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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메이웨더-파퀴아오, 자신의 스타일 지켜야 승리

SBS Sports 권종오
입력2015.04.23 13:45
수정2015.04.23 13:45

플로이드 메이웨더-매니 파퀴아오가 맞붙는 ‘세기의 대결’이 이제 꼭 1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고 흥행 수입, 최고 대전료 등 숱한 화제를 낳고 있지만 역시 최대 관심은 누가 이길 것인가에 쏠리고 있습니다. 세계 복싱 전문가와 현지 도박사들은 대부분 메이웨더의 우세를 점칩니다. 특히 메이웨더의 판정승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메이웨더-파퀴아오 웰터급 통합타이틀전이 어떤 양상을 보일 지를 미리 전망하는 한 가지 방법은 과거에 벌어졌던 빅 매치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두 선수와 똑같은 스타일의 스타들이 맞대결했던 적은 없지만 유사한 사례는 있습니다. 1980년대 중량급(中量級) 황금기를 이끌었던 ‘천재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와 파나마의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의 슈퍼매치가 그것입니다.

1980년 6월에 열린 1차전에서 번개 같은 스피드와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레너드의 우세가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연 결과 경기 양상은 정반대로 흘렀습니다. 초반에 두란의 큰 훅을 얻어맞은 레너드는 당황한 나머지 특유의 아웃복싱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저돌적 인파이터인 두란과 난타전을 펼쳤습니다. 자신의 특기인 빠른 푸트워크를 살리지 못한 채 두란의 전략에 말려버린 것입니다. 두란의 사정거리에 들어간 레너드는 결국 충격적인 판정패를 당했습니다.

이로부터 5개월 뒤 리턴 매치가 열렸습니다. 절치부심한 레너드는 1차전과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무하마드 알리를 지도했던 ‘챔피언 제조기’ 안젤로 던디의 지시 아래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일관했습니다. 원투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면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무조건 치고 빠졌습니다. 두란에게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껴안거나 뒤로 물러섰습니다. 두란의 느린 발로는 레너드를 도저히 잡을 수 없었고 점수에서도 크게 뒤졌습니다. 제 풀에 지치고 짜증이 난 두란은 경기 도중에 기권하고 말았습니다.

레너드, 두란과 함께 ‘패뷸러스 4’(Fabulous 4)로 불렸던 마빈 해글러-토마스 헌즈의 대결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토마스 헌즈는 185cm 장신의 오른손잡이 복서였고 해글러는 키가 10cm 가량 작은 왼손잡이 파이터였습니다. 판정으로 가면 불리할 것으로 예상한 해글러는 1회 공이 울리자마자 승부를 걸었고 여기에 헌즈가 말려들어 같이 난타전을 펼친 끝에 3회 KO로 지고 말았습니다.

헌즈는 맷집, 특히 턱이 약하기로 유명한 데 자신의 약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맞서다 허무하게 패배했습니다. 헌즈가 자신의 장점인 긴 리치와 빠른 발을 이용해 철저한 아웃복싱을 했다면 승부는 전혀 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1987년에 벌어진 레너드-해글러의 명승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글러가 왼손잡이 파이터란 점에서 파퀴아오와 비슷한데 이 경기에서 레너드는 치고 빠지는 전법으로 막강 화력의 해글러에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그럼 메이웨더-파퀴아오의 대결은 어떻게 될까요? 메이웨더는 무게 중심을 뒤에 두면서 포인트 위주의 경기를 구사합니다. 여간해서는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으며 잘 맞지 않는 복싱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경기 후에도 얼굴이 깨끗해 ‘프리티 보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동물적인 반사 신경에 ‘숄더 롤’(Shoulder roll)이라는 세계 최고의 수비 동작 덕분에 연타를 잘 허용하지 않는 것도 강점입니다. 그의 전적이 47전 무패라는 것은 그만큼 경기 운영과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입니다.

파퀴아오는 빠른 펀치 스피드와 속사포 같은 폭발적인 연타를 자랑하는 타고난 파이터입니다. 때로는 인파이팅만 고집하지 않고 인아웃(In-Out)을 들락날락하며 상대를 공략합니다. 2008년 오스카 델라 호야전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몸을 전후좌우 흔드는 움직임이 뛰어나고 스트레이트, 훅의 펀치 파워도 강력합니다.

두 선수를 비교하면 메이웨더는 수비에서, 파퀴아오는 공격에서 상대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메이웨더는 치고 빠지는 ‘점수’ 위주의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파퀴아오는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 접근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웨더의 빠른 발을 잡지 못하면 고전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가기에는 상대의 카운터블로가 위협적이어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파퀴아노는 2012년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전에서 무모하게 공격하다 마르케스의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맞고 6회 KO패한 적이 있습니다.

오는 5월3일 SBS TV 생중계에서 해설을 맡을 변정일 씨(전 WBC 밴텀급 챔피언)는 “경기 초반에 파퀴아오가 효과적인 공격으로 메이웨더의 빠른 발을 잡아야 한다. 쉽게 말해 메이웨더를 가둬두어야 이긴다. 만약 아웃복싱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면 12회까지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가는 양상이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박시헌에게 져 은메달을 따낸 뒤 프로로 전향해 4체급을 석권했던 로이 존스 주니어는 최근 미국 ESPN에 출연해 “왼손잡이인 파퀴아오는 메이웨더 왼쪽으로 돌면서 자신의 주무기인 왼손 스트레이트를 날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 오른쪽으로 돌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오른손 카운터펀치를 던져야 한다”며  원칙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전술을 소개했습니다.

역대 라이벌전을 보면 자신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이끌어 간 쪽이 늘 승자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모험을 걸 필요가 없는 메이웨더가 일단 유리해보입니다. 반대로 파퀴아오는 초반에 승부를 걸지 않고는 경기 주도권을 내줄 공산이 큽니다. 1회 공이 울리자마자 사생결단식으로 메이웨더를 흔들어서 그가 특유의 현란한 아웃복싱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해야 승리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두 선수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21세기 최고의 대결은 두 슈퍼스타의 기량 못지않게 전략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메이웨더가 49승 무패로 은퇴한 전설적인 로키 마르시아노의 뒤를 바짝 추격할 지, 아니면 파퀴아오가 아시아인의 신화를 창조할 지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SBS 권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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