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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근우다".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지난 24일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지옥의 펑고로 김태균을 그야말로 반은 죽여 놓았다. 김회성과 함께 3루에서 김 감독의 펑고를 받던 김태균은 반대편에서 여유롭게(?) 번트 훈련을 하고 있던 정근우(33)를 바라보며 "너도 이리 와"라며 절규했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다음은 정근우다. 월요일(26일)에 죽여놓겠다"며 김태균을 달랬다. 김 감독은 "1대1 펑고를 한 번씩 해줄 때가 됐다. 정근우는 월요일에 펑고를 쳐줄 것이다"고 예고했다. 스타 선수들도 김 감독의 펑고에는 예외란 절대 없다.
이 소식을 접한 정근우는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왜 난 태균이처럼 쉬기 전날이 아니고 쉬고 나서 하는 건가. 휴식 전날에 하는 것과 쉬고 나서 하는 건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압박감이 다르다"며 휴식을 앞두고 찾아 온 비보에 울상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체념했다. "이미 마무리캠프 때에도 감독님의 펑고를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언젠가 할 줄 알고 있었다. 언제 할까 궁금했을 뿐, 어차피 해야 할 것이다"는 게 정근우의 말이다. SK 때부터 김성근 감독 훈련을 살아남은 자의 생존법이다.
특히 고치는 그에게 익숙한 곳이다. 2007~2011년 SK에서 5년 동안 스프링캠프가 열린 이곳에서 김성근 감독의 강훈련을 통해 급성장했다. 고치는 4년 만에 다시 왔다. 내게 고치는 힘든 곳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다. 감독님은 달라지지 않았다. 별다른 차이를 모르겠다"며 웃어보였다.
이곳에서 김 감독의 펑고를 수도 없이 받았다. 정근우는 "감독님이 치는 펑고는 본능적으로 따라가서 잡게끔 한다. 1개를 받은 2개를 받든 빠른 타구에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쳐주신다. 받다 보면 내가 생각한 바운드가 아니라도 어디서 한 번 본, 예전에 읽었던 바운드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김성근 감독은 "SK에서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정근우는 수비에서 실수가 많았다. 송구가 안 돼 외야수로 써야 하나 싶었다"며 기억을 떠올린 뒤 "이제는 글러브질이나 송구가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칭찬과 별개로 펑고는 피할 수 없다. 정근우 역시 이미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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