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포크볼K 60%' 오타니 공략, 키워드 '모험'
SBS Sports
입력2015.11.18 11:07
수정2015.11.18 11:07
[스포티비뉴스=타이페이, 박현철 기자] “평소 투구보다 더 좋았다. 포크볼을 그렇게 정확하게 넣은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가장 좋은 투구였다.”(선동열 대표팀 투수 코치)
시속 160km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과 두 가지 포크볼을 던진다. 그리고 이 공을 흘려보내거나 헛스윙 하면 타자들은 반드시 졌다. 안 좋은 과거는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프리미어12 대표팀은 다시 만난 일본의 오른손 광속구 투수 오타니 쇼헤이(21, 닛폰햄 파이터스)를 공략할 수 있을까.
B조 예선 전적 3승 2패, 3위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은 16일 대만 타이중에서 쿠바를 7-2로 꺾고 도쿄돔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 4강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 오타니를 19일 한국과 4강전 선발로 예고했다.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개막전. 한국에 0-5 패배 굴욕을 안긴, 한국 타선 상대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한 그 남자다.
한동안 대표팀 선수단은 오타니의 투구에 놀라면서도 다시 그렇게 당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동열 대표팀 투수 코치는 “평소 경기 영상과 우리와 개막전을 비교했을 때 오타니가 평소보다 잘 던졌다. 포크볼이 그렇게 예리하게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었는데”라며 놀란 기색을 비쳤다. 스트라이크존이 평소보다 넓은 편인 것도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 이제는 도쿄돔에서 오타니를 공략해야 한다.
2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오타니의 선택은 과반이 포크볼이었다. 오타니는 두 가지 포크볼을 던질 수 있는데 하나는 패스트볼 변종인 스플리터, 또 하나는 그보다 크게 떨어지는 정통 포크볼에 가까운 구종이다.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최고 구속 147km까지 나왔는데 이는 스트라이크존을 겨냥하고 던졌다. 따라서 스트라이크존 한복판, 또는 그보다 좀 더 위를 노리고 던지는 인상이 짙었다. 시속 130km대 후반~140km대 초반의 포크볼은 원바운드 유인구였다.
그리고 오타니의 탈삼진 10개 가운데 결정구 6개가 포크볼이었다. 그렇다고 '2스트라이크로 몰렸을 때 포크볼만 노리고 들어가면 되지 않는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상기했듯 오타니의 포크볼은 스트라이크존을 겨냥하고 던지는 스플리터와 그보다 느리고 유인구로 떨어뜨리는 포크볼 두 가지다. 그런데 이 두 개의 구속 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2스트라이크까지 가게 될 경우 오타니를 공략할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많은 공을 던지게 초반 포심 패스트볼을 흘려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오타니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 그가 주목을 받은 이유가 바로 최고 구속 163km까지 나왔던 포심 패스트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 포심 패스트볼을 노리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야구인의 의견도 있다. 8일 일본전 3회초 김현수(두산)가 친 우전 안타는 스플리터가 덜 떨어진 시속 145km 공을 공략해 만들었으나 5회초 박병호(넥센)의 우익수 앞 강습 2루타는 볼카운트 2-1에서 시속 153km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만든 것이다.
문제는 포심 패스트볼을 초반에 던지고 3~4구 이후로는 포크볼을 좀 더 많이 던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반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했다가 오타니의 투구수 소모만 줄여줄 수 있다. 양날의 검과 같은 포심 패스트볼 공략이지만 그래도 오타니를 초반에 가장 강력하게 흔들 수 있는 해법 가운데 하나다.
단기전은 한 경기를 지면 그대로 상위 라운드 도전이 끝난다. 그래서 지휘자들은 자신이 펼 수 있는 전략을 최대한 많이 쏟아붓는다. 위험한 전략이라도 일단 꺼내 봐야 성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굴욕을 준 상대를 다시 만난 한국 대표팀, 모험이 필요한 순간이다.
[영상] 8일 일본전 직후 김인식 감독 인터뷰 ⓒ 영상편집 배정호 기자.
[사진] 오타니 쇼헤이 ⓒ 한희재 기자.
박현철 기자 ph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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