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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CL 탈락' 최용수 감독 "포기하면 상처는 더 크다"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5.05.29 17:52
수정2015.05.29 17:52

패배한 감독에게 탈락의 이유를 묻는 것 만큼 '바보 같은' 일도 없다. 혹은 아쉽지 않냐고 묻는다든지. 상대가 주제 무리뉴 정도의 독설이나 뻔뻔함을 장착하지 않은 감독이라면 말이다. 기자회견에서 감독이 그런 질문을 호기롭게 되받아 치기를 기대했다 실망하는 것은, 대부분은 경우는 쌍방과실에 가깝다.

29일 오후 구리에 위치한 GS챔피언스파크에서 FC 서울 최용수 감독이 기자들과 만나 미디어 데이를 진행했다.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FC 서울은 홈 경기를 앞두고는 반드시 미디어 데이를 진행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매체의 기자들이 감독과 만난다. 그리고 그 일은 2015 시즌 ACL 16강 탈락이 확정된 금요일에도 빠지지 않고 이뤄지는 일상이 되어 있었다.

오는 30일 일요일, 홈에서 열리는 리그 13라운드 울산전을 앞둔 서울의 팀 분위기나 리그 순위, 선수단 상황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조기 탈락해 버린 ACL이다. 서울이 지금의 전력으로 16강 진출 '극장'을 찍은 것이 더 문제였는지, 아니었는지 조차 이제는 과거의 문제가 되었다.

"16강에 네 팀이나 진출시켰다"며 환호했던 K리그 클래식은 불과 일주일 사이에 "한 팀 밖에 살아남지 못한" 문제 많은 리그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리딩 구단'이 되었어야 할 FC 서울이 있다. 몇 년 째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한국 프로축구. 기업구단인 서울과 수원은 어느새 가장 깊숙이 발톱을 감춘 팀이 됐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탄탄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 역시 이들 팀이다. 팬들의 높은 기대치, 혹독한 재정 상황과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는 프로 팀으로서의 숙명 그리고 점차 평준화 되는 아시아 축구.

그 한 가운데에서 몇 년 째 같은 싸움 혹은 점점 더 어려운 싸움을 해 오고 있는 최용수 감독에게 'ACL 탈락'의 이유 혹은 '아쉬움'의 이유를 물었다. K리그 클래식이 눈물겹게 찾고 있는 답과도 맞닿아 있는 질문. "카타르의 알 사드가 차비 같은 선수를 영입하는 걸 보면 아쉽지 않나?"

최용수 감독은 "흐름은 부정할 수 없다. 중동, 중국, 일본. 모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어찌됐든 우리 팀이 겪어 온 과정은 마지막에는 내가 결정했던 거고, 우리는 또 다른 성장 과정에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대략 30분 가량의 미디어 데이, 몇몇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 프로축구가 몇 년 째 짊어지고 있는 그 무거운 질문에 한 감독이 홀로 온전한 답을 찾아줄 수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답도 있었다. 질문은 이랬다. "지도자 생활도 짧은 기간은 아니다. 한 팀의 리더로서, 감독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올해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일 듯도 한데…"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다. 빨리 ACL은 잊고, 지금의 상실감을 잊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나 역시 지도자로서, 감독으로서 수 없이 겪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서 포기하고 쓰러지면 그건 자존심에 더 상처가 가고 잘못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 승부욕을 자극하는 상황이지 않나 싶다. ACL이란 대회가, 구단에도 그렇고 선수들한테도 그렇고 이제는 정말 매력적인 대회인 것 같다. 내년에도 반드시 나가야 할 것 같다."

그저 말뿐일지도 모른다. 명장이 되는 길은 그렇게 쉽지 않다. 하지만 말도 해보지 못하고, 경험도 해보지 못하면 좋은 감독은 더더욱 될 수 없다. K리그 클래식은 이대로 투자 없이 도전만 계속하면 ACL에서 계속 실패를 맛볼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를 자처하면 상처는 더 크다.

[사진 = FC 서울 제공]

(영상취재/편집 = 김영균)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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