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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EPL 시즌 리뷰 1. 소튼의 약진과 우울한 리버풀

SBS Sports
입력2015.05.28 16:20
수정2015.05.28 16:20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38경기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또 다른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팀과, 투어를 준비하는 팀, 그리고 내년을 기약하며 휴가를 시작하는 팀으로 제 갈 길을 찾아 나선 가운데 상위권으로 마감한 팀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리그 전체로 보면 나쁜 소식이 더 많았습니다.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네 팀이 모두 일찍 탈락했고, 한 팀의 독주 역시 흥행에 좋은 요소는 아니죠. 제라드와 람파드라는, EPL의 한 시대를 일궈 온 선수들이 떠났지만 이를 이어받을 잉글랜드 출신 스타의 발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진 않습니다. 물론 새로운 중계권 계약으로 대다수의 팀들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리그의 발전이 기대됩니다만, 국제 대회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7위. 사우스햄튼

많은 선수들을 팔며 클럽 매각설에 휘말린 시즌 초반이었지만, 웨스트햄과 함께 엄청난 시작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자신들의 목표는 챔피언스 리그가 아닌 유로파 리그라는 인터뷰를 통해 자만심을 경계했던 쾨만 감독은 팀을 7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아스날과 아스톤 빌라의 FA컵 결승전 결과에 따라 유로파 리그 티켓을 바라볼 수 있는 사우스햄튼의 입장에서는 5월 30일 (현지 시각) 밤 아스날의 우승을 응원해야 합니다.

(+): 사우스햄튼의 약진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안정된 수비입니다. 지난여름 리버풀이 로브렌을 데려갔지만 오히려 더 끈끈한 수비를 보여 주며 최저 실점 2위 (33)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공격에서는 그라지아노 펠레가 시즌 초반과 막바지 큰 힘을 보태며 5위 토트넘(+5), 6위 리버풀(+4)보다 훨씬 높은 골 득실차(+21)를 기록하였습니다.
사우스햄튼의 활약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모르간 슈나이덜린의 활약이 돋보였죠. 사우스햄튼은 슈나이덜린이 함께 한 경기에서는 14승 5무 7패를 기록했지만, 그가 결장한 경기에서는 4승 1무 7패에 그쳤습니다.
사우스햄튼 팬들의 입장에서는 운영 전권을 쥐고 있는 구단주 카타리나의 달라진 모습이 가장 반가울 것입니다. 한때 구단 매각설이 돌았을 정도로 클럽 운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고, 지난여름에는 매각을 앞두고 선수들을 팔아 최대한 현금을 챙기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올해 들어 클럽 훈련장에 사용될 2천만 파운드를 선뜻 빌려 주고, 클럽의 이사진이 선수 판매 금액을 재투자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등 팀의 발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 쾨만은 짜임새 있는 팀을 만들어 냈지만, 그 구성원들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슈나이덜린은 챔피언스 리그 팀으로 떠날 것임을 밝혔고, 리그 최고 수준의 풀백으로 떠오른 나다니엘 클라인 역시 맨유를 비롯한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그 대체자로 언급되고 있는 선수들의 수준은 미지수입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클럽이 선수 이적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대체자의 영입은 늘 모험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사우스햄튼의 과제는 떠날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뿐만 아니라, 실망스러웠던 쉐인 롱(32경기 5득점)과 기복을 보인 펠레를 대체할 공격수의 영입입니다 (펠레는 리그 첫 8라운드까지 6골, 마지막 7라운드에서 4골을 득점했으나 그 사이의 23경기에서는 단 두 골에 그쳤습니다). 나아가 널뛰는 경기력을 보이는 사디오 마네를 안정시킬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여름입니다.

6위. 리버풀

수많은 지역 주민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숙원 사업이었던 안필드 증축이 결정되었지만, 다음 시즌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팀의 미래로 키우고 싶었던 스털링이 결국 반기를 드는 등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 마지막 경기를 대패하자, 이사진을 비상 소집했다는 소식이 들려 오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시즌 로저스를 리버풀에서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수아레즈 수준의 선수가 떠난 뒤에는 수습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저스는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비교적 잘 이끌어 냈고, 팀을 재편했습니다. 리버풀의 입장에서는 조던 헨더슨의 성장이 가장 반갑습니다. 제라드에게서 넘겨받는 주장 완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을 빛낸 헨더슨을 축으로 다음 시즌 계획이 만들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선수 협회 (PFA)에서 선정한 올 시즌의 팀에 선정된 쿠티뉴 역시 시간이 흐를 수록 성숙해 지는 기량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직 전체적인 경기 조율에는 미숙함을 보이고 있지만, 순간적인 움직임에 이은 슈팅 능력은 미래를 기대할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 그러나 리버풀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스터리지는 너무 자주 부상을 당하고 있으며, 수아레즈가 없는 리버풀에서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르코비치와 로브렌 등 실패한 영입이 많고, 수비진은 큰 실수를 너무 자주 저지릅니다. 제라드가 없는 리버풀에서 충분한 경험과 카리스마로 동료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스크르텔이지만, 노쇠화가 뚜렷합니다. 미뇰렛은 리버풀이 원하는 수준의 골키퍼가 아니죠.

리버풀이 메워야 하는 구멍은 많지만, 선수들이 더 이상 리버풀을 예전만큼 매력적인 이적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걸림돌입니다. 리버풀이 이렇게 흔들리는 이유에는, 감독 교체 과정에서 지나치게 큰 폭으로 선수단 개편이 진행된 것도 있을 것입니다. 비싼 값을 치른 선수들은 쉽게 떠나갔고, 그 자리는 다시 어린 선수들로 채워야 했죠. 리버풀이 로저스를 해임시킨다면, 훨씬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끌어 줄 수 있는 감독을 절실히 원할 것입니다. 로저스는 리버풀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감독으로 여겨 지지만, 안타깝게도 시즌 도중 보여준 실수들과 마지막 경기 대패의 충격을 넘어서긴 어려워 보입니다. 현재 영국의 도박 업체들은 도르트문트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낸 클롭과, 이스탄불의 기적을 함께 했던 베니테즈를 각각 1,2위로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의 이사진은 그들의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켜야만 할 것입니다.

덧붙여, 올 시즌 리버풀은 제라드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사실을 너무 의식한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라드의 출전 시간은 좀더 냉정히 조정되었어야 했고, 스탬포드 브릿지는 박수를 이끌어 내야 하는 곳이 아닙니다. 람파드는 첼시가 아닌 맨시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은퇴식을 가졌지만, 결국 리그 챔피언은 첼시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죠.     


(SBS스포츠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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