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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슈틸리케가 보여준 한국 축구의 희망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4.10.21 00:27
수정2014.10.21 00:27

<1부> 슈틸리케가 보여준 희망


예순 한살의 나이로 대한민국 땅을 밟은 울리 슈틸리케.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인입니다.

슈틸리케는 지난 10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축구대표팀 감독의 공식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결과는 2대0 승리. 그는 단 한 경기만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축구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바닥까지 떨어졌던 대표팀의 신뢰도 역시 상승곡선으로 돌아섰습니다.


[인터뷰:정성수, 경기도 부천시]
"지금처럼만 꾸준히 한다면 4년 뒤 월드컵 때는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김민지, 서울시 강서구]
"(새로운 감독이 와서) 우리나라 축구도 많이 발전하고 팬들도 더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한경진, 서울시 관악구]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 팀의 전력에 관해 열심히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고 앞으로 잘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리"와 "인맥"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던 우리 축구는 외국인 감독 선임과 함께 돌파구를 찾은 셈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후 K리그와 아시안게임, 해외파 선수들의 경기를 살피며 옥석 고르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발탁과 기용에서 한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가능성을 가진 모든 자원은 최대한 공정하게 시험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울리 슈틸리케 감독 / 지난 10월, 대표팀 소집 후 인터뷰]
"저는 우리 선수들을 최대한 신뢰할 것이고, 선수들은 이번 소집에서 훈련 시간 내내 그 믿음에 보답하는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23명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서도 그에 합당한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격은 첫 경기부터 나타났습니다. 파라과이전 선발명단에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공격진에선 조영철, 남태희가, 미드필드에선 김민우가 새로운 전력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골키퍼 역시 대세로 떠오른 김승규 대신 김진현이 먼저 기회를 잡았습니다.

2차례의 평가전에서 아시안게임으로 피로가 누적된 김승대를 제외하곤 자신이 발탁한 22명의 선수를 모두 시험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다양한 선수기용은 전임 홍명보 감독과 비교되면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성용이 새로운 주장으로 합격점을 받았고, 대표팀에서 제 색깔을 내지 못했던 이청용도 핵심전력으로 거듭났습니다.


[인터뷰:최준서 교수,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장]
"모든 스포츠는 다 멘탈이라고 하듯이 큰 곡절을 겪었던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있어가지고 아주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는 감독이 우리 뒤에 있다 그런 심리가 경기력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고, 팬들도 좀 안심을 하는 것 같고요."


실제로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뷰:기성용, 축구대표팀 주장]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첫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 갖지 않고 최선을 다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이청용, 축구대표팀]
"모든 선수들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 경쟁 속에서 팀의 능력이 좀 더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아서 감독님께서 선수들 파악을 좀 더 빨리 하셔서 좋은 팀을 만들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손흥민, 축구대표팀]
"감독님은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하시고 실수를 안 하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그런 거를 선수들이 빨리 캐치해서 다음 훈련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을 한번 소집하면 훈련기간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반면 승패에 대한 압박은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이나 선수기용의 원칙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부담이 컸던 데뷔전에서 가능한 모든 선수를 기용하고 또 시험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축구협회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약속한 임기는 2018년 7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는 가정하에섭니다.

이제 관건은, 축구협회의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2부>  韓축구, 새 출발선에 서다


독일 축구는 브라질 월드컵 우승 이후 단숨에 세계 축구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습니다.

유소년 축구의 기반을 다져 월드컵 우승까지 일궈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됐을 때, 그가 독일 유소년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는 사실에 우리 축구팬들은 환호했습니다.

비록 빅클럽이나 성인대표팀을 이끌진 못했지만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부각됐습니다.

감독을 선임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의 4년이 성공적이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구협회의 역할입니다.

슈틸리케호가 중심을 잡기 시작하면서 축구협회는 본격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습니다.


[인터뷰: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
"향후 아시안컵도 있고, 월드컵 예선이 내년에 곧 시작되는데 협회도 기술위원회를 필두로 전방위적 지원을 충실하게 할 생각입니다. 팬들도 러시아 월드컵까지 지속적인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취임 직후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겠다고 가닥을 잡은 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인터뷰: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5년 뒤, 10년 뒤 좀 더 길게 보면 20년 뒤에 대한민국 축구의 수준을 질적인 차원에서 바꿔나갈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을 기술위에서 해야 되지 않을까…"


슈틸리케호의 4년을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 역시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역할입니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경험과, 전임 기술위가 홍명보 감독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던 뼈 아픈 교훈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최준서 교수,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장]
"이용수 기술위원장 그런 말씀 하셨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용병 감독 시대의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4년 후에는 꼭 국내지도자가 대표팀 맡길 원한다는 말씀 하시더라고요."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축구의 DNA와 함께 현역 시절을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귀중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우수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만큼,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은 대표팀의 성적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더욱이 현재 성인대표팀 이하 연령별 대표팀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빛낼 재능있는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바르셀로나 유스 3인방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같은 선수들입니다.

2017년에는 20세 이하 월드컵이 우리 안방에서 열리기도 합니다.

협회와 기술위원회가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꾸준히 유소년 육성과 연령별 대표팀 관리에 나서지 않는다면 같은 과거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모두의 인내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일정이 끝나는 12월 말 국내 선수들을 1차 소집한 뒤 1월 호주 시드니로 떠나 아시안컵 일정에 돌입합니다.

다음 달 두 차례의 중동 원정 평가전을 마치면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도 본격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됩니다.


[인터뷰:최준서 교수,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장]
"최소한 한 4년은 한 지도자한테 맡기고 기다린다는 그 정도 투자와 여유는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좀 길게 보고, 그 정도는 기다려 줄 만한 역량을 갖춘 감독 같아 보이고…"


기술위와 협회 역시 위기 때마다 책임을 떠넘기기 보다 중심을 잡고, 돌파구를 함께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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