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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만수르의 심시티, 맨시티는 억울하다

SBS Sports
입력2014.11.19 16:07
수정2014.11.19 16:07


셰이크 만수르라는 사나이가 있다. 트위터상에서 그의 사진을 리트윗하기만 해도 금전운이 생긴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그의 재산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 사람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전 세계의 축구 지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보에 많은 소문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모든 소문의 진위는 온데간데없는 상황. 과연 만수르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만수르가 등장한 후 맨시티는 급격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했고,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이적시장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했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챔피언스 리그 진출조차 힘겨워진 지역 라이벌 맨유를 누르고 맨체스터 안방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수르의 활약(?)에 대한 소문은 여기서 시작한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팬들을 위해 전 좌석에 열선을 설치했으며, 먼 거리를 와야 하는 팬들을 위해 모노레일을 건설했다고 한다. 그의 돈으로 에티하드 구장을 증축 건설 중이며 상상도 못 할만큼의 돈을 쏟아 넣고 있다고도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직원을 통해 진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만수르가 팬들을 위해 모노레일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진을 찾아본 이는 얼마나 될까? 첫 번째로, 맨체스터에는 모노레일이 없다. 모노레일이라고 알려진 사진은 전부 트램이다. 모노레일과 트램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실제로 이 트램이 본래의 노선보다 확장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오해는, 이 건설의 주체는 만수르가 아닌 맨체스터 시의회라는 것이다. 만수르가 맨시티를 인수하기 전부터 계획되고 있었으며, 만수르가 투자한 것이 아니라 시의회의 예산으로 건설 중이다.


만수르가 전 좌석에 열선을 넣었다는 얘기도 진실처럼 떠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선이 설치된 좌석은 4만 8천여 석 가운데 470석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다른 클럽과 비교하면 나름 앞서나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만수르가 바쁜 탓도 있겠지만, 그는 맨시티 경기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그의 자리는 당연히 가장 좋은 곳에 있는데, 그가 앉는 좌석 열과 그다음 열, 단 두 줄에만 어두운색 카펫이 호화롭게 깔려 있다. 소수의 좌석에 열선이 설치된 것을 제외하면 에티하드의 편의성은 아스날의 에미레이츠 구장보다 떨어진다.
에티하드 구장의 열선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바로 선수들의 벤치인데, 의자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열선이 깔려 있어 선수들은 경기에 투입되기 전까지 맨발로 앉아있기도 한다.


에티하드 구장은 현재 증축 공사 중에 있다. 본래 영연방 국가끼리의 올림픽에 해당하는 코먼웰스 게임에 쓰이기 위해 지어진 이 구장은 38,000석의 규모였으나, 상당한 깊이의 흙을 퍼내 그라운드를 낮춤으로써 러닝 트랙의 위치에 만석의 관람석을 추가할 수 있었다. 맨시티는 이를 다시 증축 중이며 3년 후 증축이 완성되면 총 6만 천여 석의 규모가 마련된다. 이는 프리미어 리그 내 두 번째로 큰 규모에 해당하는데, 특히 비싼 회비를 감당하는 높은 등급의 팬을 위한 고급 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9만 개 이상의 좌석을 목표로 증축 중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맨시티 팬이기도 했던 구단 직원이 가장 어처구니없어한 대목은 바로 여기에 만수르의 돈이 투입되었다는 소문이었다. 에티하드 구장은 맨시티의 소유가 아니다. 전적으로 맨체스터 시의 소유물인 에티하드 구장의 증축은 만수르의 재산과 무관하다는 것이 그녀가 전해준 진실이었다. 에티하드 구장을 방문하면 그 주변을 둘러싼 체육 시설들에 놀라게 된다. 경륜 경기장과 테니스 경기장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스포츠 단지를 이루고 있는 이 부지는 에티하드 캠퍼스라 불린다. 많은 팬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실은, 본래 코먼웰스 게임을 위해 지어진 이 캠퍼스 모두가 맨체스터 시의 소유이며 맨시티 축구 클럽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당연히 만수르의 재산이 투입될 이유도 없다.


맨시티는 분명 발전 중이다. 만수르의 돈이 아니지만 분명 에티하드 구장은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며, 접근성도 확연히 좋아졌다. 전 좌석 열선쯤 없으면 어떤가. 게다가 만수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에티하드 항공과의 10년간 4억 파운드에 달하는 스폰서 계약을 가져다줬으며, 맨체스터 시티 풋볼 아카데미에 1억 5천만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 넣었다. 그가 온 이후로 내부시설, 특히 고급시설들이 더 개선되었고 무엇보다 돈뭉치와도 바꿀 수 없는 트로피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지의 팬들은 클럽의 이러한 발전이 전적으로 만수르와 연결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미 그전부터 발전이 시작되었고, 그 발전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팬들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클럽의 쌓아온 역사를 제치고 이미 ‘만수르의 팀’으로 낙인찍힌 듯한 맨체스터 시티이다. 그러나 클럽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것은 만수르가 없었더라도 느리지만, 차곡차곡 발전을 이루어왔을 팀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열정적이었고, 확신에 차있었다. 그런 팬들의 열화에 만수르가 기름을 끼얹자, 맨시티는 챔피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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