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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평창조직위 4천200억 못 받을 위기

SBS Sports 권종오
입력2015.09.04 10:22
수정2015.09.04 10:22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2년 5개월 앞두고 평창 조직위원회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 조직위원회(POCOG)에 주기로 약속했던 8억5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우리가 못 받게 될 최대 금액은 우리 돈으로 무려 4천2백억 원이나 됩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7월2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구닐라 린드베리 평창 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 등 IOC 고위관계자들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디브리핑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디브리핑’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성과와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평창 올림픽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였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이때 공식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평창 조직위) 잘 준비해 멋진 올림픽을 치를 것으로 확신합니다. IOC는 재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할 것입니다. IOC가 지원하는 금액은 약 8억5천만 달러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에 비해 소치는 7억5천만 달러였습니다.”
(We are very confident that they will organize their excellent games. The IOC will offer all its assistance, not only financially, the contribution of IOC will most likely be around 850 million, compared to 750 million for Sochi.)

이로부터 2개월 뒤인 2014년 9월18일 바흐 위원장은 청와대를 예방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방문했을 때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시고, 또 한국 정부에 신뢰를 보내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소치동계올림픽보다 1억 달러나 많은 8억5천만 달러를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지원하겠다고 밝히신 데 대해 조직위도 참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제4차 조정위원회 결과는 달랐습니다. SBS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IOC가 지원하는 금액이 4,057억 원이고 톱 스폰서로부터 받는 금액이 1,845억 원으로 돼 있습니다. IOC 지원금은 올림픽 중계권료에서 나오는데 순수 현금이고 톱 스폰서(삼성 같은 글로벌 스폰서)에게서 나오는 것은 주로 현물입니다.

어찌됐든 두 가지를 합치면 5,902억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평창 조직위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보한 금액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약속한 8억5천만 달러는 우리 돈으로 약 1조115억 원입니다. 무려 4천2백억 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IOC 재정 실무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바흐 위원장이 말한 8억5천만 달러에는 평창 조직위에 주는 돈을 포함해 OBS(올림픽 방송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 등 평창 동계올림픽에 쓰이는 기타 각종 비용이 모두 합쳐져 있다. 쉽게 평창 조직위에 지원하는 금액이 8억5천만 달러가 아니라 이보다 적다는 것이다. 바흐 위원장의 말을 오해하거나 착각해 생긴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변명입니다. IOC의 수장인 바흐 위원장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8억5천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 평창 조직위,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저를 포함한 모든 기자들은 그것이 온전히 평창 조직위에 제공하는 금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러 비용을 다 합한 금액이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2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바흐 위원장과 IOC 실무자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지금까지 평창 조직위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착각한 것이 됩니다. IOC 내부 정보에 어두웠던 것은 물론 소통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 반대로 IOC가 지원 금액을 줄이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면 결국 한국 국민과 대통령, 그리고 평창 조직위를 우롱한 셈이 됩니다.

모든 열쇠는 IOC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지원했다는 7억5천만 달러에 달려 있습니다.이 돈의 성격과 내역에 대해 정확한 정보만 입수하면 IOC가 일관성 있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군색한 변명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지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현재 현금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스폰서로부터 약 4천억 원 가량을 확보했지만 거의 대부분 현물이고 현금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는 구닐라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을 비롯한 IOC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조정위원회가 열립니다. IOC 지원금 문제를 이때 바로잡지 못하면 8억5천만 달러를 제대로 받기 어려워집니다.

평창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SBS와 통화에서 “올해부터 IOC 지원금을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받게 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바흐 위원장아 말한 8억5천만 달러를 다 받아낼 생각이다. 올림픽 중계권료가 소치에 비해 올랐고 톱 스폰서도 일본의 도요타가 가세하는 등 IOC의 수입이 늘어났다. IOC에게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IOC가 우리의 요구를 끝내 거절할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최대 4,200억 원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갈 공산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평창 조직위 예산에는 정부 보조금 3,141억 원이 잡혀 있습니다. 정부 보조금은 결국 국민 세금입니다. 만약 8억5천만 달러를 IOC로부터 다 받아낼 경우 정부 보조금 없이도 흑자 올림픽을 치를 수 있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SBS 권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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