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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사회인 야구, 이대로 좋은가?

SBS Sports 정진구
입력2014.09.02 01:52
수정2014.09.02 01:52

<1부> 사회인 야구 리그 사기사건

얼마전, 사회인야구 리그 운영자들이 거액의 가입비를 받아 챙긴 후 잠적한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피해액은 7천여만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윤 모씨는 아직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말, 주범 윤씨는 공범 2명과 함께 범행을 모의합니다.

경기도 화성에 몬스터리그라는 사회인야구 리그를 만들어 운영비를 착복하려는 계획입니다.

몬스터리그는 2013년 11월부터 팀 모집에 들어갔습니다. 운영자는 공범 중 하나였던 김 모씨였고, 윤씨는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윤씨는 가입비가 입금된 공범 김씨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건네받았고, 리그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장 계약은 제대로 맺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뷰:사회인야구 사기 피해자]
"(야구장) 부지 확보도 안 한 채로 시작해서, 리그가 진행이 안됐고…"


[인터뷰:팽수호, 피해자]
"비봉습지 구장 옆 운동장을 계약했다고 저희에게 계약서를 보여줬는데, 계약서 자체도 인정이 안됐고, 화성시도 사용 금지를 시켰고, 저희한테는 '화성시와 계약을 했습니다'라고 했거든요."


야구장 계약을 정상적으로 맺지 않은채 시작된 리그는 결국 파행됐고 윤씨는 돈을 챙겨 잠적해 버렸습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윤씨는 왜 자신이 직접 운영을 안하고 공범을 운영자로 내세웠죠?"

윤씨는 동일 범죄 전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2010년에도 경기도 하남시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리그 가입비를 횡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건은 검찰에서 사업 실패로 종결이 됐고 피해자들은 수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렸습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사기가 아니고 사업 실패라고요?"

법의 허점을 이용한 건데요. 리그를 만든 후, 한 경기도 안하면 사기지만 한두경기만 치러도 사업실패가 되는 겁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아주 교묘하게 빠져나간거군요."


[인터뷰:사회인 야구 사기 피해자]
"(현재 사회인 야구 운영 형태는)부족한 야구장, 열악한 환경에서 수익성을 보고 일반인들도 참여하기 시작하는거에요. 자기 자본으로 리그를 운영하는게 아니고, (리그 참여자들의) 돈을 모아서 운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기를 치기 좋은 환경인거죠."


하지만 이번에는 한 경기도 못한 피해자들이 고소를 했기 때문에 지난 번처럼 사기 혐의를 벗어나긴 어려울 겁니다. 

어쨌든 2010년 사건 후 윤씨는 사회인야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 됐고, 자기 이름으로는 더 이상 나설 수 없게 된겁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그럼 윤씨는 가입비를 빼돌려 어디에 쓴 건가요?"

대부분 개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이렇다할 직업도 없이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편의점에서 무전취식하고, 원룸 월세도 못내 보증금까지 차압 당한 윤씨는 리그 가입비를 받은 후 달라졌다고 합니다.

[인터뷰:윤 모씨의 지인]
"스키장에도 놀러가고…리그 한참 모집할 당시에 놀러간 걸로 알고 있다. 일주일 동안 콘도 빌려서…"


지금은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천만 원 짜리 고가 명품 시계를 사주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참 황당하네요."


[인터뷰:윤 모씨의 전 여자친구]
"시계를 선물로 주겠다고 예전부터 사주고 싶었다고, 그게 작년 11월 리그 모집하면서 처음 돈이 들어왔을 때인가 봐요. 돈을 찾아서 시계를 샀어요.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비싼 물건이라 돌려줬어요."


윤씨는 고소를 당한 후 전 여자친구에게 '횡령한 돈은 너에게 다 썼다. 그러니 이번 일은 네 책임이다'라며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자기가 좋아서 써놓고 이런 궤변이 어딨나요?"

지난 7월 피해를 당한 동호인들은 고소에 앞서 윤씨의 주소지 인근에서 그를 붙잡았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들은 윤씨로부터 사실확인서와 지불각서를 받고, 동영상까지 증거로 찍어놨습니다.

당시 실제 동영상을 잠시 보시죠. 


[당시 실제 상황]
피해자 : "실질적으로 모든 돈을 김씨가 통장으로 받았지만 상당부분은 윤씨가 가져갔죠?
윤모씨 : "네. 제가 (돈을) 썼고…"
피해자 : "다른 구장을 섭외한다든지, 야구를 위해 쓴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유용한거죠?"
윤모씨 : "네. 그렇습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네요?"

네, 하지만 이후 윤씨는 다시 잠적했고 피해자들은 결국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취재진은 윤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화성에 있는 주소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윤씨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우편함에는 수원지검에서 온 통지서를 비롯해 여러 우편물이 그대로 꽂혀있었습니다. 윤씨가 이 집에 오랫동안 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 남부경찰서는 아직도 윤씨를 조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수원 남부경찰서 관계자]
"피의자 한 명은 조사했고, 주범(윤 모씨)은 소재 수사 중이다.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빨리 잡아야 할텐데요."

네. 윤씨는 지금 어디선가 또 다른 범행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2부> 사회인 야구 리그 사기 예방책

사실 사회인 리그는 야구장만 확보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아무 제약없이 만들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야구장 주인이 직접 리그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나요?"

그건 아주 드물고요. 야구장을 임대해 리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습니다.

지자체에 야구장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공터에 운영하다 구장이 폐쇄되면서 리그가 파행되기도 하고, 앞서 윤씨처럼 아예 야구장 확보도 안하고 운영비만 받아 잠적하는 사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뭘까요?"

우선 동호인들은 야구장에 대한 지자체의 정식 허가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운영자에 대해서 사전에 잘 알아봐야합니다.

국민생활체육회나 각 지역 야구연합회가 주관이 돼서 모든 사회인 리그를 대상으로 한 등록제 도입도 필요합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회사를 차릴 때 사업자 등록을 하 듯, 사회인 리그도 이런 안전 장치가 필요하단 거죠."

네, 하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장인데요. 먼저 한 동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정화섭, 사회인 야구 동호인]
"사회인 야구, 생활체육 하시는 많은 분들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운동장이 제한적이다. 지자체 등이 저변확대를 위해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현재 전국 사회인 야구팀은 3500여개고 회원수도 자그만치 10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사회인 리그를 치를 수 있는 야구장은 200개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정말 턱없이 부족하네요."

이렇다보니 야구장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리그 운영비는 늘고, 동호인들의 부담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개인이 야구장을 짓는 건 한계가 있겠고, 지자체들이 나서야겠네요."

맞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남양주시는 이패동 체육문화센터 내에 야구장을 건립했습니다. 

이곳 남양주 야구장은 인조잔디, 조명탑, 덕아웃, 불펜까지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기에 손색이 없는, 사회인야구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꿈의 구장입니다.

남양주시는 야구장을 직접 짓고, 남양주시 야구연합회가 야구장 관리를 맡아 자체 사회인 리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그 가입비도 사설리그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인터뷰:정재훈 / 남양주 야구연합회 사무국장)
"구장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 심판비, 기록비, 구장 관리비 외에는 회원들한테 받거나 요구를 할 일이 없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영리 리그보다 리그비가 저렴할 수밖에 없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다른 지자체들도 남양주시 처럼 운영하면 되겠네요."

맞습니다. 남양주시의 이런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요. 많은 동호인들이 마음껏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게 바로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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