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만, 19년 야구 인생 지탱한 '긍정의 힘'
SBS Sports
입력2014.10.08 09:55
수정2014.10.08 09:55
당시 한국나이 41살이던 최고참 송지만이 공항에서 기자에게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했다. 매일 같이 얼굴 보는 담당기자와 선수가 사진을 찍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언제 또 캠프 가면서 사진을 찍겠냐"며 환하게 웃었다.
그때부터 준비한 이별이었을까. 긴 고민 끝에 그는 2014년 가을 선수로서의 유니폼을 벗었다. 넥센은 지난 7일 "외야수 송지만이 19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지만은 앞으로 2군 코치로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199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황금 독수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던 송지만은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넥센까지 19시즌 동안 1938경기에 출장해 1870안타(311홈런) 1030타점 타율 2할8푼2리를 기록했다. 그는 타격 부문에서 특출하게 1위에 오른 적은 없으나 부상당한 2003년을 제외하면 1996년부터 2010년까지 매 시즌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꾸준함'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 뿐 아니라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의 롤모델로도 꼽혔다. 2008년 히어로즈가 창단할 당시 FA 선수임에도 직전 연봉 6억 원에서 2억2000만원까지 연봉을 삭감하며 선수단 전원 고용 승계의 책임을 진 베테랑 중 한 명이다. 그가 꼽은 "선수하며 가장 힘들었을 때"가 그 당시기도 했다.
그가 19년 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규칙적인 생활 뿐 아니라 항상 긍정적인 그의 마음가짐 덕분이다. 송지만은 7일 취재진과 만나 "야구선수로서 남은 기록을 생각할 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니폼을 입고 뛴 19년이 정말 행복했다"며 은퇴 소감을 전했다.
송지만은 "전반기 끝나고 3개월간 쉬면서 19년 만에 여름 휴가라는 것도 가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 긴 시간 준비를 해서 그런지 은퇴 때문에 우울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코치 준비 잘 하겠다"며 수다 떨듯 담담하게 그간의 생활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2년 그는 한창 밸런스가 좋을 때 몸에 맞는 볼로 발목 골절 수술을 하며 재활을 겪었다. 40살의 나이. 재활이 쉽지 않았고 결국 그로 인해 은퇴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재활 당시 만난 송지만은 "지금까지는 성적만 보면서 달려왔는데 다치고 보니 유니폼 입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었다. 이제는 이 기분을 누리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많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그의 야구 인생 1막은 그 마음에서 나왔고, 이제 송지만은 야구 인생 2막에서 그의 노하우와 마음가짐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해줄 예정이다. 빨리 뜨고 싶다면 송지만은 적당한 롤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행복하게 야구를 하고 싶다면 앞에서 그 길을 걸어온 송지만이 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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