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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7만을 5,216으로 바꾼 서울 이랜드의 꿈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5.03.25 18:06
수정2015.03.25 18:06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렀던 잠실주경기장은 최대 10만명, 대략 7만석, 정확하게는 69,950석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경기장입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간 서서히 역사 속 흉물로 전락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간간이 대형 국가 이벤트나 문화행사를 위한 장소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정작 그 본래 목적인 스포츠 성지로서는 제 색깔을 다 내지 못했습니다.

그 잠실주경기장이 모처럼 새 옷을 입습니다. 총 7만석의 잠실주경기장은 이제 축구가 열리는 날에는 5,216명을 수용하는 축구전용경기장으로 변신합니다. 3월 29일 일요일 12시, K리그 챌린지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서울 이랜드FC가 주인공입니다. '레울(Leoul) 파크'라는 이름도 지어졌습니다.

5천명 관중의 대부분인 4,700명 가량은 동쪽에 위치한 메인스탠드 E석에 앉게 되는데요, 메인 스탠드는 특이하게 상단은 조립식, 하단은 수납식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하단의 1,500석은 잠실주경기장의 육상트랙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가 끝나면 바로 밀어서 수납할 수 있다고 하네요. 구단 관계자 설명에 의하면 성인 장정 서, 너명이 힘을 합치면 거뜬히 밀어 넣을 수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서울 이랜드 FC의 홈이기는 하지만 잠실주경기장은 여전히 스포츠는 물론 대형 국가이벤트나 문화행사를 위해서는 중요도가 높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련 이유와 여건상 서울 이랜드가 공개한 '레울 파크'의 좌석은 5,216석이 모두 가변석. 심지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메인 스탠드 전체를 손쉽게 철거, 조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경기장 전체를 가변석으로 관리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잠실주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서울 이랜드 FC는 역사적인 공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팬들이 축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25일 미디어 오픈 행사를 진행한 서울 이랜드 FC의 김태완 단장은 "잠실주경기장이라는 의미 있는 공간을 홈으로 사용하는 우리 구단의 책임의식과 더불어 팬들이 어떻게 하면 가장 즐겁게 또 경기에 몰입해 축구를 볼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다"라며 경기장 컨셉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양쪽 골대 뒤에 위치한 스카이 박스, 그 위층에 위치한 스탠딩 라운지는 고민 끝에 서울 이랜드 FC가 내놓은 야심작입니다. '박스 스위트'라 불리는 이 가변 스카이 박스석과 골 라인의 거리는 고작 10미터에 불과합니다. 선수들을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컨테이너 32개를 활용해 만든 스카이 박스는 바로 위층에 스탠딩 라운지를 결합해 독특한 형태의 관람문화를 제시했습니다.

공중에 위치한 테라스 분위기의 라운지에서 스탠딩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체험은 마치 축구경기를 콘서트처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아래 정원 10명이 들어가는 스카이 박스에는 케이터링은 물론 다양한 아이디어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4,700석의 메인 스탠드와 마주하는 프리미엄 존은 그야말로 '프리미엄'한 공간입니다. 선수들이 앉는 벤치 바로 뒤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데, 경기 관계자와 미디어 관계자, 선수 가족, VIP 등과 함께 앉아 그라운드를 나란히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일반 관중의 프리미엄 좌석이 운영됩니다. 프로축구 팀 중에서 이런 좌석을 운영하는 구단은 서울 이랜드 FC가 처음입니다.

이쯤되면 짐작하시겠지만 서울 이랜드 FC는 이번 시즌 자신들이 만든 5천 여 좌석을 다 채우는 것이 꿈일 겁니다. 그 꿈이 현실이 될지, 꿈에 그칠 지는 미지숩니다. 안전 관리 문제나, 원정팀 서포터석 판매 등 시즌이 시작되면 제기될 이슈들이나 풀어야 할 숙제들도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부푼 꿈을 안고 미디어 오픈 행사를 마친 김태완 단장이 인터뷰 후 한 가지 인상적인 말을 남겼습니다.

"만약 필요하다고 해도 아직까지 이번 시즌에는 5천석 이상 늘릴 계획은 없습니다. 잠실주경기장에는 저희가 만든 좌석 이외에 더 많은 일반 좌석이 있지만 판매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미리 표를 사지 않아도 언제라도 자리가 있으니까 들어올 수 있는 그런 팀이 아니라, 서울 이랜드 FC의 경기가 보고 싶으면 빨리 표를 사야하는 그런 팀, 그리고 그 팬에게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수도 서울은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연고지입니다. 프로축구 1부 리그에는 지금까지 그 서울에 팀이 하나 뿐이었습니다. 서울 이랜드 FC의 성패는 그래서 더더욱 업계 안팎 초미의 관심사기도 합니다. 서울 이랜드 FC가 만든 5,216석의 자리에는 한 명, 한 명의 팬을 제대로 된 자리에 앉혀 모시겠다는 구단의 서비스 정신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상은 티켓을 팔지 않겠다는 이랜드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첫번째 손님을 기다리는 5,216개의 자리가, 1988년 이후 좀처럼 제 색깔을 내지 못해 숨죽여 있던 7만석 만큼이나, 아니 더 빨리 더렵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영상 : 축구전용경기장으로 바뀐 잠실주경기장의 모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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