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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독설 능력치 99의 사나이, 무리뉴

SBS Sports
입력2015.02.26 16:53
수정2015.02.26 16:53

누가 뭐라고 해도 무리뉴의 혀는 스페셜하다. 칭찬과 조롱, 비난과 옹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언사에 기자들은 늘 환호하며 무리뉴가 누군가에게 독설을 날리기를 기대한다. 그는 이슈메이커이다.

어떻게든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경쟁적인 시장에서 무리뉴처럼 알아서 화젯거리를 생산해주는 감독은 반갑기 그지없다. 그가 마주치는 상대방마다 지난날의 발언을 상기시켜만 줘도 특별한 경기로 포장할 수 있다. 이보다 더 고마운 존재가 어디에 있을까.

무리뉴가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치 않고, 기어이 상대방을 무참히 밟아내고서야 멈춘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야 만다. 타고난 싸움꾼이기에 축구에서도 그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가끔 상대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까지 준다. 그래서 종종 이중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

2013년 8월 슈퍼컵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만난 첼시는 마리오 괴체에게 강한 태클을 들어간 하미레스를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으로 잃고 말았다. 경기 후 무리뉴는 심판과 뮌헨을 강하게 비난했다.

“축구로 먹고사는 사람에게는 열정이 중요합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중요한 경기에서 그렇게 쉽게 두 번째 경고 카드를 꺼내지 않아요.”

“좋은 심판이라면 하미레스를 불러다 세운 다음 ‘이것 봐, 넌 누구도 다치게 하진 않았지만 다신 그러면 안돼’라고 주의를 시키고 말았을 겁니다. 아니면 뮌헨 선수들에게 ‘다이빙 하지 마. 도발도 하지 말고 페어플레이를 해’라고 말했겠죠.”

상대방이 넘어지는 것은 다이빙이고, 태클은 첼시 선수들을 도발한 대가라는 얘기다. (참고로 경기 후 마리오 괴체는 몇 주간 깁스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심판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는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이성을 잃지 않도록 할 책임을 지는 사람(즉, 심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그 사람이 선수들이 이성을 잃도록 유도하죠. 하미레스의 태클이 그랬습니다. 경기 내내 좌절감이 쌓여 나온 행동이죠.”

작년 3월 아스톤 빌라의 카림 알 아흐메디에게 가한 태클로 인해 하미레스가 퇴장 당한 경기에서 나온 무리뉴의 반응이다.

캐피탈 원 컵에서 리버풀과의 경기 도중 엠레 찬을 두 차례 밟으며 레드 카드를 받은 디에고 코스타에 대해서는 의도되지 않은 사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디에고 코스타의 행위를 “범죄”라고 표현한 스카이 스포츠의 출연진을 “정신이 나갔다 (nuts)”고 비난했다.

첼시 선수들의 과격한 태클에 대한 상대방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는 그의 인터뷰는 2013년 12월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최고조를 보였다. 당시 존 오비 미켈은 아르테타에게 깊은 태클을 가해 그의 정강이 보호대를 박살 낼 정도의 충격을 입혔다. 이에 대해 무리뉴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알다시피, 그들은 늘 징징댑니다. 전통이죠. 하지만 전 잉글랜드 사람, 예를 들어 프랑크 람파드였다면 그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았을 겁니다.”

“공격적인 태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남자의 스포츠이죠. 몸싸움이 동반된 경기입니다.”

그는 마지막을 이렇게 끝맺었다.

“If you’re hurt, OK, you’re hurt.”

그가 인터뷰 내내 유지한 태도에 걸맞게 해석한다면, ‘다쳤어?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뉘앙스에 가깝다.

자신의 선수들이 가한 폭력적인 태클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다. 모든 것이 도발한 상대 팀의 탓이고, 심판이 첼시 선수들로 하여금 그런 태클을 할 수밖에 없게끔 유도했으며, 상대편은 쿨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늘 징징댈 뿐이다. 자신의 선수가 조금 과격한 태클을 했더라도 중요한 경기라면 넘어가 주어야 한다.


얼마 전 있었던 파리 생제르망과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 후 무리뉴는 에당 아자르가 다리 앞뒤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정강이 보호대를 특별 주문해 달라 부탁해왔다며 선수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집중 견제를 견디지 못한 아자르가 첼시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거친 영국 축구를 비난하기도 했다.

무리뉴의 예전 표현에 따르면 첼시의 10번은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기어코 첼시의 선수도 많은 이목을 끈 반칙의 피해자가 된 순간이 왔다. 번리의 애쉴리 반즈가 마티치의 다리를 밟은 것. 정작 레드 카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반즈를 떠민 마티치의 몫이었고 무리뉴는 반즈를 범죄자라며 맹비난했다. 나아가 디에고 코스타가 엠레 찬을 밟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스카이 스포츠에 대해 거의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이용해 이른바 “갑질”을 하는 존재로 묘사했다. 자신의 선수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강한 어조로 맞대응하는 무리뉴이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자신의 선수들 반칙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관대해질 수밖에 없고, 상대방이 가해오는 태클에 민감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 이중성에도 적절한 선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자신의 선수만이 소중하게 보호되어야 할 대상은 아닐 터. 그는 반즈의 태클이 마티치의 선수 생명을 위협할 정도라 표현했지만, 타 팀에게 있어 하미레스가 어떤 태클을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얼마 전 무리뉴는 언론들 사이에서 반(反) 첼시 움직임이 있다는 의혹을 제시하다 25,000파운드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받았다. 물론 이런 벌금에 굴할 그가 아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조롱 담긴 변화구를 상대의 머리 쪽으로 날릴 것이며 가끔 돌직구를 섞어 뿌리기를 마다치 않을 사람이다. 아마 그는 자신의 선수들과 팬을 제외하면 많은 이들이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고,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는 자신에게 향하는 수많은 미움의 화살을 즐기며 특별한 삶을 뽐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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