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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사나이 구티에레스의 소중한 것들

SBS Sports
입력2015.03.31 19:12
수정2015.03.31 19:12


호나스 구티에레스가 뿔이 났습니다. 고환암과의 싸움에서도 완승을 거두고 돌아온 이 강인한 아르헨티나인이 어쩐 일일까요. 자신을 대하는 소속팀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가감 없이 내비친 구티에레스는 “뉴캐슬을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강력한 어깨 싸움을 자랑하던 그를 힘겨운 싸움 속으로 내몰고, 자랑스러움과 실망감이 교차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만든 고환암과 함께 한 그의 2년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 글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김정준 선생님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환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고환암은 경과가 나쁜 편은 아닙니다. 고환은 몸 밖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기이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발견할 수 있고, 다른 장기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이될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구티에레스가 병원을 찾아간 것은 2012-13시즌,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바카리 사냐와 강하게 충돌한 뒤 통증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냐가 구티에레스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고환암을 진단받을 수 있게 해준 은인일지도 모르겠군요.

친한 친구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질병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구티에레스는 좌측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그에게 기다린 것은 소속팀에서의 “전력 외” 통보. 그는 수년간 온 몸을 던져 온 클럽에게서 더 이상 그의 자리가 없다며 새 팀을 찾아보라는 얘기를 들었고, 노리치로 임대를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했던 소속팀에게서 버림받은 뒤 배신감을 느낀 구티에레스에게 뉴캐슬은 그의 질병 때문이 아니라며, 단순히 축구적인 문제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고환암으로 인해 한쪽을 제거하게 되더라도 운동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고환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남성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한쪽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반대쪽에서 그만큼 보상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최근 박태환 사태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 남성 호르몬은 운동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 작용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한쪽 고환을 제거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데요, 고환의 중요한 기능인 생식 능력에는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구티에레스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몸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몇 달간 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선수가 제 컨디션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이를 기다릴 여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비달이 간암에서 회복하기까지 모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던 바르셀로나와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더군다나 구티에레스는 클럽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모든 치료를 해 왔습니다.

암으로 인해 고환을 제거해야 하는 환자 일부의 경우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위험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본래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고환은 외부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위이며 남성적 자존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티에레스는 이마저도 멋지게 이겨 냈습니다.
사실 구아티레스의 고통은 한쪽 고환을 제거하는 것 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노리치에서의 우울한 임대 시즌을 마친 구티에레스는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재발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심리적으로 무너지기 쉬운 상황에서 구티에레스는 정면 돌파를 선택합니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마라톤을 완주해 냅니다. 암 연구 재단의 기금 모금을 위해 그는 42.195km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것입니다. 

완치 판정을 받은 구티에레스는 3월 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교체 투입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절친한 동료 콜로치니는 자신의 주장 완장을 벗어 그의 왼팔에 채워 주었습니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한 인간의 승리를 알리는 순간. 구티에레스는 “다시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구티에레스의 여정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구단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지만, 뉴캐슬의 팬들이 그에게 보내 준 응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보내는 사나이. 이제 곧 뉴캐슬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그의 발걸음이 묵직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보다 앞으로 만들어 나갈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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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포츠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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