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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축구계, 악몽 끝나나 했더니…이번엔 자중지란?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5.08.04 16:49
수정2015.08.04 16:49

아시안컵을 끝으로 악몽 같은 시기에서 벗어나려 했던 일본 축구계. 무엇보다 후임 감독 선임에 언제나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임 아기레 감독이 사상 초유의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려 지휘봉을 놓은 지 한 달 만에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데려오는 수완을 발휘한 일본축구협회였지만, 산 넘어 산이 있었다.

5일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중국 우한에서 열리고 있는 '201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2차전 경기에서 운명의 한일전을 치르게 된다. 우리 대표팀은 1차전서 개최국인 중국을 2-0으로 꺾으면서 순조롭게 대회를 시작했다. 반면 일본은 1차전 상대였던 북한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

물론 축구공이 둥근 만큼 승패는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전을 앞둔 일본 축구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심상치' 않다. 일본 대표팀은 최근 1년 사이 대표팀 수장을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직후 부진한 본선 성적 등에 책임을 지고 자케로니 감독이 물러나면서 장기적인 체질개선을 목표로 멕시코 출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후임자로 선임했었다. 결과는 대실패. 최악의 시나리오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1월 호주 아시안컵 대회 도중에 아기레 감독의 승부조작 스캔들이 불거져 본의 아니게 국제적인 주목까지 받아야 했다.

일본축구협회는 다시 놀랍게도 약 한 달 여 만에 할릴호지치 감독을 새 수장으로 데려왔지만 '쇼크'는 끝이 아니었다. 새로 출범한 '할릴호재팬'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치르는 첫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일본대표팀은 지난 6월 중순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치른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E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서 0-0 무승부를 거두는데 그쳤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일본 홈 데뷔전 경기이기도 했던 당시 싱가포르전에는 혼다, 카가와 등 해외파와 J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총출동 했지만 일본은 정작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오히려 엄청난 선방쇼를 펼친 상대 싱가포르 대표팀 골키퍼가 J리그 팀들의 오퍼를 받을지 모른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자국 대표팀이 FIFA랭킹 129위의 북한 대표팀에게까지 패하자 일본 축구팬들은 시쳇말로 '실망'을 넘어 '멘붕'인 분위기다. 여기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할릴호지치 감독, 일본 언론, 축구협회까지 제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뒷말'까지 무성하다.

<닛칸 스포츠>를 비롯한 일본 주요 언론들은 자국 대표팀의 북한전 패배 다음날 할릴호지치 감독이 일본축구협회의 다이니 구니야 회장과 훈련장서 만나 "일본 축구는 위기다"며 일본 축구계 전체의 체질개선을 위해 분노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고 일제히 전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감독의 이런 '폭발'에 일본 축구팬들의 상당수가 "이제는 감독이 변명만 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최근의 일본 축구를 보면 선수들이 과연 이길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요지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더욱이 일본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6월 캐나다서 열린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여자 대표팀과 비교까지 당하며 점점 더 사면초가 상태에 놓이고 있다. 6월 싱가포르전에 이어 북한전에서도 답답한 골 결정력에 무기력한 플레이로 두 골이나 내주면서 패하자 팬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자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나섰다. 일본축구협회의 다이니 구니야 회장이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할 경우 거취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 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신빙성 있는 보도라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감독 부임 석달 만에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사실도 유쾌한 상황은 아닌 듯 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반면교사'라는 말도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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