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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격을 높인 가능성' 2015 프레지던츠컵 폐막…미국 6회 연속 우승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5.10.11 16:59
수정2015.10.11 16:59

승부는 명품이었고, 우승컵의 주인은 또 한 번 바뀌지 않았다. 인터내셔널 팀 마지막 주자로 나서 에이스로 떠오른 배상문은 최종 18번홀까지 공동 우승의 불씨를 살렸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미국팀은 1점 차 승리로 6회 연속 프레지던츠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회가 남긴 여운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11일(이하 한국시간)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파72, 7,380야드)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 마지막 날 열린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명품 승부가 펼쳐졌다. 마지막 조로 경기를 치른 미국팀의 빌 하스와 인터내셔널팀의 배상문이 18번 홀까지 승부를 가르지 못하는 박빙의 경기를 펼친 가운데 미국팀이 최종 결과 15.5점으로 우승컵을 가져갔다. 인터내셔널팀은 14.5점까지 추격하며 공동 우승의 불씨를 마지막 순간까지 살렸지만 끝내 패배의 분루를 삼켜야 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 시작됐지만 2015 프레지던츠컵의 대미를 장식한 대회 마지막날의 싱글 매치플레이는 매 조의 경기가 최고의 승부를 선사했다. 사실상 PGA 투어 한 시즌을 마감하는 대회인데다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자리인만큼 경기 내용이나 스토리 모두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가득했던 것.

무엇보다 주목을 끌었던 것은 2005년 이후 약 10여 년 만에 가시화 된 공동우승 가능성. 대회 3일째까지 매섭게 추격전을 벌인 인터내셔널팀은 마지막 싱글 매치플레이를 앞두고 미국팀을 9.5-8.5로 1점 차이까지 추격했다. 한국의 배상문을 비롯해 남아공, 호주 등 다국적의 선수들로 이뤄진 인터내셔널 팀이 이렇게까지 미국팀과의 격차를 좁힌 것은 프레지던츠컵에서는 10여 년 만에 나타난 변화다.

실제로 인터내셔널팀은 11일 치러진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두번째 조에서 경기를 치른 애덤 스콧(호주)이 미국팀의 리키 파울러에게 6홀 차이로 완벽하게 승리를 거두는 등 역전 우승의 발판까지 마련하는 호조를 보였다. 스타트를 끊었던 첫 조의 우스트히즌(남아공) 역시 미국의 패트릭 리드와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해 대회 마지막날 펼쳐진 박빙 승부의 원동력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팀은 더스틴 존슨과 필 미켈슨 등 내로라 하는 정상급의 선수들과 베테랑들이 제 몫을 다 하며 다시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역대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98년이 마지막. 공동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년이 마지막일 정도로 미국팀은 줄곧 우위를 지켜왔다.

프레지던츠컵은 대회 상금을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일체의 스폰서나 광고도 허용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대회다. 오로지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 이 대회의 의의이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골프 강국인 미국팀의 일방적인 독주를 무너뜨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이번 2015 프레지던츠컵 역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는 사실까지도 부정할 수는 없게 됐다.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1점 차 추격전을 이어가며 미국팀을 압박하던 인터내셔널팀의 선전은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미국팀 J.B 홈스와의 대결에서 귀중한 승리를 따내면서 더욱 흥미진진해 졌다. 마쓰야마는 동점에 동점이 이어지던 승부에서 17번 홀 버디를 성공시키는 대담한 플레이로 홈스를 꺾으면서 인터내셔널팀에 1점을 안겨 승부를 더욱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이변이 계속되면서 재미도 더했다. 이번 인터내셔널팀의 또 다른 에이스는 바로 호주의 제이슨 데이였다.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 반열에 오른 제이슨 데이는 기세를 이어 프레지던츠컵에서도 맹활약이 기대된 선수였다. 박빙의 승부를 뒤집을 순간이었지만 제이슨 데이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 미국의 잭 존슨에게 2홀 차로 패하면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호주의 마크 레시먼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연출했다. 바로 미국팀의 에이스이자 PGA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미국팀의 조던 스피스를 1홀 차이로 제압하는 명승부를 선보인 것. 이번 대회에는 3일째까지 7만 명이 넘는 갤러리들이 현장을 찾았는데 특히 대회 마지막날 이변에 이변이 이어진 명승부와 명품샷들은 갤러리들의 탄성을 연이어 자아냈다.

미국팀은 이어진 조의 맷 쿠처마저 남아공의 브랜던 그레이스에게 1홀 차이로 패하면서 결국 인터내셔널팀과 14.5-14.5 동률을 이루게 됐다. 그리고 남은 경기는 마지막 조인 인터내셔널팀의 배상문과 미국팀 빌 하스의 경기뿐이었다. 이런 박빙의 승부가 가능했던 것은 변경된 대회방식도 크게 한 몫 했다.

미국팀의 독주가 계속되자 프레지던츠컵은 이번 대회부터 대회 첫날 포섬 6경기, 둘째날 포볼 6경기, 셋째날 포섬과 포볼 10경기 그리고 대회 마지막날 열리는 싱글 매치플레이에 걸린 총 포인트를 30점으로 줄였다. 하위 랭커의 출전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호스트 팀의 단장에게는 목요일과 금요일 포볼-포섬 매치의 순서를 결정하는 권한도 갖게 하면서 승부의 박진감을 더했다.

개최국인 우리나라의 대표선수이자 인터내셔널팀의 에이스로서 대회 이틀째부터 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던 배상문. 배상문은 이번 프레지던츠컵 참가를 앞두고 자신의 병역문제로 인해 적지 않은 구설수에 시달렸고, 심리적인 압박감도 엄청났다. 프레지던츠컵을 마친 뒤 책임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대중의 시선은 따가웠다.

공교롭게도 상대 미국팀의 마지막 주자 빌 하스는 이번 미국팀의 단장인 제이 하스의 아들. 하스 집안은 내로라 하는 골프 명문가지만 빌 하스는 대회 첫 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마지막날 싱글 매치플레이 마지막 주자로 선택된 것에 대해서도 미국 언론 등에서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 였다.

두 선수는 팀의 운명을 걸고 18번홀까지 대담한 승부를 벌였다. 1홀 차로 빌 하스를 막판까지 추격하던 배상문은 특히 17번 홀에서는 믿기 힘든 벙커샷으로 승부를 18번홀까지 끌고 가는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끝내 미국팀의 손을 들어줬다. 하스의 2홀 차 승리로 미국팀은 15.5-14.5 1점 차 간발의 격차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게 됐다.

해당 개최국의 행정수반이 의장을 맡는 프레지던츠컵이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남아공, 호주를 비롯한 미국 이외 국가의 선수들이 PGA 투어에서 무섭게 성장하면서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는 인터내셔널팀의 극적인 추격전이 벌어지는 명품 승부가 연출됐다. 골프계에서도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대회. 프레지던츠컵이 사상 첫 아시아 대회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는 점은 큰 의의다. 다음 대회는 2년 뒤인 2017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 = SBS골프 중계화면]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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