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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K리그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과제!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4.12.23 00:07
수정2014.12.23 00:07

<1부> 해체 위기의 시민구단들


[아나운서 멘트]
"오늘 돌직구는 생존 위기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프로축구 구단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프로축구계에서 또 다시 시민구단의 해체설이 터져나왔다고요?"

[기자 멘트]
"네, 2부 리그로 강등된 경남이 해체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인천이 전화 한 통으로 감독을 경질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엄연한 프로팀들이 파행으로 운영되는 K리그의 안타까운 현실, 원인은 무엇인지 취재해 봤습니다."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 시장은 지난 11월 말 프로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성남이 부당한 심판판정으로 경기에 져 2부로 강등되면 구단 운영이 힘들 수도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2부 강등 시에는 FA컵 우승으로 힘들게 가져온 ACL 진출권도 포기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인터뷰:이재명, 성남 FC 구단주(12월 상벌위원회 당시)]
"우리 (한국 축구)는 승부조작으로 엄청난 피해를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 축구단은)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불공정하게 운영하면 축구계도, 체육계도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성남은 불과 1년 전, 통일교 재단이 운영에서 손을 떼 해체위기에 몰렸던 팀이었습니다.

주인만 바뀌었을 뿐, 구단주에 의해 팀 운명이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아니 엄연한 프로팀인데, 구단주가 대회 출전도 포기하고,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물론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도민구단에서 정치인 구단주의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아나운서 멘트]
"K리그에서는 왜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가요?"

가장 큰 원인은 시민구단들의 자생력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성남, 인천, 경남 같은 시도민 구단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자체가 지원합니다. 이름은 프로지만 속은 공기업인 셈입니다.

실제로 경남FC는 2부로 강등되자 구단주 홍준표 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해체를 검토 중입니다.

홍준표 도지사는 축구단에 투입된 130억이 도대체 어디에 쓰였냐며 특별감사를 지시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래도 엄연한 프론데 2부로 떨어졌다고 팀을 아예 없애라니 좀 심한 것 아닌가요?"

프로이기 때문에 더더욱 성적에 책임을 져야겠지만, 분명 비정상적인 행태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런데 이럴 때 팀을 지켜 줄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팬의 존재는 사실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로 해체가 결정된다면 그걸 막을 수 있는 것도 팬들 뿐입니다.

그런데 K리그는 몇몇 인기 구단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텅 빈 관중석을 뒤로하고 경기를 치릅니다.

1부 승격이 걸렸던 경남과 광주의 승강 플레이오프 최종전 관중 수는 1,969명에 불과했습니다. 만오천석 창원축구센터의 약 1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인원입니다.

2부 리그 4위에서 1부로 승격하는 기적을 일으켰지만 광주도 팬이 없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뷰:남기일, 광주 FC 감독]
"우리가 목표 했던 것이 1부 승격이 맞나? 내가 프로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독인 저도 선수를 내보내면서 운동장을 걸어나가게 되면 팬들이 많이 없으니까 왠지 연습경기하는 느낌이 (듭니다.)"


자생력도 없고, 팬도 없으니 정치인 구단주 말 한 마디에 팀의 존폐가 결정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 모릅니다.

텅 빈 그라운드는 시민구단이나, 기업구단이나 예외가 아닙니다. 프로축구 전체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인터뷰:김세환, 대전시티즌 대표이사]
"마음 아픕니다. 다른 구장에 가면 무관중 경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원정경기에서 200명 남짓의 관중 경험도 해봤습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절대 관중이 오지 않습니다."


12월초,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K리그 감독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터뷰: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슈틸리케 감독이랑 얘기했는데, K리그는 너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한다고 합니다.) 0:0 아니면 1:0 경기만 해서 관중들이 재미있겠냐고 (얘기를 했습니다.)"


정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회장을 지낸 뒤 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인물입니다.

K리그가 살지 못하면 대표팀도, 한국 축구도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축구 본연의 재미, 흥미에 소홀해서 팬들이 점점 줄어들고 인기가 없어지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내년에는 좀 더 재미있는 경기,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다음 시즌 1부로 승격한 대전 조진호 감독. 그에게는 잔류만큼이나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인터뷰:조진호, 대전시티즌 감독]
"팬들이 즐거워해야 합니다. 운동장에 관중이 많아야지 K리그가 발전하기 때문에 승패를 떠나서 공격적인 축구,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대전시티즌, 그리고 한국 K리그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부> 위기의 K리그, 생존법은?


[아나운서 멘트]
"대전 조진호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네요. 1부에 승격해도 팬들이 경기장에 와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죠."

[아나운서 멘트]
"그런데 내년에는 K리그에 신생팀 이랜드까지 가세하잖아요? 있는 팀도 해체하겠다는 판에 새 팀까지 생기면 사정이 더 어려워 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기자 멘트]
"저 역시 K리그가 어떻게 이 위기를 탈출할지 궁금합니다. 이랜드는 오히려 성공을 자신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취재해 봤습니다."


프로축구 시장은 야구와 비교하면 마케팅 실적은 턱없이 적은데 회사는 많은 구조입니다.

심지어 영업중인 회사도 파산에 이르는 상황에서 신규업체까지 생기는 신기한 시장입니다.

내년 3월 이곳 잠실주경기장에서 23번째 프로축구단이 첫 발을 내딛습니다.

K리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서울 이랜드 FC는 성공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랜드는 12월부터 잠실주경기장에 입주해 2015 시즌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모기업이나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는 기존 팀들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인터뷰:김태완, 서울 이랜드 FC 단장]
"침체라고 하는 시장에 우리가 왜 들어오느냐 그런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졌고, (축구단도) 자생할 수 있구나 그 모델을 제시함으로 해서 명확하게 프로 구단을 비즈니스로 풀어가려고 합니다."


한 예로 처음 진행한 선수공개 테스트 때 모든 참가자들에게 만원씩 참가비를 받았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선수들한테도 긴장감을 갖게 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철저히 알린 덕분에 신생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홍보에도 큰 촉매제가 됐습니다.

서울 이랜드가 축구단 운영을 낙관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시장의 확장 가능성입니다.


[인터뷰:박상균, 서울 이랜드 FC 대표이사]
"우리나라 축구 수준이 아시아에서 굉장히 높잖아요. 일반적으로 비지니스는 높은 곳에 있는 비지니스를 낮은 곳에 가져가서 굉장히 큰 마켓을 확보하거든요. 축구라는 상품을 본다면 야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시장이죠."


사실 K리그는 실력은 아시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흥행구단은 많지 않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상품은 좋은데 상품을 팔지는 못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오히려 10년이나 늦게 프로를 출범시킨 J리그로부터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받는 실정입니다.

반포레 고후는 2004년 파산 직전까지 갔다 10년 만에 평균관중 만명 넘는 팀이 됐습니다.


[인터뷰:우미노 가즈유키, 반포레 회장]
"구단 운영을 지방정부의 돈에만 의지하면 해당 시기 정치가의 힘에 의해서만 예산을 받게 됩니다. 그럼 또 반드시 '누구를 사장으로 해라'라든지 압력이 있을 겁니다. 그런 방식은 안 된다는 거죠."


제프 유나이티드는 2009년 이후 6년 째 2부 리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런데도 해체가 안되나요?"

네, 클럽을 지키는 팬층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다카하시 카오루, 제프유나이티드 프로젝트 매니저]
"J리그에는 '치바에는 제프 유나이티가 없으면 안 된다'라든지 '고후에는 반포레 고후가 없으면 안 된다'하는 분위기가 각 연고지마다 잘 정착되어 있는 편입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K리그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 MLS에도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영표 선수네요?"

[아나운서 멘트]
"강남스타일도 들리는데요?"

네, MLS 구단들은 보시는 것처럼 철저하게 팬들의 요구에 맞춰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이영표를 영입해 캐나다의 한인팬들까지 경기장으로 불러들인 경웁니다.


[인터뷰:미켈 스트로제, 밴쿠버 화이트캡스 마케팅 디렉터]
"클럽이 시도하는 모든 것은 팬의 요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밴쿠버 화이트캡스라는 팀을 마케팅하기 위한 스토리의 중심은 팬입니다. 우리에게 팬들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거고, 하지도 못했겠죠."


이제 베컴, 다비드 비야. 램파드, 카카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미국행을 택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아니 축구의 불모지라 여겨졌전 미국시장이 어떻게 이렇게 활성화 된 건가요?"

MLS는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베컴 같은 스타를 데려오기 위해 구단들이 예외 조항에 합의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리그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찰리신, MLS 전략·연구팀 실장]
"(MLS는) 결국 리그가 성공해야 구단도 같이 성공할 수 있는 그러한 모델이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K리그가 서로 밀고 당기고도 좋지만 단합을 해서 일단 기반을 만드는데 같이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J리그 관계자는 위기에 빠진 K리그에게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라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인터뷰:다카하시 카오루, 제프유나이티드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 스포츠는 팬이 있고, 봐 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프로입니다. 돈을 내고 티켓을 사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아마추어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출범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자생력도 없고, 좀처럼 팬도 늘지 않아 위기에 놓인 프로축구.

서른이 넘으면 홀로서기라고 하기에도 늦은 나입니다. 이름만 프로는, 프로가 아닙니다.

[아나운서 멘트]
"물론 잘 하고 있는 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축구계 전체가 일신하는 자세로 리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 같네요."

[기자 멘트]
"네. 텅 빈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한다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제2, 제3의 경남이 다시 해체의 도마 위에 놓일지 모릅니다."

[아나운서 멘트]
"돈을 내고 보러오는 팬들의 힘으로 당당하게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K리그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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