나 비난을 받는다. 투수코치는 팀 평균자책점으로 자신을 표현하지만, 감독은 오로지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말할 뿐이다.
그러므로 감독이 원하는 방향의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각 위치에 맞는 투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예비전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선발 5명 중 안정된 선수가 3명 이상은 있어야 하고, 좌우 셋업맨과 마무리 1명도 필수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가동해야 하는 롱릴리프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두산 베어스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경쟁력 있는 풀타임 선발이 2명(더스틴 니퍼트, 유희관)뿐이다. 셋업맨과 마무리는 양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과부하로 인해 자주 공략당하고 있다. 롱릴리프는 불분명하다. 선발이 조기 강판되는 일은 자주 있는데 믿을만한 롱릴리프가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지난 27일 잠실 LG전에서 크게 드러났다. 이날 두산 선발 노경은은 1⅓이닝 5피안타 2볼넷 4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노경은 뒤로는 6명(정대현-오현택-함덕주-정재훈-이현승-변진수)의 투수가 더 나왔다. 그 중 선발진과 필승조에 속한 투수들도 있었다.
우선 가장 먼저 나온 정대현은 선발 요원이다. 아직 5선발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로테이션이 지켜진다면 오는 31일 마산 NC전에 선발로 나서야 하는 투수였다. 그러나 급한 팀 사정에 의해 이른 시점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그 뒤로도 지는 흐름에서는 나오지 않을 투수들이 나왔다. 오현택은 추격조 임무도 갖고 있지만, 정재훈과 이현승은 필승조에 속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막아야 할 이닝이 많았기 때문에 불펜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두산은 윤명준과 이용찬을 빼고는 불펜투수들을 모두 기용했다.
믿고 맡길 롱릴리프가 있었다면 수일 내에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는 정대현이나 필승조의 일원인 정재훈, 이현승 등은 휴식을 취했을 수도 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자신의 몫을 해주던 김태영(KIA)같은 선수가 팀을 떠나지 않았다면 전날 경기와 같은 상황에서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두산에는 그런 임무를 수행할 투수가 마땅히 없어 여럿이 조금씩 희생하며 막았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여러 선수의 실수를 혼자 힘으로 덮는 경기가 있는 반면 한 사람의 부재로 인해 여럿이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전날 경기는 후자에 해당된다. 두산의 불펜 총 동원 배경에는 롱릴리프 부재라는 또 하나의 고민이 숨어있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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