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신의 폭 스스로 좁힌 송일수의 용병술
SBS Sports
입력2014.09.05 10:42
수정2014.09.05 10:42

LG와 두산 모두 돌이켜보면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땅을 칠 순간들이 많았다. 두산이 가장 아쉬워했을 장면은 11회초 무사 만루에서 오재원이 볼 셋을 본 뒤에 욕심을 부리다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난 것이었다. 이후 양의지의 유격수 땅볼이 병살 연결되면서 득점 찬스가 무산된 것도 아쉬웠겠지만, 앞서 나온 오재원의 스윙 하나가 다음에 일어날 일들의 발단이었다.
송일수 감독의 용병술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두산에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야수들이 많고,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면서 대타 요원도 더욱 풍부해졌다. 많은 카드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송 감독은 뜻밖의 선택으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먼저 8번 타순에서만 대타를 두 번이나 사용한 것이 불운이자 실수였다. 우선 팀이 1-3으로 LG를 추격하고 있던 6회초 1사 1, 2루에 김재호 타석이 돌아오자 송 감독은 좌타자 오재일을 대타로 냈다. 연이은 내야 실책에 LG 선발 우규민이 흔들리고 있어 이 부분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오재일이 바뀐 투수 유원상의 공에 루킹 삼진을 당한 것까지 송 감독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두산은 오재일 대신 허경민을 넣어 유격수 수비를 맡겼다. 여기까지는 예상되는 교체였다. 다소 의외였던 점은 팀이 양의지의 내야안타로 2-3까지 쫓아간 7회초 2사 만루 허경민 타석에서 다시 고영민을 대타로 낸 것이었다. 고영민은 2루수밖에 소화할 수 없는 선수다. 벤치에 다른 내야수도 없었기 때문에 고영민이 타격을 마친 뒤에는 고영민이 2루를 보고 오재원이 유격수로 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유격수 오재원-2루수 고영민으로 구성된 키스톤 콤비네이션에 비해 유격수 허경민-2루수 오재원 조합이 수비에서는 우위를 갖는데, 수비에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을 포기할 정도로 고영민이 허경민보다 월등한 타격 능력을 가진 선수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몸 상태가 어땠는지는 의문이지만, 타격 능력만 생각한다면 1군 엔트리에는 김재환이라는 좌타자도 있었다. 투수 역시 우투수인 이동현이었다.
이외에도 복기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았다. 경기는 9회초 김현수의 동점 솔로홈런에 의해 연장으로 넘어갔고, 11회초 두산은 선두 김현수가 출루하자 대주자 박건우를 냈다. 그리고 호르헤 칸투의 몸에 맞는 볼과 홍성흔의 우전안타로 만루가 되자 두산은 칸투도 대주자 김진형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중심타자 둘이 빠졌다. 경기가 12회까지 갔을 때 김현수 타석까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의 모험이었다.
연장전에서는 한 점만 줘도 어렵기 때문에 상대가 전진수비를 펴기 쉽다. 외야 역시 평소보다 조금 당겨질 수 있다. 홍성흔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장면을 보면 우익수 임재철이 상당히 앞까지 나와서 공을 잡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마지막 공격인 12회가 아니라면 대주자 대신 중심타자의 다음 타석을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하다. 대주자를 기용하더라도 홈에 파고들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는데도 대주자를 쓴 것은 낭비에 가까웠다.
병살 방지를 위해서였다면 칸투의 대주자 김진형은 칸투가 아닌 홍성흔을 대신해 1루 대주자로 들어가는 것이 나았다. 3루 포스아웃에 의한 병살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송 감독의 모든 선택들이 잘못되지는 않았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 이후 투수 기용에 있어서는 LG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게 적절한 교체가 이뤄졌다. 빼어난 구위에 포크볼 제구까지 완벽에 가까웠던 이용찬에게 비교적 긴 이닝을 맡긴 것은 패배를 막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의 선택지점에서 좀 더 고민해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LG와의 승차를 없앨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12회초 공격에 3번인 박건우 타석까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김현수가 있었다면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8번타자부터 시작된 12회초 공격에서 두산 타자들이 김현수에게 찬스를 이어준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공을 골랐다면 3번까지 공격을 이어줬을지도 모른다. 공격에서 기대감을 갖게 하는 3, 4번을 교체한 두산은 12회초 고영민, 최주환, 민병헌이 공 9개 만에 공격을 끝냈다. 김현수가 뒤에 버티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타자들이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카운트 싸움을 하며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대주자 기용은 아쉬웠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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