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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기어이 미국행 이룬 이대호의 자존심

SBS Sports 정진구
입력2016.02.05 11:22
수정2016.02.05 11:22

몇 년 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마치고 국내에 금의환향하자 대다수 스포츠 매스컴이 앞 다퉈 그를 조명했다.

같은 시기 이대호 역시 일본 오릭스에서 나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후 귀국했지만 언론이나 팬들에게는 이대호보다 류현진이 우선순위였다. 시즌 중에도 류현진이 승리를 거두는 날에는, 이대호가 아무리 홈런을 치고 맹타를 휘둘러도 묻히기 일쑤였다.

당시 이대호는 기자들에게 “요즘은 메이저리그가 대세잖아요? 다들 메이저리그만 보시던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에는 뼈가 있었다. 자신보다 류현진에게만 관심을 갖는 언론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읽혀졌다.

어쩌면 이대호는 이때부터 메이저리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을지 모른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이대호로서는 다른 누구의 그늘에 가린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 이대호는 자신의 의지대로 미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조건이 열악하다. 

1년 단기 계약에 그것도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 힘든 여건이다. 그가 입단한 시애틀 매리너스는 1루에 애덤 린드, 지명타자 자리에는 넬슨 크루즈가 버티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강타자다. 경쟁 상대가 너무 버겁다. 

만약 이대호가 일본의 소프트뱅크에 잔류했다면 최소 5억엔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주전 보장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모든 조건을 포기하고 힘들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과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그의 자존심이 선택의 배경이다.

어려운 길이지만 결코 무모한 도전은 아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충분한 실력이 있는 선수다. 그만큼 장타력과 함께 정교한 콘택트 능력을 지닌 타자는 없다. 거구지만 몸은 누구보다 유연하다. 과거 롯데를 맡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저런 큰 체구의 선수가 3루 수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뉴스”라고 극찬했다. 

나이와 포지션 문제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성공가능성은 박병호나 김현수에 뒤질게 없다. 충분한 기회만 얻는다면 그는 얼마든지 자신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필자가 그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를 이 자리까지 이끈 자존심,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은 이대호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내년 겨울, 이대호가 누구보다 많은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길 바란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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