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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크리스마스, 전쟁, 그리고 축구

SBS Sports
입력2014.12.16 15:42
수정2014.12.16 15:42

축구는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축구 팬들 사이에서 신이라는 별명을 부여받은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첼시)를 떠올 릴 수도 있다. 반대로, 축구가 전쟁의 방아쇠가 된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의 사례도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금, 더 오래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겨울 서부전선. 그 어디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잠깐이나마 서로를 향했던 총구를 내려놓은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서 있던 모든 장병에게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것은 바로 그 해의 크리스마스였다.

사상 유례없던 비극적인 전쟁에 자신을 내던졌던 청년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참호에서 나와 서로를 격려해주었던 크리스마스 정전 (Christmas Truce). 그리고 그들은 대치 중이던 참호 중간지점에서 축구 경기를 펼쳤다고 한다. 상부에서는 중대한 기강 해이 문제로 생각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뉴욕 타임즈를 비롯해 여러 유력 신문사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임을 밝히며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닌, 대치 상태이던 여러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축구 경기가 펼쳐졌고, 이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정확히 100년이 흘렀다. 아직도 세계 곳곳은 포성이 울려 퍼지고 있고, 옛 상처들 역시 아물었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쓰라리다. 하지만 100주년을 맞아 그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움직임 들이 있다. 크리스마스 정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리버풀의 팜(Farm)이라는 그룹의 “All together Now”라는 노래를 피스 콜렉티브(Peace Collective)가 다시 부른 것. 그리고 그 뮤직비디오를 위해 영국과 독일에서 12세 이하 축구 선수 60명이 모여 화기애애한 시합을 했다.




[Peace Collective – “All together Now”]
//www.youtube.com/watch?v=SNmugOpDhW8

축구가 전쟁을 멈추지는 않는다. 결국, 전쟁을 시작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축구가 각기 다른 생각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또 나누는 매개체가 되어 총성마저 잠재울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가 주변을 따듯하게 만들기 위해 큰 것이 필요한 것만은 아님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또 각자의 종교가 무엇이든 크리스마스는 무언가 한겨울의 난로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들의 마음가짐이 경건함일 수도, 혹은 즐거움일 수도 있다. 홀로 보내는 외로운 크리스마스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과 포근한 크리스마스일 수도 있다. 가족끼리 도란도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특정한 분위기일 필요는 없다. 다만 모두가 따스함을 함께 갖고,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날카롭다 싶을 만큼 춥지만, 축구를 하러 문밖을 나서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그 축구 시합은 모두가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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