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사격] '천재 총잡이' 김청용의 눈시울 뜨거운 '사부곡'
SBS Sports
입력2014.09.22 10:21
수정2014.09.22 10:21

개구진 얼굴로 마이크를 들고 웃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달린 설명 한 줄이 아니었다면 정말 김청용(17, 흥덕고)의 옛날 사진인 줄 알았을 것이다. 김청용의 누나 김다정 씨가 공개한 어린 시절 사진 속 '천재 총잡이'는 아버지를 쏙 빼닮은 개구장이 꼬마였다.
김청용은 21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옥련사격장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결승전에서 총점 201.2점을 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진종오가 179.3점으로 동메달을 추가했다. 김청용은 앞서 펼쳐진 단체전 금메달까지 더해 한국선수 첫 2관왕의 영예를 안게 됐다.
첫날 부진으로 살짝 의기소침해있던 한국 사격의 자존심을 되살려주는 소식이었다. 더구나 1997년 1월 1일생인 김청용은 단체전 금메달로 한국사격 역사상 최연소로 아시안게임서 입상하는 대기록까지 작성했다. 김청용은 단체전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4위를 기록하며 한국사격의 첫 번째 금메달 획득에 지대한 공헌을 세웠다.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는 김청용의 이름으로 도배가 됐다. 진천선수촌에서 만났을 때 쑥스러운 표정으로 "단체전에 피해만 주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던 소년이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김청용이 사격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운동장에서 한창 축구를 하고 있는데 체육선생님이 "공짜로 총 쏴보고 싶은 사람은 따라오라"고 하길래 뭣도 모르고 따라간 것이 총과 그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당시 서현중학교 체육교사를 하던 이재훈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처음 쥐어본 총의 느낌은 색달랐다. 사격계에서 드문 왼손잡이인 통에 파지법도 달라서 배우는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결국 김청용은 다니던 청주 서현중학교에서 사격부가 있는 복대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설득해야했다.
김청용의 아버지는 운동선수였다. 원래 태권도를 하셨던 분이다. 그런 아버지 앞에서 김청용이 사격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에게 진지한 충고를 건넸다. "네가 운동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네가 하고 싶다면 해라. 대신, 하고 싶어서 시작한만큼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끝까지 해라." 김청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로 시작했다가 조금 힘들어지면 쉽게 포기해버릴까 싶어 엄하게 이야기한 아버지의 걱정은 기우였다. 김청용은 사격에 재능이 넘쳐나는 꼬마였다. 실력은 쑥쑥 늘었고, 사격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전국체전서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아버지는 그 때 이미 세상에 없었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의료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김청용은 21일 개인전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천장을 바라보았다.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난 것 같았다. "이런 기자회견은 처음 해봐서 너무 좋다"고 수줍게 웃은 김청용은 "태극기가 올라갈 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금메달을 가지고 산소에 갈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자신이 운동을 해봤기에 아들에게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김청용은 목에 건 아시안게임 금메달 두 개를 번쩍 들어 환하게 웃어보였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잘 볼 수 있도록.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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