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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ACL에서 언제나 기적이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5.05.06 16:32
수정2015.05.06 16:32

K리그는 언제까지 기적을 기다릴 것인가. 물론 기적이란 건, 그 자체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기다려도 좋을지 모르겠다. 2015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굳이 어느쪽인가 따지자면 기적에 가깝다. 성남 FC가 시민구단 최초로 일찌감치 ACL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것이나, 수원이 적지 일본에서 우라와라는 거대 클럽을 후반 역전골로 꺾고 16강에 오른 것. FC 서울 역시 일본 원정까지 가서 '서울극장'을 연출하며 극적으로 16강행에 성공한 것까지.

더욱이 이제 상황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K리그 네 팀이 전부 16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가시화 됐다. 전북이 6일 저녁 자신들의 홈에서 열리는 중국 클럽 산둥 루넝과의 E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비기거나 이길 경우 K리그는 지난 2000 시즌 이후 5년 만에 다시 출전클럽 모두가 16강에 오르는 위용을 과시하게 된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이라는 말. 대표팀은 언제나 투혼과 국민적 성원을 등에 업고 아시아를 넘어 월드컵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하지만 그 대표팀을 뒤에서 바치는 것은 프로축구다. K리그는 2000년대 들어 프로스포츠로서의 존재가치를 다지기 위해 분투해 왔고,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리그 위상 역시 아시아 최고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그 확실한 지표가 되어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챔피언스리그다.

AFC는 2000년대 들어 챔피언스리그에 무한투자를 반복해 오고 있다. 유럽 못지 않게 아시아 축구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ACL이 상금도, 대회 규모도, 방식도 매년 확대되고, 개편되는 것은 이제 K리그 '초딩팬'도 알고 있을 정도다. ACL에서 우승하면 100억이 넘는 돈방석에 앉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해 말미 FIFA가 주관하는 클럽월드컵에 나갈 수 있고, 세계적인 팀들과 경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이 선수들에게는 큰 자산이 된다는 인식까지 쌓여있다.

그에 반비례 해 해가 갈 때마다 쌓여가는 것 중 하나가 '기적'을 바라는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염원이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이기 때문에 조별리그는 어떻게든 통과할 것이라는 바람. 탈락하면 '이변'이고, 감독의 자질 문제이고, 팬들은 짜증이 나고, 16강행에 오르면 힘들었지만 당연한 결과. 토너먼트부터는 투혼을 강조하는 패턴.

5일 FC 서울이 일본 로케까지 가서 찍어 온 '가시마 극장'을 보며 하루 전 수원을 상대로 종횡무진 골문 앞을 누비던 데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서울이 이미 박주영을 영입한 상태에서 공격진 누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오명'은 뒤로 하고라도. 투자 없는 강요는 영원히 기적을 꿈꾸는 걸까. FC 서울 팬들은, 수원이나 전북, 성남도 물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 모두 가슴 한켠에서, 아시아 최고의 리그라는 K리그가,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신들의 팀이,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기를 원할 것이다. ACL에서 우승하려고 하는 이 팀이 '투자하지' 않는 '미래' 없는 팀이라는 우울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극장과 기적에 기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꿈의 무대이지만, 언제나 기적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어린이날이었던 5일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클래식이 2012년 이후 실관중 집계를 도입한 이후 최단경기인 54경기 만에 5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 시즌과 비교하면 12경기나 빠른 수치였다. 돌아서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방법이라는 말은 당연하다. K리그 클래식 리그 자체, 그리고 클래식 팀들이 재정적으로 자생력을 갖지 못하는 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말로 맨시티 구단주 만수르가 K리그 클래식의 어느 한 팀을 인수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중동의 클럽들은 이미 한국 선수들의 상당수를 영입해 간 지 오래다. 카타르 알 사드는 내년부터 AFC 챔피언스리그에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차비를 출전시킬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 해 ACL 조별리그를 아슬아슬 통과하는 K리그 팀들을 볼 때 마다, 점점 얇아지는 아시아 축구의 전력 격차를 볼 때 마다,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ACL 우승을 차지하겠다며 패기 있게 포를란을 영입했다 이제는 1부 리그 승격을 꿈꾸는 처지가 된 세레소 오사카의 패기까지는 바랄 수도 없겠지만, 내실 있고 통 큰 투자가 K리그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도 한 번 쯤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리그 구단주님들, 태권도를 좋아한다는 즐라탄이 MLS행을 고민한다는 루머가 있습니다만….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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