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골프

[취재파일] 박태환 아직 미생, 3가지 넘어야 완생

SBS Sports 권종오
입력2015.03.30 10:29
수정2015.03.30 10:29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수영 스타’ 박태환 선수가 지난 27일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사죄했습니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면서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 이후 매일 매일이 지옥이었다”는 그는 끝내 참았던 눈물까지 터뜨렸습니다. “지난 10년간의 모든 영광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들이 약쟁이로...”라고 말하다 감정이 북받쳐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용기를 내 어렵게 공식 사과를 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의 현재 상황을 바둑 용어로 말하면 ‘미생’(未生)입니다. ‘미생’을 벗어나 ‘완생’(完生)하려면 3가지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첫 번째 변수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입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지난 23일 자격정지 18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선수들이 통상 2년 징계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특혜’를 준 셈입니다. 박태환이 이 징계에 불복할 경우 21일 이내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항소할 권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국제수영연맹이 박태환에 내린 징계 기간이 사안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선수와 형평이 맞지 않다고 간주할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징계를 더 강화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항소 시한은 역시 21일 이내로 4월13일까지입니다. WADA는 실제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의 금지약물 복용을 도운 사람들에게 미국 당국이 8-10년간의 징계를 내리자 이 징계가 미흡하다며 지난해 6월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WADA가 박태환의 징계를 정식으로 문제 삼을 경우 상황은 상당히 복잡해집니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WADA가 항소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면서 “13일까지는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포츠중재재판소는 각종 스포츠 분쟁에 관해 최후의 결정권을 갖는 기관으로 일반 사회로 치면 대법원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박태환 앞에 놓인 두 번째 산은 대한체육회 현 규정입니다. 그의 자격정지는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 5개월 전인 3월3일에 풀리지만 현재의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서는 “일단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디고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과제는 ‘경기력 제고’입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박태환이 ‘완생’한다는 의미는 리우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메달 획득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났듯이 박태환의 경기력은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에 서는 것은 객관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박태환은 자격정지가 끝나는 내년 3월2일까지 어떤 대회도 출전할 수 없습니다. 훈련도 큰 제약을 받습니다. 국가대표 팀과의 훈련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어떤 팀과도 함께 물살을 가를 수 없습니다. 미국-호주 등 해외 전지훈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 유명 코치의 지도를 받을 수 없고 외국 선수들과의 훈련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박태환이 할 수 있는 길은 비공식적으로 혼자 연습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고립무원’(孤立無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문제의 ‘네비도 주사’를 투여한 김모 원장이 기소됐기 때문에 재판에도 직접 출석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실력으로 각광을 받아온 ‘마린 보이’는 지난 10년간 최고스타였고 스포츠계의  ‘슈퍼 갑’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순간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그는 이제 완전한 ‘을’을 넘어 절망의 나락에까지 빠졌습니다. “수영장 밖의 세상에 무지했다”고 털어놓은 26살의 청년이 내년 리우올림픽을 통해 ‘완생’하려면 남은 1년5개월은 그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고난의 행군’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SBS 권종오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Sports Buzz 와 함께 하세요'   Buzz 방문하기 >클릭
 

ⓒ SBS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권종오다른기사
문체부, 한 달 전에 이미 대규모 모금 알았다
피겨 샛별 차준환 "4회전 점프 다양화에 총력"

많이 본 'TOP10'

    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