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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박원순 시장은 왜 ‘야구인의 밤’에서 감사패를 받았나?

SBS Sports 정진구
입력2014.12.17 18:15
수정2014.12.17 18:15


지난 16일 열린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대한야구협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감사패를 줬다. 고척동돔구장 및 대체야구장 건립에 따른 인프라 개선에 기여했다는 이유다.

대한야구협회 입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마냥 고마울 수밖에 없다. 목동야구장을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서울시의 결정은 아마추어 야구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내후년쯤 개장할 고척돔에서도 연간 30일이상 아마추어 대회를 열게 한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동대문 야구장을 서둘러 없애버렸던 서울시가 뒤늦게 아마추어 야구 인프라에 신경을 써준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야구인의 밤>에서 감사패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아마추어 야구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 서울시는 -조금 심하게 표현해- 서울 연고의 프로야구 팀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목동구장 아마전용 결정, 압박받는 히어로즈>

목동구장을 아마전용으로 활용한다는 서울시의 결정으로 이곳을 7년간 홈구장으로 사용한 넥센 히어로즈는 무척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일일대관 형태였지만 목동구장은 엄연히 넥센의 홈구장이었다.

히어로즈가 들어오기 전만해도 목동야구장은 사회인야구나 간간히 열리던 버려진 시설이었다. 그러나 히어로즈 입성 후 프로야구 경기가 가능하도록 시설이 확충됐고, 연간 40만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는 훌륭한 여가시설로 변모했다. 그런데 히어로즈는 이제 목동구장에서 내몰릴 판이다.

현재 서울시는 고척돔 사용과 관련해 히어로즈 구단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히어로즈를 고척돔에 유치하겠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원래 고척돔은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이었다. 다시 말해 아마추어 전용구장이 그 목적이었다.

그런데 짓다보니 건설비가 2000억원을 넘겼고, 당초 목적대로 활용하려니 수지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프로팀 유치였고, 그 대상은 히어로즈였다. 

히어로즈 입장에서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이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저렴하게 일일대관 형태로 목동구장을 써왔던 히어로즈로서는 하루 전기세만 수백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돔구장 사용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광고 운영권 역시 관건이다. 서울시가 고척돔의 광고 운영권을 구단측에 넘겨주지 않는다면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고척돔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모기업 없이 자생하고 있는 히어로즈로서는 비용 문제는 생존과 직결된다.

사용료와 광고 운영권을 놓고 서울시와 히어로즈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사실 이 협상은 히어로즈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목동구장을 아마전용구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히어로즈는 선택의 여지가 사라졌다. 좋든 싫든 고척돔에 들어가야 할 처지다.

고척돔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서울시의 고충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야구장 사용을 볼모로 히어로즈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잠실구장, 서울시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서울시는 잠실구장을 통해서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서울시는 LG와 두산으로부터 잠실구장 임대료로 연간 25억5천만원을 받는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잠실구장 광고 운영권을 직접 대행사에 팔아 약 100억원을 벌고 있다.

야구장 주인인 서울시가 광고 운영권을 갖는게 뭐가 문제냐는 시각도 있지만, 잠실야구장에 광고주들이 몰리는 까닭은 프로야구 경기를 통한 광고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라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구단들은 재주만 부리고, 모든 수입은 서울시가 가져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더구나 LG와 두산 구단은 잠실구장에 매년 임대료를 지불하는 위수탁 계약을 맺었다. 하다못해 서울시는 야구장 청소며, 경비원 인건비까지 구단에 맡겨놓고 돈 되는 광고권만 쥐고 있다. 비유하자면, 건물주가 임대해준 음식점의 메뉴판까지 직접 써서 붙이겠다는 행태와 다름없다. 이런 불공정 계약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LG와 두산은 홈구장에서 광고전단 하나 마음대로 붙이지 못한다. 홈경기 마케팅에 대한 의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인천, 수원, 광주, 대전 등은 광고 운영권을 모두 구단에 넘겼다. 그런데 유독 서울시만 높은 임대료에 광고운영권까지 챙겨왔다.  

잠실야구장은 30년된 낡은 야구장이다. 서울시가 이 오래된 시설을 통해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야구장 시설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는지 의문이다. 만약 잠실야구장에 프로야구 경기가 없다면 이 시설은 아마도 잠실의 흉물이 돼버렸을 것이다. 

처음에 서울시는 잠실구장을 통한 광고 수익을 ‘야구발전기금’으로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취재결과 일반 체육진흥기금으로 적립할 모양이다. ‘야구발전’이라는 말은 공수표가 된지 오래다.

서울 연고팀들은 서울시 앞에서 철저한 ‘을’일뿐이다. 세입자 입장에서 주인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지방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사실 ‘서울 프리미엄’을 포기하긴 어렵다. 구단들의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서울시는 프로야구가 시민들에게 주는 무형의 가치를 따지기보다 야구장을 통한 수익창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가 배를 불리면 불릴수록 프로야구 산업의 저변은 점점 좁아진다.  

사정이 이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야구인의 밤>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사진제공:OSEN]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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