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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고척돔을 둘러싼 서울시의 뻔뻔한 혈세타령

SBS Sports 정진구
입력2015.01.28 16:33
수정2015.01.28 16:33


2016년 고척돔 사용을 놓고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 구단이 협상 중이다.

협상의 관건은 하나다. 고척돔의 운영권을 누가 갖느냐다. 약 2,500억원을 고척돔에 쓴 서울시는 반드시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돈이 되는 야구장 광고권을 비롯해, 각종 임대권 등을 쥐고 있어야 한다. 이미 서울시는 잠실야구장의 광고권을 구단으로부터 회수한 뒤 대행사에 팔아 100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고척돔에서도 그런 효과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히어로즈로서는 고척돔의 운영권을 내주면 구단 운영이 힘들어진다. 히어로즈는 현재 목동구장을 일일대관 형태(하루 12만원)로 사용 중이며, 광고권의 일부를 행사하고 있다. 서울시 측에 지불하는 비용은 연간 28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간 100억원 가량의 운영비가 들것으로 예상되는 고척돔을 목동구장과 비슷한 가격에 대관할 수도 없는데다, 광고운영권까지 잃는다면 구단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른 야구단과 다르게 모기업의 지원 없이 자생 중인 히어로즈에게는 매우 절박한 문제다. 

서울시가 이런 히어로즈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면, 최근 KBO 양해영 사무총장의 말처럼 히어로즈가 서울을 버리고 연고지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서울시가 통 크게 양보할 것 같지도 않다. 작년 말, 서울시 체육진흥과의 한 계자는 기자에게 “개인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단에 혜택을 주려고 2천억원이 넘는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 고척돔을 지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혈세 낭비의 주범은 누구인가?>

여기서 고척돔의 건설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2만석도 안되는 고척돔에 2,500억원씩이나 쓸 이유가 없었다. 세금을 낭비한 것은 정작 서울시와 건설업체였다.
   
최초의 고척돔은 하프돔으로 설계됐다. 건설비는 500억원 정도였다. 이만하면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딱 알맞은 수준이다.

그런데 한 야구인의 제안으로 갑자기 돔구장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 제안자는 지금과 같은 돔구장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실례로 제시한 돔구장은 일본 삿포로에 있는 2만석 규모의 커뮤니티돔이었다. 이곳은 돔구장이지만 별도의 냉온방 설비 없이 자연 환기 방식으로 운영되며, 연간 관리비는 20억원 정도다. 물론 건설비는 기존의 2배인 1,000억원 정도가 예상됐다.

1,000억원이면 돔구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말에 서울시 관계자들의 귀는 솔깃해 졌다. 결국 고척돔은 계획을 바꿔 완전한 돔 방식으로 결정이 됐는데, 어찌된 일인지 자연환기 방식의 돔구장이 아닌, 최신 냉온방 시스템이 들어간 돔구장으로 설계됐다. 자연스럽게 건설비용은 당초 예상했던 1,000억원을 훌쩍 넘어갔다. 예상 운영비 역시 연간 20억원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최초 돔구장 제안자와 설계회사 사이에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고척돔을 설계한 업체의 경우 돔구장은 커녕, 야구장 건설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야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구장을 짓다보니 문제점이 속출했다. 불펜을 지하에 만들어 놓은 것이나, 지붕 안쪽이 하얀색으로 돼 공과 구별을 어렵게 만든 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지적을 받을 때마다 설계가 변경됐고, 또 그렇게 건설비는 다시 올랐으며, 완공은 뒤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결국 1,000억원에 짓겠다고 한 돔구장은 두배가 넘는 2,500억원이 투입됐고, 2011년 완공 목표는 무려 4년이나 밀렸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은 물론 건설업체들이다.

고척돔의 이런 속사정을 알고 나면 과연 서울시는 ‘시민의 혈세가 이만큼이나 투입됐으니, 히어로즈 구단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척돔을 사용하라’고 큰소리 칠 수 있을까? 고척돔의 누더기 설계로 1천억원 이상의 건설비용, 아니 혈세를 낭비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나?

이런 식으로 세금을 낭비해 놓고, 애먼 프로야구단을 압박해 이를 회수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정당한지, 서울시는 먼저 자문해보기 바란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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